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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데이터 함정'…원격 조종 의존도 낮춰야 생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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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데이터 함정'…원격 조종 의존도 낮춰야 생존한다

인간 노동력으로 구동되는 휴머노이드, 자율성 확보라는 본질적 과제 직면
강화학습 기반 시뮬레이션 전환이 산업계의 지속가능성 가를 것
피규어AI 3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03'. 사진=피규어AI이미지 확대보기
피규어AI 3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03'. 사진=피규어AI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막대한 자금을 유치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 노동력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숨어 있다.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는 자율성보다 원격 조종을 통한 데이터 수집에 매몰되면서, 휴머노이드가 진정한 자동화 솔루션이 아닌 '인력 기반 인프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로보틱스 전문 매체 '더 로봇 리포트'는 7월 19일(현지시각), 다수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이 겉으로는 기술적 진보를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로는 인간 작업자를 고용해 로봇을 원격으로 조종하며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격 조종의 한계: 데이터 확장성과 학습 품질의 벽


로봇의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언어 모델이 인터넷상의 방대한 텍스트를 학습하는 것과 달리, 로봇은 인간이 매 순간 물리적인 시연을 통해 데이터를 생성해야 한다.

이 때문에 로봇 산업은 노동력의 공급 속도에 데이터 생성 속도가 갇히는 '데이터 병목 현상'을 겪고 있다.

플렉션(Flexion Robotics)의 니키타 루딘 최고경영자는 현재 로봇 학습에 사용되는 데이터셋(Dataset) 규모가 최신 언어 모델과 비교해 10만 배 이상 작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현실의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인간 작업자가 이를 일일이 시연하는 방식으로는 현실의 모든 변수를 학습하는 데 명확한 제약이 있다. 또한 인간 조종사의 개입은 데이터에 불필요한 노이즈를 유발한다.

조종사가 컨트롤러를 통해 수행하는 작업은 깊이감 부족이나 동작 수정을 포함하고 있어, 로봇이 인간의 시행착오까지 학습하게 되는 데이터 품질 저하 문제가 발생한다.

산업계의 대응: 테슬라와 피규어 AI의 자율화 전략


선도적인 로봇 기업들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미 시뮬레이션 기반 학습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옵티머스의 초기 원격 조종 데이터를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 자체적인 시뮬레이터와 신경망을 통해 자율적 판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피규어 AI 역시 오픈AI와 협업하여 강화학습 모델을 내재화했다. 피규어 AI는 고충실도 시뮬레이션에서 수천 대의 로봇을 병렬로 학습시키는 방식을 도입해, 인간의 직접적인 조종 없이도 로봇이 스스로 작업을 수행하는 비중을 높이고 있다.

한국의 로봇 업계 또한 파일럿 수준의 제조 현장 도입에서 나아가 자율주행과 조작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한국의 일부 기업은 여전히 숙련된 작업자의 원격 제어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는 단기적인 공정 최적화일 뿐 장기적인 인력난 해소라는 본질적 목표와는 거리가 있다.

강화학습과 시뮬레이션: 노동 의존성 탈출의 열쇠


전문가들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의 지시에서 벗어나 스스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강화학습이 유력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강화학습은 로봇이 가상 환경에서 수백만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최적의 동작을 스스로 찾아내는 방식이다.

강화학습을 가속화할 핵심 도구는 고도화된 시뮬레이션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수년이 걸릴 반복 학습을 시뮬레이션 내에서는 가속 연산을 통해 단시간에 처리할 수 있다.

다만 시뮬레이션과 현실 간의 물리적 격차를 줄이는 기술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물리 모델과 생성형 인공지능을 결합하는 방식 등이 연구되고 있다.

휴머노이드 산업의 승패는 인간의 시연을 누가 더 많이 모으느냐가 아니라, 인간의 개입 없이 더 빠르게 자율 학습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에 달렸다. 연산과 시뮬레이션 환경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축하느냐가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