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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머티리얼즈 새주인은 누구…인수전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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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머티리얼즈 새주인은 누구…인수전 뜨거워진다

LG화학‧롯데케미칼 인수 유력 후보 부상
SK 장고‧포스코는 불참… GS는 ‘손사래’
관건은 자금…인수 후 조단위 투자 해야
일진머티리얼즈가 생산하는 일렉포일(동박). 사진=일진머티리얼즈이미지 확대보기
일진머티리얼즈가 생산하는 일렉포일(동박). 사진=일진머티리얼즈
동박 시장이 전환점을 맞았다. 일진머티리얼즈가 매물로 깜짝 등장하면서 업계 판도에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그만큼 일진머티리얼즈가 동박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1988년 일렉포일(동박) 핵심기술을 개발, 국산화에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34년 동안 동박 기술 발전과 사업 확대에 주력해왔다. 명실상부 국내 대표 기업으로 불렸고, 세계 점유율 4위에 손꼽혔다.

따라서 일진머티리얼즈의 운명은 국내 동박 시장의 미래를 좌우한다. 뿐만 아니다. 배터리 소재 업체들에겐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동박은 음극재를 감싸는 얇은 구리막으로,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다. 전자가 이동하는 경로이면서, 배터리에서 발생한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전기차 한 대당 40kg가량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전 흥행은 예고됐던 바다. 14일 업계에서 꼽은 유력 후보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다. 두 기업 모두 풍부한 자본력으로 배터리 핵심 소재 사업 확대를 추진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LG화학이 인수에 성공하면, 동박을 신사업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사업을 키워 배터리 소재의 수직계열화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생산 동박의 절반 이상을 LG에너지솔루션의 경쟁사인 삼성SDI에 공급해왔다. 동박 내재화와 위험 부담이라는 갈래길에서 LG화학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도리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등 4대 소재 사업에 모두 진출할 계획으로 밝힌 만큼 인수에 성공한다면 동박까지 사업 확대가 가능하다. 동박에 대한 관심은 솔루스첨단소재를 인수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의 출자자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배터리 소재 분야에 4조원 규모 투자, 연매출 5조원 달성이 목표다.

두 기업 이외 매각주간사 씨티글로벌마켓증권에서 투자설명서를 발송한 인수 후보군에는 대형 사모펀드도 포함됐다. 칼라일그룹, TPG,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유럽의 화학기업들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당초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던 SK그룹은 거리를 두고 있다. 세계 동박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SK넥실리스가 그룹 계열사인 SKC의 자회사다.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면 시장 장악력을 높이며 쇄기를 박을 수 있다. 하지만 독과점이 우려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참전에 망설이는 이유다. 포스코는 불참을 선언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지난 9일 철의 날 행사에서 "인수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GS그룹의 인수 타진 가능성이 제기됐다. 배터리 양극재를 생산하는 코스모그룹이 GS그룹의 방계 회사다. 배터리 소재 사업에 대한 허태수 회장의 관심도 높다. 지난해 5월 주요 경영진들과 함께 코스모그룹의 양극재 공장을 방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화제를 불렀다. 때문에 GS그룹이 코스모그룹에 투자금 지원 방식으로 신사업을 확대하는 게 아니냐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이에 대해 GS그룹 측은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업계의 관심은 여전하다.

인수전의 관건은 '돈'이다. 매입가만 시가 총액(3조6566억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해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인수 이후에도 조 단위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동박이 인력 대신 대규모 설비가 필요한 장치산업이라는 점에서 자금이 계속 투입돼야 생산능력을 키워갈 수 있다. 반면 현금화 속도는 느리다. 자금력이 뒷받쳐 주지 않으면 사업을 영위해 나갈 수 없는 것이다.

실제 일진머티리얼즈도 자금이 목마른 상황이다. 현재 4만t(익산공장 2만t, 말레이시아 공장 2만t)의 생산능력 오는 2025년까지 20만t 이상 확보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사모펀드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스틱)로부터 1조원의 투자금을 유치해 말레이시아공장 증설과 스페인 등 유럽에 공장 건설을 추진해왔다. 북미 진출도 검토 중이다. 이르면 올해 생산거점을 확정하고 신규 투자 계획을 공개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일진머티리얼즈 입장에선 시장 수요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지만, 인수를 검토하는 기업에겐 부담스러운 요소다. 이날 업계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스틱은 해외 생산기지가 모두 완공되면 자회사의 콘트롤타워격인 IMG테크놀로지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이었다.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된 스틱의 향후 행보가 인수전의 또 다른 변수가 됐다.

물론 동박 사업의 성장성은 높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전 세계 동박 수요가 2021년 26만5000t에서 2025년 74만8000t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40% 이상이다. 이에 따라 시장 규모도 2025년에는 1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2018년 1조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빠른 성장세다. 여기에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는 만큼 동박 수요나 시장 규모의 오름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시장의 이 같은 흐름에서 일진머티리얼즈는 매력적인 매물이다. 5년 전 개발한 차세대 이차전지용 동박은 기존과 같은 무게·부피를 유지하면서도 고온·고압을 견디고 배터리 용량·출력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기업뿐 아니라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인 CATL과 BYD, 폭스바겐 관계사인 스웨덴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 등이 주요 고객이다.

일진머티리얼즈 매각을 추진하는 일진그룹은 늦어도 내달 예비입찰을 진행한 뒤 오는 8월 중 본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속전속결이다. 계획대로 8월 내 인수자가 결정되면 통상 6개월이 소요되는 매작 작업을 3개월 만에 끝낸 셈이다.


소미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nk254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