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10~12월)기업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전국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3년 4분기 기업자금사정지수'를 조사한 결과를 10일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4분기 기업자금사정지수는 기준치(100)를 밑도는 '92'로 집계됐다. 2011년 3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기준치를 밑돌았다.
기업자금사정지수(FBSI : Business Survey Index on corporate Finance)는 기업들의 자금흐름을 수치화(0∼200)한 것이다. 100을 넘으면 전 분기보다 해당 분기의 자금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기업들은 자금사정 악화를 예상하는 이유로 '매출 감소'(4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제조원가 상승'(24.7%), '금융기관 대출 곤란'(15.6%), '금융비용 부담 증가'(8.3%), '시설·기술 개발 투자 확대'(4.3%), '신규 고용 확대'(2.1%) 등의 답변이 뒤따랐다.
'주식'(101), '은행'(100)을 제외한 '제2금융권'(98), '기업어음'(97), '회사채'(96)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상의는 "신용등급이 낮은 비우량 기업의 회사채 발행여건이 어려워지고 있어 조선해운 등 일부 업종에서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기업규모별로 살펴보면 지속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대기업(101)은 4분기 자금사정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매출 부진에 따른 영향이 크고 외부자금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91)은 자금사정이 여전히 좋지 않을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는 "최근 일부 대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지만 대기업의 경우 현금수입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현금흐름 보상비율이 지난 2분기 64.3%로 전년 동기(53.8%) 대비 10%p 상승할 정도로 자금흐름이 양호하고 주식, 유보금 활용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금조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중소기업은 낮은 신용도 때문에 주식, 회사채 등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미미해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 자금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 올해 1~8월 중소기업의 일반 회사채 발행실적은 3건에 200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금액이 37.5% 줄었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103)과 '석유·화학'(101)의 자금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기계·금속'(97), '자동차·부품'(96), '철강'(94), '섬유·의류'(92), '조선·해운'(91) 등은 기준치를 밑돌았다.
내년 자금사정 전망과 관련 '금년과 비슷한 수준'(41.3%)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다소 개선될 것'(26.8%), '다소 악화될 것'(18.6%) 등의 순이었다.<뉴시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최근 내수 출하 증가, 투자지표 개선 등 경기 회복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자생력이 약한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나쁘다"면서 "매출이 늘어도 당장 필요한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흑자 도산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금융권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기업 스스로도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