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은 지난해 12월 '챗봇 AI' 제미나이 기술을 발표하며 오픈AI의 GPT-4를 뛰어넘는 성능을 선보였다. 제미나이는 문장뿐만 아니라 이미지, 동영상, 음성 입력에 대응하는 멀티모달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제미나이의 데모 영상이 실시간 동작을 담은 것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또한, 성능뿐 아니라 상업적 활용 시 비용, 에너지 소비량 등 AI의 실용성을 평가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의 강점은 TPU(Tensor Processing Unit의 약자로, 인공지능(AI) 연산에 특화된 반도체)를 활용한 시스템 최적화다. 구글은 타사보다 15년 앞서 TPU를 활용하기 시작해 AI 처리에 최적화해 왔다. TPU와 제미나이의 능력을 각각 최대로 끌어낼 수 있다면, 에너지 효율이 높아져 비용과 환경 부하를 줄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AI 반도체 개발에 참여하며 수직 통합을 추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개방형 AI 진영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수직적 통합이 관건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23년은 생성 AI를 둘러싸고 첫 개발자 회의와 CEO 샘 올트먼 해임 파동으로 주목받은 오픈 AI가 주축이 된 한 해였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개방형 AI 기술을 접목한 기업용 서비스 등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애플은 생성 AI 전략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 8월 실적 설명회에서 "생성 AI를 포함한 광범위한 AI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장면이 있긴 했지만, 정책이나 구체적인 서비스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자사 채용 홈페이지에서 생성 AI 관련 기술자와 연구원을 모집하고 있어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애플의 부상을 유력하게 점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애플은 AI 모델, 반도체, 클라우드, 그리고 스마트폰을 통해 얻는 데이터를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생성 AI 서비스의 상류부터 하류까지 타사에 의존하지 않고 완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애플은 주력인 스마트폰과 PC용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 이를 탑재한 단말기에서 빠르게 작동하는 '온디바이스' 생성 AI 서비스나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매번 클라우드와 데이터를 주고받을 필요가 없어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고, 애플이 중시하는 사용자 프라이버시 보호가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 전기 기술의 중심이 된 전기자동차(EV)는 자체적으로 최적의 배터리를 내재화하는 강점을 살리고 소프트 컨트롤도 결합해 EV의 경쟁력으로 연결한 미국 테슬라, 중국 비야디(BYD) 등 신흥 세력이 보급 초기 시장을 주도했다.
AI에서는 애플, 구글, 아마존닷컴 등 기존 기술 대기업들이 수직계열화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폐쇄적인 생태계를 만들면 '독과점'이 문제시될 위험이 있고, 누구나 이용하고 수정할 수 있는 오픈소스 AI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은 개방형 AI와 수직적 통합을 앞세운 세력들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AI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