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불고 있는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1990년대 말 닷컴 붐과 유사해 보인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다르다는 분석이 나왔다.
AI 산업은 다국적 대기업들이 실제 수익 기반 위에서 주도하고 있고 기술 성숙도나 사용자 기반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분석기사에서 “AI 열풍이 거품 끝에 붕괴된 지난 1990년대 말의 닷컴 붐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번엔 명백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당시 닷컴버블은 기업 대부분이 수익모델 없이 투자금만 끌어모았던 반면, 최근의 AI 붐은 실질적인 서비스와 수익 창출이 가능한 기업들이 중심이라는 것이다.
◇ 투자 집중도는 비슷하지만…기업 체력은 완전히 달라
2000년 닷컴버블 당시에는 전체 벤처투자의 80%가 인터넷 기업에 집중됐고 올해는 AI 관련 기업이 64%를 차지했다. 겉으로는 유사한 흐름이지만 버블 주체가 된 기업의 체력은 전혀 다르다는 얘기다.
AI 시장의 핵심 기업인 엔비디아는 현재 시가총액 4조5000억 달러(약 6646조5000억 원)에 이르며 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들도 대규모 AI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기업은 자체 수익과 사업 기반을 갖고 있어 1990년대 후반 ‘아이디어만 존재했던’ 닷컴 기업들과는 거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역시 “AI 투자 기업들은 실질적인 수익과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며 “닷컴버블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 “AI는 곧바로 가치 창출…닷컴 시대와 차원 달라”
벤처투자자 벤 호로위츠는 “1996년 넷스케이프는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했지만 전체 인터넷 이용자는 5000만명에 불과했다”며 “기술도, 네트워크도, 하드웨어도 미성숙했던 시대”라고 회고했다.
그는 “AI는 ‘컴퓨터’ 그 자체로, 도입 즉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AI 제품들은 출시 직후부터 매출을 올릴 수 있을 만큼 즉효성이 있다”는 것이다.
◇ 일반 대중과는 거리 있어…“엘리트 중심 기술”
AI 산업은 기술 엘리트 중심으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대중적 투자 열풍’이었던 닷컴버블과는 다르다. 일반 창업자들이 쉽게 뛰어들던 닷컴 시기와 달리 현재 AI는 소수 기업의 인재 쟁탈전으로 양상이 좁혀져 있다. AI 관련 .ai 도메인을 가진 기업은 97만 개에 이르지만 실제로 작동하는 기업은 극히 일부라는 지적도 나온다.
AI 투자 분석업체 리플렉시비티의 공동창업자 주세페 세테는 “AI의 기술 채택 속도는 과거 인터넷의 15~60배에 달한다”며 “이번은 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규제 장벽 없고, 정부도 적극적…환경 자체가 달라
정책 환경도 차이를 만든다. 1990년대 클린턴 행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AI 기술을 미래 핵심 산업으로 보고 규제보다는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업 간 과도한 투자금 순환이나 수익 부풀리기 등 과거 닷컴 시기의 폐해가 AI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지만 아직은 과열 징후보다 성장 기대감이 더 크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벤 호로위츠는 “버블은 사람들이 ‘가격이 절대 떨어질 수 없다’고 믿을 때 발생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모두가 버블을 걱정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가 아직 버블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징후”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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