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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세계 e스포츠 상금 '뚝'…텐센트는 투자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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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세계 e스포츠 상금 '뚝'…텐센트는 투자 '펑펑'

지난해 세계 10대 e스포츠 종목 상금 전년 대비 4.7%↓
텐센트, 왕자영요·배그 모바일·와일드 리프트에 적극 투자
2022년 세계 e스포츠 종목 별 대회 상금액 상위 10개 게임을 나타낸 표. 자료=e스포츠어닝스, 표=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세계 e스포츠 종목 별 대회 상금액 상위 10개 게임을 나타낸 표. 자료=e스포츠어닝스, 표=이원용 기자
지난해 글로벌 게임사들의 e스포츠 시장에 대한 투자가 전반적으로 둔화된 가운데 중국의 텐센트만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게임대회 상금 통계 분석 플랫폼 'e스포츠 어닝스'가 공개한 2022년 게임별 누적 상금 순위에 따르면 금액수 최상위 10개 종목의 총 누적 상금은 1억6817만달러(약 214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최상위 10개 종목과 비교하면 830만달러(약 106억원, 4.7%) 줄었다.

누적 상금 상위 10개 게임 중 전년 대비 상금이 늘어난 게임은 텐센트 '왕자영요(영문명 Arena of Valor)', 텐센트가 크래프톤의 합작 게임 '배틀그라운드(배그) 모바일, 텐센트의 핵심 자회사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 와일드 리프트' 등이 있다. 특히 '왕자영요'와 '와일드 리프트'가 전년 대비 큰 상승폭을 보였다.

글로벌 PC 게임 유통망 '스팀'으로 유명한 밸브 코퍼레이션과 프랑스 대표 게임사 유비소프트 모두 상금 규모가 다소 감소했다. 에픽 게임즈의 '로켓 리그'의 상금 규모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으나, '포트나이트'를 더한 에픽게임즈 e스포츠 종목 전체의 누적 상금은 2561만달러(약 327억원)로, 2021년과 비교하면 오히려 51만달러(약 6억원, 2%) 줄어들었다.
지난해 9위를 기록했던 라이엇 게임즈 '발로란트'는 누적 상금 612만달러(약 81억원)으로 상금 규모가 5.8% 감소했으며 순위는 11위였다. 10위 액티비전 '콜 오브 듀티: 워존'은 189만달러(약 24억원)으로 전년 대비 69.3% 급감, 순위 역시 22위로 크게 떨어졌다.

2022년 7월 열린 '왕자영요 인터내셔널 챔피언십 2022'에서 베트남의 V게이밍 선수들이 우승을 확정지은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텐센트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7월 열린 '왕자영요 인터내셔널 챔피언십 2022'에서 베트남의 V게이밍 선수들이 우승을 확정지은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텐센트

e스포츠 누적 상금은 게임 대회 자체의 규모와 더불어 게임사가 얼마나 이에 투자하는가를 살펴보는 지표다. 대회에 명시된 상금 규모만을 집계하는 만큼, 종목 자체의 인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게임방송 시청률 통계 플랫폼 e스포츠 차트에 따르면 2022년 최다 시청자 수 기준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 종목은 514만명의 'LOL'이었다. 2위는 284만명의 '모바일 레전드: 뱅뱅'이었다. 이들은 e스포츠 어닝스의 누적 상금 순위에서 각각 10위, 23위(누적 상금 184만달러)를 기록했다.

서구권 게임들의 상금 규모 축소는 곧 이들이 e스포츠 시장에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에 관해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몇 년 동안 e스포츠에 대한 저변 확대를 위한 투자가 이뤄졌지만 유의미한 시청자층 확대 등 성과는 적었다"며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확산됨에 따라 e스포츠 시장에 대한 유인이 대폭 줄었다"고 진단했다.

