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방문객 12.5% 급감·주가 3년간 65% 하락…메뉴·서비스 경쟁력 약화
CEO 3년 새 4명 교체에 쇠고기값 부담…펠츠 14억달러 인수 제안에도 회생 난항
CEO 3년 새 4명 교체에 쇠고기값 부담…펠츠 14억달러 인수 제안에도 회생 난항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햄버거 체인 웬디스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업계 2위 자리를 버거킹에 내주면서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때 신선한 쇠고기와 차별화된 품질을 앞세워 맥도날드의 대표적인 경쟁자로 자리 잡았지만 메뉴 경쟁력 약화와 매장 서비스의 질 저하, 잦은 최고경영자(CEO) 교체 등이 겹치면서 소비자들이 경쟁업체로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내 기존 매장 방문객 수가 12.5% 급감하고 주가는 3년 전보다 65% 하락하면서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가 이끄는 트라이언펀드매니지먼트의 비상장화 인수 제안까지 받은 상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웬디스가 지난 18개월 동안 판매 부진과 경영 불안정으로 경쟁력을 잃으면서 맥도날드와 버거킹 등 주요 햄버거 체인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매장 방문객 12.5% 급감…6개 분기 연속 매출 감소
포춘에 따르면 웬디스의 실적 악화는 미국 내 기존 매장의 판매 감소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가장 최근 분기 미국 동일매장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감소했다. 동일매장 매출이 감소한 것은 6개 분기 연속이다.
특히 미국 매장 방문객 수는 12.5% 급감했다.
포천은 이같은 방문객 감소가 단순한 경기 부진을 넘어 기존 고객들이 웬디스를 이용하던 소비 습관 자체를 바꾸고 있을 가능성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동일매장 매출이 약 6%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판매 부진이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주가 역시 장기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웬디스 주가는 매출 증가세가 둔화하기 시작한 3년 전보다 약 65% 떨어졌다.
지난 6월에는 한때 20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웬디스는 지난 8월 올해 연간 실적 전망을 철회하고 배당금을 대폭 삭감했다. 당시 경영진은 올해 남은 기간에도 매장 방문객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버거킹 매출 8.5% 증가…웬디스 제치고 2위 탈환
웬디스가 부진한 사이 경쟁 햄버거 체인들은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버거킹은 매장 개선과 대표 메뉴 강화 전략을 통해 실적을 회복하면서 웬디스를 제치고 미국 햄버거 체인 2위에 올라섰다.
버거킹의 최근 분기 동일매장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증가했다.
버거킹은 '리클레임 더 플레임'이라는 경영 개선 계획에 따라 매장의 절반을 새롭게 단장하고 대표 햄버거인 와퍼의 제품 경쟁력을 강화했다.
그 결과 와퍼 판매액은 20% 증가했다.
맥도날드 역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웬디스만큼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맥도날드는 성장 폭이 크지 않더라도 매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프리미엄 햄버거 체인 쉐이크쉑도 최근 분기 동일매장 매출이 3.5% 증가했다.
포천은 경쟁업체들이 메뉴와 매장 환경을 개선하면서 웬디스가 잃은 고객을 확보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원가 절감하다 품질 저하…신메뉴·아침식사 전략도 실패
웬디스의 경쟁력 약화는 내부 경영전략에서도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 CEO로 취임한 밥 라이트는 8월 첫 실적 발표 전화회의에서 웬디스가 직면한 문제를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그는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만한 가성비 메뉴가 부족하고 매장 운영도 일관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용 절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식재료의 품질이 떨어졌으며 인력 부족으로 매장 서비스에도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라이트 CEO는 “웬디스가 경쟁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었던 품질 경쟁력이 약화했고 가격 대비 가치도 떨어졌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웬디스에 기대하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웬디스는 새로운 메뉴와 판촉행사를 통해 고객을 되찾으려 했지만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어린이용 메뉴인 '미니언즈 앤 몬스터즈'와 새로운 치킨샌드위치 등을 선보였으나 기대한 만큼 고객을 끌어들이지 못했다.
오랫동안 취약한 사업 분야로 꼽혀온 아침식사 메뉴 역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아침식사 운영으로 매장의 업무가 복잡해지고 비용이 늘어나면서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커졌다.
쇠고기 가격 상승도 실적에 부담을 주고 있다.
웬디스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감소했다.
◇CEO 3년 새 4명 교체…24억달러 부채도 부담
경영진의 잦은 교체 역시 웬디스의 경쟁력 회복을 어렵게 만든 요인으로 지목된다.
웬디스는 지난 5월 밥 라이트를 새로운 CEO로 영입했다.
라이트는 최근 3년 동안 웬디스를 이끈 네 번째 CEO다.
이처럼 경영진 교체가 잦아지면서 메뉴 개발과 마케팅, 매장 운영 등 장기적인 개선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라이트는 과거 웬디스에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운영 책임자로 일했으며 창업자인 데이브 토머스와 함께 근무한 경험도 있다.
이후 샌드위치 체인 팟벨리의 경영 정상화를 이끈 경력을 인정받아 웬디스로 복귀했다.
웬디스는 라이트와 함께 팟벨리에서 일했던 스티브 시룰리스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마이클 헤일런 애널리스트는 “두 경영진이 팟벨리의 실적을 개선한 경험을 바탕으로 웬디스의 메뉴와 마케팅, 매장 운영, 디지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상당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웬디스의 부채는 약 24억달러(약 3조2059억원)로 연간 회사 매출과 비슷한 규모다.
웬디스의 지난해 미국 전체 가맹점 판매액은 약 120억달러(약 16조296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대부분 가맹점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웬디스가 실제 매출로 인식하는 금액은 가맹점 매출 가운데 회사에 귀속되는 수익과 임대료, 수수료 등으로 제한된다.
◇펠츠 비상장화 추진에도 책임론…장기 정상화 불가피
웬디스의 경영난이 심화하면서 넬슨 펠츠가 이끄는 트라이언펀드매니지먼트는 지난달 28일 14억달러(약 1조8701억원) 규모의 비상장화 인수를 제안했다.
트라이언은 웬디스 지분 약 16%를 보유하고 있으며 2005년부터 장기 주주로 참여해왔다.
펠츠는 웬디스가 부채를 줄이고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상당한 규모의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트라이언은 상장기업으로서 주식시장의 단기적인 실적 압박을 받기보다 비상장 상태에서 장기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TD코웬도 저소득층 소비자들의 구매력 약화와 미국 패스트푸드 햄버거 시장의 부진을 고려하면 웬디스의 경영 정상화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웬디스 이사회는 트라이언의 인수 제안을 검토하기 위한 별도 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인수 제안을 둘러싼 주주 간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투자업체 블랙웰스캐피털은 펠츠가 웬디스 주가가 크게 하락한 시점을 이용해 인수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특히 펠츠가 오랫동안 웬디스의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만큼 현재의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포춘은 웬디스가 비상장화되더라도 메뉴와 품질, 서비스 개선을 통한 고객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라이트 CEO는 웬디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경영진이 직접 개선할 수 있는 영역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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