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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총선 판도 흔드는 38세 정치 신인…토지세·기본소득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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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총선 판도 흔드는 38세 정치 신인…토지세·기본소득 승부수

전직 KPMG 컨설턴트 웡, 기회당 이끌며 연립정부 구성 핵심 변수로 부상
도시 토지가치세 1.75%로 연간 최대 1458만원 기본소득 추진…집값 하락·세금 부담 논란
뉴질랜드 기회당의 치울레이 웡 대표가 지난달 17일(현지시각) 오클랜드 당사에서 자원봉사자들과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뉴질랜드 기회당의 치울레이 웡 대표가 지난달 17일(현지시각) 오클랜드 당사에서 자원봉사자들과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질랜드에서 정치 경험이 없는 38세 전직 회계·컨설팅업체 직원이 총선 결과에 따라 차기 연립정부 구성의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 4대 회계·컨설팅업체인 KPMG에서 근무하던 치울레이 웡이 지난해 온라인 채용 공고를 보고 기회당(Opportunity Party) 대표에 지원해 선출된 뒤 불과 1년 만에 주요 정치인으로 부상해서다.

기회당은 토지가치세 도입과 보편적 기본소득 지급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주택가격을 낮추고 부동산 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꾸겠다는 구상이지만 기존 주택 소유자의 세금 부담과 임대료 상승 가능성을 둘러싸고 논란도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뉴질랜드에서 오는 7일(이하 현지시각) 총선을 앞두고 여당과 야당의 지지세가 팽팽한 가운데 웡 대표가 이끄는 기회당이 차기 정부 구성의 캐스팅보트를 쥘 가능성이 있다고 1일 보도했다.

◇온라인 채용 공고로 정계 입문…1년 만에 총선 핵심 변수


피지에서 태어난 웡 대표는 KPMG 컨설턴트로 근무하던 지난해 구인·구직 사이트 시크(Seek)에 올라온 기회당 대표 모집 공고를 발견했다.

정치 경력이 전혀 없었지만 대표직에 지원했고 최종적으로 선출됐다.

웡 대표는 런던에서 약 10년간 윤리적 패션 산업에 종사했으며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지원한 스타트업에서도 일했다.

이후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돌아와 기업 활동을 이어가다가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는 크리스토퍼 럭슨 총리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방향을 급격히 바꾼 것이 정치 입문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 정책의 변화가 기업의 투자 신뢰와 장기적인 사업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목격하면서 정치에 참여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다.

웡 대표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도 기회당이 주목받는 이유로 꼽았다.

그는 럭슨 총리와 제1야당 노동당의 크리스 힙킨스 대표를 가리켜 기존 직업 정치인들이 미래에 대한 새로운 구상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회당은 경제정책에서는 중도우파 성향을 유지하면서 기후변화 대응 등 사회정책에서는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FT는 기회당이 호주의 중도 성향 무소속 정치인 그룹인 '틸스(Teals)'를 정치적 모델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여야 과반 확보 불투명…기회당 7~8석 전망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집권 국민당 중심의 연립정부와 노동당 중심의 야권이 비슷한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달 실시된 RNZ·리드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120석 가운데 럭슨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립정부는 56석, 노동당 중심의 야권은 57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회당은 나머지 7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른 여론조사업체 로이모건의 조사에서는 기회당이 8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같은 조사 결과대로라면 양대 정치 진영 모두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어려워 기회당의 선택이 연립정부 구성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뉴질랜드는 정당 득표율 5% 이상을 확보하거나 지역구에서 승리하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혼합형 비례대표제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국민당은 윈스턴 피터스가 이끄는 뉴질랜드퍼스트당과 자유주의 성향의 ACT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노동당은 녹색당과 마오리당을 주요 협력 세력으로 두고 있다.

럭슨 총리는 올해 두 차례 불신임 투표에서 살아남았으며 5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단임에 그치는 뉴질랜드 정부가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총선 승리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는 등 경기 회복 조짐도 있지만 높은 에너지 가격에 따른 물가 압력과 실업·불완전고용 문제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당의 전직 고문인 브리지트 모튼은 양대 정당에 대한 지지가 약해지면서 기회당이 정치적 동력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럭슨 총리는 기회당의 세제 개편 정책에 반대하며 총선 이후 기회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시 토지가치세 1.75% 부과…기본소득 재원 마련


기회당의 핵심 경제공약은 토지가치세를 도입해 주택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보편적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다.

기회당은 도시 지역 토지에 연간 1.75%, 농촌 지역 토지에는 0.5%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토지가치세는 건물과 토지를 합친 부동산 전체 가격이 아니라 토지 자체의 가치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기회당은 이를 통해 토지를 사들인 뒤 개발하거나 활용하지 않고 보유하는 행위를 억제하고 주택 공급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토지가치세로 확보한 재원은 기존 소득 중심의 세금 체계를 점진적으로 개편하고 보편적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기회당이 제안한 '시민소득'은 연간 최대 1만9400뉴질랜드달러(약 1458만원)다.

기존 복지급여를 대체하는 형태로 지급할 방침이다.

기회당은 이같은 조세제도 개편이 주택가격을 10~15%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전체 뉴질랜드 국민의 약 10%는 현재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토지가치세 도입에 대한 반대도 적지 않다.

노동당 출신의 헬렌 클라크 전 총리는 기회당의 세제 개편안을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토지가치세가 기존 주택 소유자에게 부담을 주고 고액 자산가의 해외 이탈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임대주택 소유자가 늘어난 세금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면 임대료가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회당 역시 임대인이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넘길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토지를 이용하지 않은 채 보유하는 데 드는 비용이 높아지면서 주택 개발과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현금 수입이 부족한 은퇴자와 농민에게는 부동산을 매각할 때까지 세금 납부를 유예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주택 소유자 부담과 청년 주거 문제 사이에서 선택


웡 대표는 이번 세제 개편을 부동산보다 사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경제구조 전환의 일환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높은 주택가격 때문에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 세대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웡 대표 자신도 주택가격이 높은 시기에 집을 구입해 상당한 주택담보대출을 안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기존 주택 소유자들의 자산가치가 줄어드는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다음 세대가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경제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경제 여건이 개선된다면 단기적인 자산가치 하락을 감수할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웡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과거 저신다 아던 전 총리와 헬렌 클라크 전 총리가 대표했던 오클랜드의 마운트앨버트 지역구에도 출마한다.

기회당은 선거운동을 위해 아던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이언 리스갤러웨이도 영입했다.

FT는 기회당의 부상이 기존 양대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과 주거비 부담, 기후변화 정책을 둘러싼 갈등을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기회당이 실제로 연립정부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총선에서 확보하는 의석과 주요 정당들의 연정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