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사내 유보금을 투자·고용 여력으로 연결은 안 돼”
정책 총동원 특혜 줬어도 ‘낙수효과’ 없다… 총자산 중 현금성 자산은 9% 불과
“기업 소유지배구조 규제 강화는 오히려 투자·일자리 줄이는 부작용만” 주장
20대국회가 재벌개혁을 추진한 배경에는 기업 특혜의 ‘낙수효과’가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측면도 크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4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 동안 정부가 조세·금융·환율 정책을 총동원해 투자를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대기업 지원을 해왔지만 낙수효과는 없었고 양극화만 심화됐다”고 말했다.
이는 각종 특혜로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은 계속 쌓여가는 데 반해 투자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말 기준 가계부채는 1200조원을 넘어 개인 부채 상황은 더욱 나빠졌지만 3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754조원에 이른다. 수치만 보면 가계와 국가는 채무에 시달리고 있는데 대기업의 배만 불렸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특히 노동계는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에 이어 환수특별법을 제정해 사내 유보금을 환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는 사내 유보금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투자·고용 여력이 있다고 왜곡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사내 유보금은 기업 이익 중 외부에 배당한 후의 금액을 통칭하는 것으로 기업은 이를 공장·기계 투자 등 경영활동에 사용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돈을 쌓아뒀다는 얘기는 사내 유보금 중 현금성 자산을 의미하는데 우리나라 비금융 상장사(2012년 기준)의 총자산 대비 현금성 자산 비중은 9.3%로 G8 22.2%, EU 14.8% 등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경련 조사에서 지난 2014년 말 기준 30대 그룹의 사내 유보금은 683조원에 이르지만 이 중 현금과 단기금융상품을 모두 포함한 현금성 자산은 118조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사내 유보금 증가를 투자와 고용 여력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맞지 않다고 주장하는 근거를 이렇게 설명한다.
예를 들어 직장생활 20년차인 A씨가 매월 말 월급통장에서 생활비로 쓰고 남은 돈을 다른 예금통장에 예치했다고 치자. 20년 동안 별도 예금통장으로 예치한 총액을 확인해 보니 3억원이 됐다. 하지만 현재 3억원은 모두 현금으로 갖고 있지 않다. 중간에 자동차도 사고 시골의 땅도 조금 사 두고 전세금을 올려 주는 데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장에는 3000만원 뿐이다. 그런데 아들이 외국 유학을 보내달라고 한다. 아들은 “아빠는 예금통장에 3억원이나 갖고 있지 않느냐”며 졸랐다. A씨로선 현금이 3000만원뿐이고 노후자금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전경련 관계자는 “A씨와 30대 그룹이 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며 “A씨가 별도 예금통장으로 예치한 3억원처럼 30대 그룹도 사내 유보금 754조원 가운데 대부분을 투자에 썼는데 노동계는 사내 유보금 전체에 과세 및 환수조치를 하자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전경련은 기업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규제 강화가 정작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보다 부작용만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경제민주화 이후 순환출자와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이 크게 감소하는 등 기업 소유지배구조가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임원보수공시 강제 등 기업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규제는 점차 강화됐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부가 인위적이고 획일적인 소유지배구조를 강요하면 기업이 투자에 쓸 자금을 지배구조 개편에 쓰게 돼 투자가 줄고 일자리도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