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리서치센터, 1990년 이후 물가·임금 반영한 연료비 분석
휘발유 1갤런 구매에 9.5분 노동…2008년 16분보다 짧아
휘발유 1갤런 구매에 9.5분 노동…2008년 16분보다 짧아
이미지 확대보기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미국 휘발유 가격이 올해 들어 47% 넘게 급등했지만 물가와 임금 수준을 반영한 실제 구매 부담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미국의 일반적인 근로자가 휘발유 1갤런(약 3.79L)을 구매하려면 약 9.5분 동안 일해야 한다. 지난 2008년에는 같은 양의 휘발유를 구매하는 데 16분의 노동이 필요했다.
미국의 여론조사·사회통계 연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과 노동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했다.
다만 올해 이란 전쟁 이후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연료비 부담은 크게 높아졌다.
◇휘발유 가격 8개월 만에 47.4% 상승…경유는 66.8% 급등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일반 무연휘발유 전국 평균가격은 이란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 2월 말 갤런당 약 2.80달러(약 3740원)였다.
이후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5월 중순에는 갤런당 약 4.35달러(약 5811원)로 정점을 기록했다.
지난달 26일 기준 평균가격은 갤런당 4.12달러(약 5503원)로 2월 말보다 47.4% 높았다.
트럭과 버스 등에 사용하는 경유 가격은 더 큰 폭으로 올랐다.
이같은 가격 상승은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이어지면서 발생했다.
에너지 가격에 대한 미국인들의 우려도 커졌다.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74%는 휘발유와 에너지 가격을 매우 우려한다고 답했다.
이는 올해 1월 43%, 7월 60%에서 크게 높아진 수치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제 문제가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연료비가 가계의 중요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휘발유 구매에 필요한 노동시간 16분에서 9.5분으로
그러나 퓨리서치센터가 물가와 임금 변화를 반영해 장기적인 구매 부담을 비교한 결과는 달랐다.
1990년 이후 미국 휘발유 가격을 현재의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가장 부담이 컸던 시기는 2008년이었다.
2008년 6월 일반 무연휘발유의 전국 평균가격은 올해 10월 화폐가치로 갤런당 6.18달러(약 8255원)에 해당했다.
같은 시기 경유 가격은 현재 가치로 갤런당 7.26달러(약 9698원)였다.
두 가격 모두 현재 수준보다 높다.
근로자가 휘발유를 구매하기 위해 얼마나 오래 일해야 하는지를 비교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지난달 미국의 일반 휘발유 평균가격은 갤런당 약 4.14달러(약 5530원)였으며 근로자의 중위 시간당 임금은 26달러(약 3만4731원)로 집계됐다.
이 기준으로 휘발유 1갤런을 구매하려면 약 9.5분 동안 일해야 한다.
이란 전쟁 이전인 올해 2월에는 필요한 노동시간이 6.3분에 불과했다.
전쟁 이후 연료비 부담이 크게 늘었지만 2008년 7월 기록한 16분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다.
퓨리서치센터가 분석한 기간에 휘발유 구매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가장 짧았던 시기는 2020년 4월이었다.
당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제활동과 이동이 급감하면서 휘발유 수요가 줄었고 1갤런을 구매하는 데 필요한 노동시간도 4.7분까지 낮아졌다.
◇경유 구매 부담은 2008년 최고치에 근접
경유는 휘발유보다 현재의 구매 부담이 2008년 최고 수준에 더 가까워졌다.
지난달 미국의 일반적인 근로자가 초저유황 경유 1갤런을 구매하는 데 필요한 노동시간은 14.4분으로 나타났다.
올해 2월의 8.4분과 비교하면 6분 늘었다.
2008년 7월 기록한 최고치는 18.8분이었다.
현재 경유를 구매하는 데 필요한 노동시간은 당시 최고치보다 짧지만 휘발유와 비교하면 과거 최고 수준과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다.
미국에서 초저유황 경유는 지난 20년 동안 일반적으로 사용돼 온 경유 규격이다.
퓨리서치센터는 초저유황 경유의 월별 가격 자료가 2007년 초부터 제공되기 때문에 해당 기간을 기준으로 비교했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 휘발유값 갤런당 6달러 넘어…지역별 격차 확대
미국에서는 거주 지역과 사용하는 연료 종류에 따라서도 휘발유 가격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지난달 멕시코만 연안 지역의 일반 휘발유 평균가격은 갤런당 3.86달러(약 5156원)로 미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이 지역에는 미국의 주요 정유시설이 집중돼 있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연료를 공급할 수 있다.
반면 캘리포니아주의 일반 휘발유 평균가격은 갤런당 6.06달러(약 8095원)로 조사됐다.
멕시코만 연안보다 갤런당 2.20달러(약 2939원) 높았다.
퓨리서치센터는 캘리포니아의 높은 휘발유 가격에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는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특별한 규격의 개질휘발유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 미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휘발유 세금과 엄격한 환경 규정, 관련 부담금이 적용된다.
다른 정유시설 밀집 지역과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로키산맥을 가로질러 캘리포니아로 연료를 공급하는 송유관이 없어 현지에서 정제하거나 선박으로 운송해야 한다.
연료 등급에 따른 가격 차이도 확대됐다.
지난달 미국에서 중급 휘발유 가격은 일반 휘발유보다 갤런당 평균 48.9센트(약 653원) 높았다.
고급 휘발유는 일반 휘발유보다 91.7센트(약 1225원) 비쌌다.
1990년대 중반에는 중급과 고급 휘발유의 가격 차이가 각각 약 10센트와 20센트에 불과했다.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개질휘발유와 일반 휘발유의 가격 차이도 커졌다.
1996년 10월에는 갤런당 약 3센트였지만 올해 10월에는 62.6센트(약 836원)로 확대됐다.
◇현재 가격과 실질 구매 부담은 다른 문제
퓨리서치센터의 분석은 미국의 연료비 부담을 현재 가격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드러낸다.
올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급등한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인 물가와 임금 변화를 반영하면 과거에 더 높은 부담을 겪었던 시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분석에는 일부 자료상의 제약이 있다.
퓨리서치센터는 올해 9월과 10월 임금 자료가 아직 확보되지 않아 두 달의 구매 노동시간을 계산할 때 8월 중위 시간당 임금인 26달러를 적용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연방정부의 업무 중단으로 물가와 임금 자료를 확보할 수 없어 해당 월의 비교 수치를 산출하지 않았다.
퓨리서치센터는 현재의 높은 연료 가격이 미국인들에게 상당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과거와 비교한 실제 구매 부담은 물가와 임금, 지역별 가격 차이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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