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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왜 계속 미뤄지나…‘보행’ 진보했지만 ‘손’ 여전히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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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왜 계속 미뤄지나…‘보행’ 진보했지만 ‘손’ 여전히 난제

지난 9월 10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국제서비스무역박람회(CIFTIS)에서 레주로보틱스가 선보인 인간형 로봇을 관람객들이 촬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9월 10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국제서비스무역박람회(CIFTIS)에서 레주로보틱스가 선보인 인간형 로봇을 관람객들이 촬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개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단순히 팔이 달린 산업용 로봇이나 바퀴형 물류 로봇과 다르다. 두 팔과 두 다리를 갖춘 인간과 유사한 신체 구조를 바탕으로 사람의 생활·노동 공간에서 범용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은 주기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아왔다. 매번 더 부드러운 보행과 향상된 균형 감각, 자신감 넘치는 상용화 일정과 함께 등장했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다르다. 보행 능력은 눈에 띄게 진보했지만 물건을 집고 다루는 ‘손’의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난제로 남아 있다.

기술 전문매체 클린테크니카는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을 “핵융합 에너지와 닮은 분야”라고 평가하며 “과학적 진전은 분명하지만 마지막 상용화 장벽은 예상보다 훨씬 깊다”고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보행은 해결됐지만, 일은 아직이다


클린테크니카에 따르면 로봇공학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술적 진전은 이동 능력이다. 이족 보행 로봇은 걷고 뛰며 충격을 회복할 수 있고 사족 보행 로봇은 험지를 넘나든다. 바퀴와 다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연구실과 기업 현장에서 빠르게 발전했다. 이런 성과는 서구와 중국 연구진 모두에서 확인된다.

그러나 이동은 작업의 전제일 뿐 작업 그 자체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제 생활 공간과 사업 환경은 이동보다 ‘조작’이 중심이다. 문을 열고, 물건을 집고, 도구를 다루는 일이 핵심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이 단계에서 진전 속도가 급격히 느려진다는 점이라고 클린테크니카는 지적했다.

◇ 인간의 손, 로봇이 넘기엔 너무 복잡한 장벽


정교한 조작은 로봇공학의 최대 난제로 남아 있다. 인간의 손은 힘 조절과 촉각 피드백, 유연성, 즉각적인 반사 조정이 결합된 생물학적 시스템이다. 반면 로봇은 접촉 이후에야 정보를 얻는 촉각의 한계와 표준화되지 않은 데이터 문제에 직면한다.

산업용 로봇이 구조화된 환경에서 성공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위치와 대상이 고정된 상황에서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가정이나 일상 공간처럼 변수가 많은 환경에서는 작은 차이만으로도 실패가 발생한다. 관절과 센서를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 이유다. 조작은 밀리초 단위의 감각·제어·학습이 동시에 작동해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 기술보다 더 높은 벽은 ‘신뢰성과 경제성’


문제는 성능만이 아니다. 정교한 조작 능력은 기계적 복잡성을 급격히 높이고 이는 곧 고장 가능성과 유지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자유도가 늘어날수록 고장 지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평균 고장 간격(MTBF)은 복잡해질수록 짧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MTBF는 장비나 시스템이 한 번 고장 난 뒤 다음 고장까지 평균적으로 얼마나 오래 정상 작동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를 말한다.

이런 현실이 인간형 로봇이 연구 성과를 넘어 상품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이유라고 클린테크니카는 지적했다.

독립적인 스타트업으로 출발했으나 여러 차례 인수를 거쳐 현재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가 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이족 보행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확보했지만 실제 수익 모델은 인간형이 아닌 특정 작업용 로봇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역시 시연 영상과 달리 아직 상업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클린테크니카는 “결국 성공한 로봇은 범용이 아니라 특화형이었다”고 지적했다. 로봇청소기, 창고 물류 로봇, 산업용 협동 로봇은 명확한 범위와 안전 조건 속에서 가치를 입증했다. 인간형 로봇이 여전히 ‘조금 뒤’에 머무는 이유는 기술 낙후가 아니라 마지막 단계에서 요구되는 신뢰성·안전성·경제성의 문턱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