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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절실한 일본, 직장 활용률 8.4% 그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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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절실한 일본, 직장 활용률 8.4% 그친 이유

美 50%·英 32%와 큰 격차…G7 최저 생산성에도 도입 신중
실수 용납 않는 기업문화·IT 인력난·20년 넘은 시스템 발목
지난해 12월 3일(현지시각)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2025 국제로봇전시회’ GMO 부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유니트리 G1’이 무용수와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12월 3일(현지시각)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2025 국제로봇전시회’ GMO 부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유니트리 G1’이 무용수와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사진=로이터
심각한 노동력 부족과 고령화, 만성적인 생산성 문제를 겪는 일본이 정작 이를 해결할 수단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활용에서는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에 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보수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실패를 꺼리는 문화, 부족한 디지털 인력, 노후화된 전산 시스템이 복합적으로 AI 확산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BBC는 일본 기업들이 AI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데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업무에 AI를 사용하는 일본 근로자는 전체의 8.4%에 그쳤다.
별도 통계에서 미국 근로자의 AI 업무 활용률은 50%, 영국은 32%였다. 아시아에서 AI 활용이 가장 활발한 국가 가운데 하나인 싱가포르에서는 근로자의 56%가 일주일에 여러 차례 AI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 감소로 일손 부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일본의 상황을 감안하면 역설적인 결과다.

◇ '실수 제로' 문화가 AI 도입 막아


미국 AI 스타트업 쿠세 AI의 공동창업자인 오스틴 쉬는 일본 기업의 보수성과 위험 회피 성향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일본 기업에서는 절차와 합의 중심의 조직문화가 의사결정을 실제로 늦추고 있으며, 특히 고객과 직접 접촉하는 업무에서는 AI의 실수를 거의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기업은 AI에 업무를 맡기기보다 차라리 해당 자리를 공석으로 두는 쪽을 택할 정도라는 것이다.

미국 기업의 접근법은 다르다. 처음에는 AI를 보조자로 업무에 투입한 뒤 문제가 생기면 수정하면서 점차 업무 흐름의 일부로 편입시키는 방식이다. 일본 기업은 AI를 신뢰하기 전에 훨씬 더 많은 검증을 요구한다.

교토첨단과학대의 파리사 하기리안 교수도 일본 기업이 오류와 불확실성, 평판 훼손 위험에 매우 민감하다고 진단했다.

생성형 AI가 아직 완전히 신뢰할 수준은 아니라는 인식 때문에 일본에서는 문서 작성, 요약, 정보 수집 등 위험이 낮은 업무에 주로 사용되고 핵심 업무나 의사결정,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바꾸는 용도로는 활용이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의료 부문은 특히 변화가 느린 분야로 꼽힌다. 일부 병원은 환자 기록조차 완전히 디지털화하지 못한 상태다.

BBC와 인터뷰한 한 일본 병원 직원은 종이 문서가 엄청난 규모로 쌓이고 있다며 상황을 "석기시대 같다"고 표현했다.

◇ 기업 75% AI 쓴다는데 근로자는 8.4%


일본 정부도 AI 도입이 더디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의회는 AI 연구·개발과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AI 추진법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규제 부담을 낮추는 방식으로 기업의 AI 투자를 유도하고 일본을 AI 개발과 활용에 가장 친화적인 국가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생산성은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 재무성 통계만 보면 기업의 AI 도입은 빠르게 늘고 있다. AI를 사용하는 기업 비율은 5년 전 11%에서 현재 75%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기업 한 곳이라도 AI를 사용하면 도입 기업으로 집계되는 만큼 실제 업무 현장에서의 확산 정도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내부에서 실제 AI를 사용하는 직원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이들마저 제한적인 업무에만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기업 기준 75%라는 수치와 근로자 기준 8.4%라는 수치의 큰 차이가 일본 AI 도입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셈이다.

◇ 2030년 IT 인력 80만명 부족


AI를 활용할 수 있는 인력 자체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메이지대의 오가사와라 야스시 교수는 일본 국민이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를 즐겨 사용하지만 디지털 활용 능력은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발표된 한 보고서는 일본의 IT 전문인력 부족 규모가 2030년 거의 8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이 사용하는 낡은 전산 시스템도 AI 전환의 발목을 잡는다. 일본 기업의 기존 컴퓨터 시스템 가운데 약 60%는 도입된 지 20년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적인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가사와라 교수는 일본 기업이 AI를 개발해 일자리를 줄이는 것보다 실업을 늘리지 않는 데 더 큰 압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AI와 재교육, 디지털 역량 향상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인력정책에서는 완전고용 유지가 최우선 과제로 남아 있어 노동력을 디지털 분야로 빠르게 전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AI를 생산성 향상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면 기존 업무와 인력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하지만 고용 안정을 중시하는 일본 기업문화와 충돌할 수 있다는 의미다.

◇ 신입 채용부터 변화 조짐


변화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일본 기업은 신입사원을 뽑을 때 'AI 활용 능력'을 중요한 기준으로 보기 시작했다.

일본 대형 종합상사 가네마쯔에 지난 4월 입사한 야마구치 우타는 업무에서 AI를 자주 사용한다고 밝혔다.

상사에게 보낼 이메일 작성부터 복잡한 문서 요약, 회의 녹음과 내용 정리까지 AI를 활용하며 주변 동료들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네마쯔는 여러 단계의 업무를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도 도입했다.

그러나 야마구치는 이처럼 사람의 지시를 일일이 기다리지 않고 여러 단계의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AI 시스템은 미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아직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본의 AI 도입이 기술 자체보다 기업과 사회의 변화 속도에 좌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가사와라 교수는 “일본 사회는 고통 없는 개혁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급격한 개혁은 어렵다”고 평가했다.

노동력 부족을 메우고 G7 최하위 수준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면 AI 활용 확대가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요구되는 조직과 고용 구조의 변화에는 여전히 강한 거부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AI 도입이 절실한 일본이 정작 AI 활용에서는 주요국보다 뒤처지는 배경에는 기술의 부족보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기업과 사회의 속도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