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뚫렸다. 북한 연계로 추정되는 해커들이 약 63억 달러, 우리 돈 9조 원가량을 빼내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20분이었다. 종전 최대 기록이던 바이비트 해킹 피해액 15억 달러를 몇 배나 웃도는 규모다.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한 사람에게 향하였다. 바이낸스를 세운 인물, 업계에서 ‘CZ’로 불리는 자오창펑(趙長鵬)이다.
경영자는 아니되, 여전히 '주인'인 사람
사고 직후 그가 내놓은 발언은 지금 그의 위치를 정확히 보여 준다. 그는 현재 바이낸스를 경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주주로서 이용자 손실이 전액 보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났으나 지배력은 놓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그는 미국 당국과의 합의 과정에서도 지분을 유지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줄곧 바이낸스의 지배주주 자리를 지켜 왔다. 해킹 직후 입출금 중단과 전액 보상 방침을 공식화한 인물이 공동창업자 허이(Yi He)였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바이낸스는 여전히 창업 세대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햄버거 가게 소년에서 거래 시스템 설계자로
그가 비트코인을 처음 접한 것은 2013년이다. 그는 살던 아파트를 팔아 비트코인을 샀고, 블록체인닷인포와 중국 거래소 OK코인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2017년, 마흔 살의 나이에 바이낸스를 창업하였다.
반년 만의 세계 1위, '본사 없는 거래소'
바이낸스의 성장은 업계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렵다. 출범 반년 남짓 만에 거래량 세계 1위에 올랐고, 중국 정부가 가상자산 거래를 금지하자 일본, 몰타 등으로 근거지를 옮기며 확장을 이어 갔다. 특정 국가에 본사를 두지 않는 운영 방식은 규제를 피해 빠르게 성장하는 동력이 되었지만, 동시에 그를 법의 표적으로 만드는 약점이기도 하였다.
그의 경영 스타일이 처음으로 시험대에 오른 것은 2019년 5월이다. 해커들이 다수 이용자의 API 키와 2단계 인증 코드를 확보한 뒤 7,000 BTC를 한 번의 거래로 빼낸 사건이었다. 당시 자오창펑은 비상 보험 기금인 '사푸(SAFU)'로 손실을 메우겠다고 약속하고 직접 라이브 방송에 나서 이용자들의 질문에 답하였다. 피해자들이 끝내 보상받지 못한 마운트곡스 사태와 대비되며, 이 대응은 거래소 위기관리의 모범 사례로 회자되었다. 7년이 지난 지금 바이낸스가 또다시 사푸 기금으로 손실을 보전하겠다고 나선 것은, 그가 남긴 위기 대응의 문법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 준다.
유죄 인정, 수감, 그리고 사면
반전은 2025년 10월에 찾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사면한 것이다. 백악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암호화폐와의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비판도 거셌다. 민주당은 바이낸스가 트럼프 일가가 후원하는 가상자산 사업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에 대한 20억 달러 규모 투자를 매개했다는 점을 들어 대가성 의혹을 제기하였다.
세계 17위 부호, 그러나 숫자보다 무거운 책임
사면 이후 그는 경영 복귀 대신 다른 길을 택하였다. 2026년 4월 회고록 『Freedom of Money』를 펴냈고, 투자와 교육 사업, 각국 정부에 대한 디지털자산 정책 자문 등에 시간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산 규모도 여전히 압도적이다. 포브스는 올해 3월 그의 순자산을 1,100억 달러로 추산하며 세계 17위, 빌 게이츠보다 위에 올렸다. 정작 본인은 올해 가상자산 가격이 50% 넘게 빠졌는데 재산이 늘었다는 계산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 수치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였다.
이번 해킹은 그의 부의 원천인 바이낸스라는 거대한 금고가 얼마나 매력적인 표적인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해커가 엔지니어의 노트북을 통해 내부 서비스에 침투해 승인되지 않은 출금을 실행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보안의 허점이 결국 사람에게서 비롯된다는 교훈도 남겼다.
자오창펑의 이력은 가상자산 산업의 축소판이다. 이민자 소년의 성공 신화, 기술적 탁월함과 위기 대응 능력, 그리고 규제를 성장의 걸림돌로만 여긴 대가와 정치적 구제까지. 경영권을 내려놓았다 해도 그의 이름이 바이낸스와 분리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9조 원의 구멍 앞에서 시장이 묻고 있는 것은 결국 하나다. 2019년에 보여 준 그 신뢰를, 바이낸스는 이번에도 지켜 낼 수 있는가.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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