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중국서 발 빼는 미국 자본…신규 투자 접고 배당 챙겨 떠난다

글로벌이코노믹

중국서 발 빼는 미국 자본…신규 투자 접고 배당 챙겨 떠난다

- 신규 공장 설립 2020년 이후 급감…인수합병도 2022년부터 급락세 지속
- 중국 법인 배당 송금 비율 재투자율 추월…기계·설비 매각 처분 신호 확산
- 홍콩 경유 우회 투자 걷어내자 실질 노출도 하락…한국 중간재 공급망 재편 압박
미국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을 향한 직접투자를 전방위로 줄이고 현지 생산설비 자산 축소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미국 중앙은행 연구진의 진단이 나왔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을 향한 직접투자를 전방위로 줄이고 현지 생산설비 자산 축소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미국 중앙은행 연구진의 진단이 나왔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을 향한 직접투자를 전방위로 줄이고 현지 생산설비 자산 축소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미국 중앙은행 연구진의 진단이 나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조사연구국 코디 칼렌 이코노미스트는 2026년 9월 25일(현지시각) 발표한 '연준 경제 연구 노트' 분석 보고서를 통해, 홍콩이나 케이맨제도 같은 경유지 투자 착시를 걷어낸 실질 미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 자본의 실제 중국 노출도가 뚜렷한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미중 간 통상 갈등이 장기화하며 미국 완제품 생산 거점이 축소되자, 현지 완제품 조립 라인에 부품을 납품하던 한국 중간재 가치사슬 역시 거래선 재편 압박을 받는다는 분석이다.

신규 공장 멈추고 인수합병 실종…수십 년 결속에 균열

미국 기업이 현지에 생산 기반을 직접 짓는 그린필드 투자는 2003년부터 2013년까지 해마다 약 300건을 유지했다. 사업 건수는 2010년대 중반부터 완만하게 줄어들다 2020년 코로나 대유행을 기점으로 급감한 뒤 반등하지 못했다. 보고서는 첨단기술과 첨단 제조, 일반 제조업 등 모든 업종에 걸쳐 감소세가 공통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신규 시설 투자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점을 감안해도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감소 폭은 유독 크고 회복이 지체됐다.

중국 기업을 사들이는 미국 기업의 국경 간 인수합병 거래 건수도 2022년부터 급락세를 보였다. 미국 최종 모기업이 제3국 자회사를 통해 우회 인수하는 방식까지 포함해 전체 거래량이 감소했다.

이는 글로벌 인수합병 시장의 경기 순환과 무관하게, 외국인의 대중국 인수합병 전체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독자적 현상이다. 대형 계약의 완결 시차 탓에 거래 금액 지표는 건수보다 늦은 2024년 들어서야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재투자 대신 본사 송금…설비 매각하며 자본 회수 가속


이미 중국에 진출한 미국 다국적 기업들도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까지는 현지 수익을 다시 공장에 투입하는 재투자율이 상승하고 본사 배당 비율이 낮았다.

그러나 2015년 이후 기조가 바뀌어 최근 3년 이동평균 기준 본사 배당 지급 비율이 재투자율을 추월했다. 중국과 조세도피처를 제외한 다른 글로벌 사업장에서 재투자율이 과거 평균치인 50% 안팎으로 복귀한 것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중국 현지 법인의 실물 자산 매각도 가시화됐다. 미국 기업의 중국 자회사 중 공장과 기계설비 매각을 보고한 기업 비율은 완만하게 상승했다. 설비 순자산 규모가 줄었다고 보고한 법인 비중은 2015년과 2016년에 이어 2021년 이후 다시 오름세를 탔다. 신규 시설 투자를 멈추고 기존 생산 장비를 처분해 자금을 본국으로 회수하는 공급망 후퇴 신호가 데이터로 확인된 셈이다.

중국 공장 납품선 축소…한국 중간재 공급망 제3국 분산 압박


미국 다국적 기업의 대중국 투자 축소는 한국 제조업의 수출 납품 지형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원인은 연준 보고서가 지목한 미국 기업의 대중국 신규 시설 투자 중단과 현지 생산설비 처분 흐름이다.

경로는 중국 내 미국계 제조 공장으로 공급되던 한국산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자 부품 등 중간재 납품처가 동남아시아나 인도 등 제3국 대체 거점으로 분산되는 가치사슬 재편이다. 한국 중간재의 대중 수출 둔화 흐름은 나타나고 있으나, 대체 지역별 이전 물량 규모는 공식 집계되지 않았다.

향후 공급망 변화의 핵심 변수는 미국과 중국의 통상 협상 향방이다. 단기적으로는 미국계 완제품 제조사의 중국 현지 가동률 저하로 대중 중간재 출하 물량이 조정을 겪을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계 고객사의 거점 이전에 맞춰 한국 부품 협력사들의 생산 기지 다변화가 본격화될 수 있다.

다만 미국과 중국 양국 정부가 투자 심사 요건을 완화하거나 관세 조정을 골자로 한 포괄적 통상 합의에 전격 도달할 경우, 이번 미국 기업의 설비 축소와 자본 분절화 경로는 유지되지 않는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