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칼로 잘라도 다시 불 켜진 고무… 버지니아공대 '열전도 40배' 뚫었다

글로벌이코노믹

칼로 잘라도 다시 불 켜진 고무… 버지니아공대 '열전도 40배' 뚫었다

- 실리콘 내부 갈륨 물방울 늘려 열전도율 9.9W/mK 구현
- 단선 회로에 압력 가해 스스로 전원 복구하는 자가 치유 입증
- 고발열 인공지능 패키징 시장과 한국 열계면소재 공급망 촉각
미국 버지니아공대 연구팀이 2026년 9월 상온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금속을 실리콘 내부에 입체 인쇄(3D 인쇄) 방식으로 정렬해 열전도율을 기존 대비 40배 끌어올린 복합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버지니아공대 연구팀이 2026년 9월 상온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금속을 실리콘 내부에 입체 인쇄(3D 인쇄) 방식으로 정렬해 열전도율을 기존 대비 40배 끌어올린 복합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버지니아공대 연구팀이 2026년 9월 상온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금속을 실리콘 내부에 입체 인쇄(3D 인쇄) 방식으로 정렬해 열전도율을 기존 대비 40배 끌어올린 복합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정보기술 전문 매체 톰스하드웨어는 9월 28일(현지시각) 연성 재료·구조 연구실이 공융 갈륨-인듐 합금을 활용해 특정 방향으로 열을 방출하는 냉각 통로와 스스로 회로를 복구하는 전도 선로를 함께 구현했다고 보도했다. 유연성과 방향성 방열 성능을 동시에 요구하는 차세대 인공지능 가속기 외장 냉각재와 착용형 전자기기 시장에서 한국 소재·부품 기업들의 기술 대응 속도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실리콘 내부 미세 금속 방울로 유도하는 방열 경로


연구팀은 굳지 않은 폴리디메틸실록산 실리콘에 갈륨 약 3부와 인듐 1부 비율로 조합한 공융 갈륨-인듐을 혼합해 복합재를 제조했다. 이 합금은 상온에서 액체로 존재하며 실리콘 내부에서 지름 10에서 1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 액체 방울 형태로 분산된다.
각 방울 표면에는 얇은 산화갈륨 막이 형성되어 형태를 유지한다. 가열기에서 약 1시간 열처리를 거치면 실리콘은 고체 탄성체로 굳어지나 내부 금속 방울은 액체 상태를 유지해 부드러운 기계적 탄성을 나타낸다.

제조 기술의 핵심은 주사기 공급 방식 입체 인쇄기의 압출 제어다. 노즐에서 재료가 나오는 속도와 바닥 작업판이 움직이는 속도의 비율을 정밀하게 조절해 둥근 물방울을 진행 방향으로 길게 연신시킨다. 길어진 금속 방울의 장축을 따라 열이 집중 전달되면서 열원에서 방열판 방향으로 열을 내보내는 지향성 통로가 형성된다.

열전도율 9.9W/mK 확인과 단선 회로 자동 복원


연구실 책임자인 마이클 바틀렛 기계공학과 부교수가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인쇄된 복합재의 방울 배열 방향 열전도율은 9.9W/mK로 나타났다. 충전재가 없는 순수 실리콘과 비교해 약 40배 높은 수준이다.

2024년 학술지 '어디티브 매뉴팩처링'에 발표된 별도 연구는 산화 피막이 액체 금속 방울의 형태 재구성과 안정적 유지에 핵심 구실을 한다고 분석했다.

이 소재는 물리적 손상으로 전기 회로가 끊어졌을 때 전도성을 스스로 복구하는 기능도 갖췄다. 평상시 금속 방울들은 실리콘 기질과 산화 피막에 감싸여 절연 상태를 유지한다. 압입자로 표면에 압력을 가하면 방울들이 터지며 맞닿아 연속적인 전기 전도 선로를 만들어낸다.

시연에서 연구팀은 가압 선로로 소형 발광다이오드 전등을 켠 뒤 면도날로 해당 선을 절단했다. 이후 절단면 주변을 다시 누르자 유동성을 가진 액체 금속이 단절 구간을 다시 채우며 불이 들어왔다.

연구에 참여한 휴 그레넌 연구원은 절단이나 손상이 발생해도 모든 경로와 액체 금속이 스스로 경로를 재구성한다고 설명했다. 톰스하드웨어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카드 지포스 알티엑스 5090 파운더스 에디션에 갈륨 합금이 냉각 소재로 적용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는 등 고성능 컴퓨터 하드웨어에서 액체 금속 활용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기술은 액체 금속의 유출 위험을 실리콘 내부에 가두는 방식으로 해결해 시장조사업체 아이디시(IDC)가 전망한 2026년 1분기 세계 착용형 기기 출하량 1억 4570만 대 시장에서 단선을 방지하는 신뢰성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한국 반도체 후공정과 대량 생산 공정의 과제


이번 성과는 발열 관리가 까다로운 고성능 연산 장치와 신축성 전자기기의 냉각 구조를 보완할 계기로 꼽힌다. 고대역폭메모리를 결합한 첨단 패키징 완성품은 집적도 상승에 따라 패키지 외장 덮개와 외부 냉각 모듈을 맞닿게 연결하는 2차 열계면소재(TIM 2) 영역의 열 저항을 낮추는 일이 필수 과제다.

9.9W/mK 수치는 순수 금속 방열판에는 미치지 못하나, 충격 흡수와 유연한 밀착이 필요한 실리콘 기반 유연 방열 패드 영역에서는 기존 고분자 소재의 열전도 한계를 뛰어넘는 수치다.

한국 산업 생태계에서는 반도체 완성 패키지와 방열 모듈 사이를 연결하는 차세대 열계면 접합재 생산 기업군의 공정 접목 여부가 변수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고성능 반도체 공급망은 칩 표면의 열 저항을 낮추기 위한 복합 소재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 정밀화학 기업들이 실리콘 기반 유연 고열전도 복합재 원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첨단 패키징용 특수 방열재의 대미 수입 의존도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대량 생산 라인에서의 공정 안정성 확보는 해결해야 할 선결 요건이다. 미세 액체 금속 방울의 균일 분산 비율을 대형 생산 설비에서 유지하는 기술은 연구실 단계를 벗어나야 하는 과제다. 연속 인쇄 공정에서 노즐 막힘과 금속 응집 현상을 방지하고 장기 반복 변형 환경에서 방열 수치가 저하되지 않음을 검증하는 과정이 실제 산업 적용 여부를 가를 기준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