e스포츠 차트에 따르면 유튜브·트위치 기준 미국의 LOL 챔피언십 시리즈(LCS)가 가장 높은 최고 동시 시청자 수를 기록한 시점은 59만9813명이 집계된 2019년으로, 이후 매년 54만5571명→41만5731명→38만7072명으로 점점 줄고 있다. 최고점을 기준으로도 지난해 한국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의 역대 최다 기록인 137만4155명 대비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7월 20일 나스닥에 상장된 첫 e스포츠 기업인 페이즈 클랜의 주가는 당일 13달러에서 출발했으나 9월 들어 급락을 시작, 11월 이후로는 2달러 아래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달 3일 종가 기준 페이즈 클랜의 거래가는 1.74달러로 상장 첫날 대비 86.6%의 하락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페이즈 클랜의 지주사 '페이즈홀딩스' 주가 차트. 사진=인베스팅스닷컴이미지 확대보기
나스닥에 상장된 페이즈 클랜의 지주사 '페이즈홀딩스' 주가 차트. 사진=인베스팅스닷컴

서구권 게임사들의 움직임과 달리 텐센트는 적극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베른트 고츠만 텐센트 글로벌 e스포츠 총괄은 지난 2021년 12월 '왕자영요 인터내셔널 챔피언십(AIC)'이 마무리된 직후 "2022년부터 AIC와 왕자영요 월드 챔피언십(AWC)의 상금 규모를 총합 150만달러(약 19억원)에서 1200만달러(약 153억원)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왕자영요는 올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한 모바일 게임이다. '배그 모바일' 외에 '와일드 리프트'도 LOL을 모바일 게임으로 이식한 게임이다. 세 게임을 향한 집중 투자는 텐센트가 사측의 핵심 타깃 플랫폼인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텐센트의 이러한 움직임은 서구권 시장과 달리 아시아의 e스포츠 시장은 한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확고한 기반이 다져져있기 때문에 가능한 행보로 보인다. 일례로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던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는 '왕자영요', '배그 모바일', 'LOL' 등 8개 게임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한국 역시 e스포츠 시장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22 이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e스포츠 게임단 연간 예산의 총합은 606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대비 14.7%가 증가한 수치다.

체육업계 역시 e스포츠 업계와 연대에 나섰다. 조용만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지난해 초 아시안 게임에 관해 "e스포츠의 스포츠로서의 가치는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이에 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도 e스포츠와 협력 방안을 적극 모색 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크래프톤의 가상 인간 '위니(Winni)'가 올 11월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행사 중 깜짝 출연했다. 사진=위니 인스타그램이미지 확대보기
크래프톤의 가상 인간 '위니(Winni)'가 올 11월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행사 중 깜짝 출연했다. 사진=위니 인스타그램

'배그' IP 원작사인 한국의 크래프톤 역시 e스포츠 관련 지원에 힘쓰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6월 인스타그램에서 배그 모바일 공식 크리에이터 '위니(Winnin)'가 활동을 개시했다. 위니는 활동 개시 7달만인 4일 기준 6만7000명의 팔로워를 모으며 주목을 받고 있다.

원작 PC·콘솔 게임인 '펍지: 배틀그라운드'의 상금 규모는 전년 대비 다소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관련 지원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PGC)에선 예년과 같이 팬 참여형 상금 모금 이벤트 '픽뎀 챌린지'가 진행됐다.

또 12월 20일에는 2021년에 이어 '배그' e스포츠 신규 프로팀 공식 모집을 개시했다. 크래프톤 측은 "팀 운영비와 아이템 판매 수익 배분 등 재정적 면은 물론 브랜드 홍보·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원책으로 e스포츠 인들의 안정적 활동을 보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크래프톤 외에도 넥슨은 미국의 일렉트로닉 아츠(EA)의 '피파' IP를 활용한 '피파 온라인'과 자사 대표작 '카트라이더' 등의 e스포츠 대회를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역시 중국을 중심으로 '크로스파이어' e스포츠 대회를 지속 개최하고 있다.

콘진원의 '2022 e스포츠 실태조사' 연구를 맡은 씨앤아이리서치 측은 "프로 대회 외에도 e스포츠 산업의 근간을 이룰 아마추어 대회 활성화 등에 있어서 종목사의 투자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 근거 자료를 명확히 확보한 후 보다 아낌 없는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