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통신사 콜센터 실습생 사망사건 다룬 영화 '다음 소희'…지금은?

배두나, 김시은 주연의 영화 '다음 소희'가 8일 개봉을 앞둔 가운데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음 소희'는 춤을 좋아하는 고등학생 소희(김시은)가 이동통신사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가게 되면서 겪는 일을 다룬 영화로, 지난 2017년 1월 전북 전주에서 실제로 있었던 통신사 콜센터 현장실습생의 사망사건을 다루고 있다.
해당 콜센터는 국내 이동통신사의 하청 콜센터로 지역 내에서 인터넷, IPTV 서비스의 해지를 방어하는 일을 맡았다. 해지방어팀은 콜센터 업무 중에서도 강도가 상당히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어 당시 현장실습을 진행한 학교와 해당 통신사, 하청업체에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영화를 연출한 정주리 감독은 영화에 묘사된 콜센터에 대해 "최대한 사실적으로 담았다"고 말할 정도로 2017년 당시 콜센터의 업무환경은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영화는 특정 기업을 저격하거나 사건을 들추는 대신 10대 청소년들을 사지로 내모는 실적 중심의 시스템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정주리 감독은 "해당 사건을 접하고 영화를 준비하는 와중에 여수에서 요트에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던 현장실습생이 사망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독이 해당 사건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쓴 만큼 실제 사건도 재조명될 것으로 보인다.

사건 직후 통신사 고객센터는 "부당한 지시나 목표를 할당해 강요하지 않았다"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져 안타깝고 당황스럽다.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책을 마련하는 데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사건을 계기로 방송통신위원회는 4개 통신사의 인터넷 해지거부에 대해 집중 점검했고 문제가 됐던 통신사에 대해 과징금 8억원을 부과했다.

최근 해당 통신사 측은 해지방어 업무와 관련해 "현재는 해지방어에 대한 개념이 많이 바뀌었다. 해지를 하겠다는 고객은 주로 변심에 의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먼저 더 나은 서비스를 안내하고 그럼에도 해지를 하겠다고 하면 그때 해지를 도와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해당 통신사의 통신분쟁조정 건수는 타사 대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해당 통신사의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 전화 등 유선서비스 통신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10만명당 0.4건으로 4개사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지난해 기준 IPTV 서비스품질평가에서도 해당 통신사는 가입과 설치, 이용에서 최고점수를 받았으나 변경과 해지에서는 최하점을 받았다.

해지방어에 대해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근로환경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통신사는 지난 2018년 협력사 비정규직 1800명을 직접 고용했으며 해당 통신사의 케이블방송 자회사 역시 콜센터 근로자를 직접 고용했다.

또 2018년 10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감정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폭언이나 폭행에 대해 법적 처벌이 가능해졌고 사업자 역시 보호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했다.

여기에 AI컨택센터 개발이 확대되면서 앞으로 고객상담 업무에 대한 AI 적용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IT업계를 뒤흔든 챗GPT의 개발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전화를 통한 고객상담 업무는 AI로 빠르게 대체되는 양상이다.

이처럼 '다음 소희' 속 배경은 이미 과거의 이야기지만 영화를 연출한 정주리 감독은 실적 중심의 사회 구조를 지적하며 시스템 자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영화에서 고등학생을 전공과 무관한 곳으로 현장실습 보내야 했던 학교와 이를 방치할 수밖에 없었던 지역교육청의 현황판은 이 문제가 꽤 오래됐고 곪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사건에서 시작된 거대한 사회 시스템의 부조리를 지적하는 영화 '다음 소희'는 오는 8일 개봉한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