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물 실질금리 2.58%로 9월 초 이후 최저…성장 기대 후퇴
PGIM 경기침체 위험 10%서 최대 25%로 상향 검토…AI 투자 지속성 우려
PGIM 경기침체 위험 10%서 최대 25%로 상향 검토…AI 투자 지속성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오히려 향후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3.4%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음에도 투자자들은 주식 비중을 줄이고 미국 국채를 매수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관련 설비투자에 대한 미국 경제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우려가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 국채시장에서 향후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실질금리가 9월 초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위험도 이전보다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경제가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AI 투자 열풍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경제성장 전망을 낮추고 국채 매수를 확대하고 있다고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3분기 성장률 3.4%…채권시장은 오히려 성장 둔화에 대비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3.4%였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치 3.2%를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최근 미국 채권시장의 움직임은 높은 성장률과 상반된다.
미국 국채 투자자들이 향후 성장 전망을 낮추면서 인플레이션 영향을 제외한 실질금리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5년물과 30년물 물가연동국채 수익률도 비슷한 폭으로 하락하면서 9월 이후 이어진 국채 매도세의 상당 부분을 되돌렸다.
국채금리 하락은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투자자들이 향후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주식보다 국채의 투자 매력을 높게 평가하면서 채권 매수가 늘어난 것이다.
더블라인의 빌 캠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이 그동안 AI 투자와 중동 상황 완화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반영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시장 참가자들이 이같은 성장 기대를 다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파벳 주가 13% 급락…AI 투자 수익성에 의문 확대
투자자들의 시각이 달라진 배경에는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있다.
메타, 알파벳, 아마존, 인텔의 실적과 투자계획이 AI 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 알파벳 주가는 지난달 29일 13% 급락했다.
알파벳이 발표한 잉여현금흐름이 2004년 기업공개 이후 두 번째로 분기 기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다른 주요 기술기업들도 자본적 지출을 크게 늘렸지만 일부 사업 부문에서는 매출 증가세가 둔화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움직임 속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는 지난주 약 2% 하락하며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계속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투자에 상응하는 수익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JP모건자산운용의 프리야 미스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현재 경제지표에서 성장 둔화의 징후를 발견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미래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AI 투자에 대한 평가 변화가 곧 경제성장 전망의 재평가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AI에 대한 재평가는 성장 기대에 대한 재평가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성장, 기술 투자에 지나치게 의존"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AI 투자가 미국 경제성장을 지탱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커진 점을 우려하고 있다.
BNY인베스트먼츠의 빈센트 라인하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경제성장의 구성 자체가 우려스럽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제성장이 기술 부문 지출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같은 현상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라인하트는 "기술 부문에 비관적이지 않더라도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AI 설비투자 증가가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있지만 동시에 투자 확대가 둔화할 경우 성장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AI 기업들의 성장률 둔화를 곧바로 미국 경제 전반의 약화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제시됐다.
BNY의 제이슨 그래닛 최고투자책임자 겸 신용서비스 책임자는 지난해 AI 기업들의 성장세가 워낙 높았기 때문에 올해 같은 수준의 증가율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년 대비 성장률이 낮아지는 현상이 반드시 경제의 근본적인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경기침체 위험 10%에서 25%로…경기 과열 우려도
AI 투자 열풍은 성장 둔화 위험뿐 아니라 미국 경제가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PGIM의 로버트 소킨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경제성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향후 경기침체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경제가 과열된 뒤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상황을 주요 위험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PGIM은 내년까지 미국 경제가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가능성을 이전보다 높게 평가하면서도 경기침체 위험 역시 상향 조정했다.
소킨에 따르면 PGIM이 추정한 경기침체 확률은 올해 초 10%에서 한 달 전 20%로 높아졌다.
그는 최근 몇 주간의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이 확률이 약 25%까지 올라갔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25%는 최근 상황을 반영한 소킨의 잠정적인 판단으로 확정된 공식 전망치는 아니다.
이는 AI 투자가 성장세를 높일 수 있는 동시에 경제의 불균형이나 경기 변동 위험도 키울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를 반영한다.
◇연준 "성장 동력 특정 분야에만 집중된 것은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경제성장의 기반이 기술 부문에만 집중돼 있다는 우려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지난달 28일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일부 제한된 분야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현재의 성장세가 여러 부문에 고르게 퍼져 있다고 설명하기가 과거보다 어려워졌다는 점을 인정했다.
워시 의장은 "몇 분기 전보다 지금은 그같은 설명을 하기가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FT는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성장 전망의 변화가 아직 실제 경기지표의 둔화로 확인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다만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의 높은 성장률 자체보다 그 성장을 뒷받침하는 AI 투자 확대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에 더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채권시장에서 나타나는 실질금리 하락 역시 현재의 경기 호조에도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가 이전보다 약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경제가 AI 투자를 중심으로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는 가운데 금융시장에서는 그 성장의 지속 가능성과 경기침체 위험을 동시에 재평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