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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진에어 ‘꿩 대신 닭’…좌석 뜯고 화물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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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진에어 ‘꿩 대신 닭’…좌석 뜯고 화물 싣는다

B777 여객기 개조해 화물 수송 개시
좌석 덜어내고 화물 10톤 추가 적재
발상 전환으로 코로나 위기 극복 나서

대한항공은 지난 8일 보잉 777(B777-300ER) 기종에 대해 개조 작업을 완료하고 미국으로 첫 운항을 시작했다. 좌석 철거 후 화물 적재가 완료된 객실 모습. 사진=대한항공이미지 확대보기
대한항공은 지난 8일 보잉 777(B777-300ER) 기종에 대해 개조 작업을 완료하고 미국으로 첫 운항을 시작했다. 좌석 철거 후 화물 적재가 완료된 객실 모습.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여객기 좌석을 철거해 화물을 더 싣는 발상의 전환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한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8일 보잉 777(B777-300ER) 기종에 대해 개조 작업을 완료하고 미국으로 첫 운항을 시작했다. 이날 오후 10시 인천공항을 이륙한 대한항공 화물기(KE9037편)는 현지시간 8일 오후 10시 미국 오하이오주(州) 콜럼버스 리켄베커 공항에 도착한다.
대한항공은 화물기 투입을 위해 이달 1일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아 여객기 2대를 개조했다. B777-300ER 기종은 기체 아래 화물을 싣는 공간에 약 22톤을 적재할 수 있다. 여기에 승객이 탑승하던 객실 좌석 269석(프레스티지 42석, 이코노미 227석)을 제거해 10.8톤을 추가로 싣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여객기에 화물을 싣도록 개조하는 작업은 복잡한 배선을 제거하고 화물 고정 장치를 설치해야 하는 등 상당 수준의 기술 검토와 역량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저비용 항공사(LCC) 진에어도 다음 달 중순 대형 항공기 B777-200ER 1대를 화물기로 개조한다. 국내 LCC 중에서는 진에어가 처음으로 여객기를 화물기로 바꾼다.

진에어는 우선 이달 9월 30일부터 5일간 이어지는 추석 연휴까지 해당 항공기를 여객기로 운항하고 연휴가 끝난 뒤 본격적인 개조 작업에 착수한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에 항공기 개조에 대한 승인을 요청할 예정이다. B777-200ER 기종은 화물칸 15톤, 객실 10톤을 합쳐 총 25톤의 화물을 운송할 수 있다.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꿩 대신 닭’ 전략은 코로나19로 국제선 여객기 운항이 대부분 중단된 상황을 타개할 묘수로 평가된다.

대한항공은 이미 여객기 하부 화물칸을 활용해 물류시장 수요에 대응해 왔다. 지난 6월부터 여객기 좌석 위에 별도로 안전장치를 설치한 뒤 화물을 수송 중이다. 대한항공이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하늘길을 탄 화물만 월 평균 1만 2000여 톤, 횟수로는 월 평균 420회에 달한다.
이러한 역발상 덕분에 대한항공은 지난 2분기 항공업계가 최악의 실적을 거둔 속에서도 영업이익 1485억 원을 거두는 성과를 이뤘다.

진에어는 2분기 596억 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4분기가 시작하는 10월부터 여객기를 개조한 화물기를 본격적으로 운항하면 적자폭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성상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