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코전기, 지바현 모바라 공장 인수… 2027 회계연도 설비 반입해 AI 패키징 거점화
진공관→CRT→TV용 LCD→아이폰 스크린 거쳐… 日 전자산업 90년 영욕의 상징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도 탐냈던 부지… JDI는 車 디스플레이 공장 1곳만 남아
진공관→CRT→TV용 LCD→아이폰 스크린 거쳐… 日 전자산업 90년 영욕의 상징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도 탐냈던 부지… JDI는 車 디스플레이 공장 1곳만 남아
이미지 확대보기진공관부터 브라운관(CRT), TV용 패널, 스마트폰 스크린을 거쳐 이제는 첨단 AI 패키징 거점으로 변모하며, 90년에 걸친 일본 전자 제조업의 영욕과 패러다임 전환을 고스란히 응축해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10월 12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패키지 기판 선두 제조사인 신코전기공업(Shinko Electric Industries)은 일본 디스플레이(JDI)로부터 도쿄 남동쪽 약 50km 지점 지바현에 위치한 모바라(Mobara) 공장을 인수해 AI용 반도체 패키지 기판 제조 허브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신코전기공업은 기존에 갖춰진 대규모 클린룸과 전력·용수 등 공장 인프라를 활용해 1년 조금 넘는 준비 기간을 거친 뒤, 2027 회계연도에 첨단 제조 장비를 반입하고 조기 양산에 착수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마이크론·데이터센터도 눈독… '전력난·건물 규격'이 변수
JDI는 만성적인 적자 구조를 타개하기 위해 모바라 공장 매각을 두고 1년 이상 물밑 협상을 진행해 왔다.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SK하이닉스와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글로벌 메모리 거인들은 물론, 대형 AI 데이터센터 운영사들까지 부지 인수에 깊은 관심을 보였으나 최종 계약에는 이르지 못했다.
인수 후보자들의 발목을 잡은 핵심 걸림돌은 전력 공급의 불확실성이었다.
AI 가속기와 첨단 칩 제조에는 막대한 전력이 소모되는데, 아케마 준(Jun Akema) JDI 사장은 "전력 확보를 위해 유틸리티 전력회사 및 지자체와 긴밀히 협력했으나 안정적인 전력망 공급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여기에 기존 디스플레이 라인의 천장 층고와 바닥 하중 지지력이 최첨단 반도체 노광·식각 장비를 들여놓기에 다소 제약이 따랐던 점도 인수 주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결국 신코전기가 파트너사인 FICT와 함께 부지를 분할 인수하는 방식으로 최종 낙점됐다.
진공관·CRT서 TV용 LCD까지… 90년 일본 전자산업의 산증인
지바현 모바라 공장의 역사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인 193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역 내 풍부한 천연가스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진공관 제조 공장으로 출발한 이곳은 1943년 히타치제작소가 인수하면서 지역 산업의 중심축으로 성장했다. 지금도 공장 앞 대로의 이름이 '히타치 거리'로 남아 있는 이유다.
전후 흑백·컬러 텔레비전 보급 붐이 일던 시절, 모바라 공장은 브라운관(CRT)의 핵심 공급 기지로서 일본 가전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평판 디스플레이 시대로 넘어가자 히타치, 도시바, 마쓰시타(현 파나소닉)가 합작 설립한 'IPS 알파 테크놀로지'를 통해 차세대 TV용 LCD 패널의 핵심 거점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한국의 삼성·LG와 대만 업체들의 거센 가격 공세에 밀려 파나소닉이 과잉 생산능력의 늪에 빠졌다.
2012년 일본 정부는 침체된 디스플레이 산업을 살리기 위해 관민 펀드인 산업혁신구조기구(INCJ)의 주도로 히타치·도시바·소니의 중소형 패널 사업을 강제 합병해 '국가대표 챔피언' JDI를 출범시켰고, 모바라 공장은 애플 아이폰용 LCD를 독점 공급하는 핵심 기지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OLED 전환에 쓸쓸한 퇴장… JDI 공장은 1곳만 남아
하지만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의 헤게모니가 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급격히 넘어가면서 JDI의 황금기는 급격히 막을 내렸다.
애플이 아이폰 주력 라인업에 OLED를 전면 채택하자 가동률이 곤두박질친 모바라 공장은 매년 천문학적인 유지비를 소모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고, 끝내 가동 중단과 매각 수순을 밟게 됐다.
이번 매각으로 JDI의 일본 내 생산거점은 차량용 LCD 패널을 생산하는 단 한 곳의 공장만 남게 됐다.
앞서 다른 공장들 역시 대만 폭스콘 산하 샤프와 소니 그룹 등에 잇달아 헐값에 매각됐다.
TV와 스마트폰 화면을 비추던 디스플레이 팹이 거대한 AI 칩렛과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연결하는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패키지 기판 생산기지로 옷을 갈아입으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일본 디스플레이의 황혼과 새롭게 개막한 AI 반도체 공급망의 질주가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