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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vs LG, 막오른 분리막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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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vs LG, 막오른 분리막 전쟁

SKIET, 축차연신-CCS 독자 개발 기술로 시장 선두
LG화학, 글로벌 3위사 도레이와 손잡고 사업 재개

SK아이이테크놀로지에서 생산되는 분리막의 모습. 사진=SK아이이테크놀로지이미지 확대보기
SK아이이테크놀로지에서 생산되는 분리막의 모습. 사진=SK아이이테크놀로지


이차전지 인력 유출을 두고 국제적 갈등을 빚었던 LG와 SK가 이번에는 이차전지 핵심 소재 가운데 하나인 분리막을 두고 경쟁을 본격화 한다.
분리막(membrane)은 양극과 음극 혼합물로부터 선택적으로 특정성분을 분리할 수 있는 물리적 경계층(barrier)을 말한다. SK온을 지원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분리막 시장에서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며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의 모기업 LG화학은 7년 만에 분리막 사업을 재개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16일 일본 도레이와 합작으로 헝가리에 분라막 생산법인을 공식 출범시켰다. ‘LG 도레이 배터리 분리막(LG Toray Hungary Battery Separator Kft)’이란 사명을 채택한 신설법인은 총 6217억원(총 투자금 1조원)을 투자해 연간 8억㎡ 이상 생산 규모의 공장 등 인프라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완공 시점은 2028년이다. 그 해까지 헝가리 공장을 포함한 국내외 생산설비 확충으로 연간 15억㎡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게 LG화학의 구상이다.

이로써 LG는 외부 조달에 의지했던 분리막 소재를 자급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분리막 사업은 배터리 업체들의 숙원 과제로 평가된다. 배터리의 안정성을 높이는 소재로,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에서 '벽' 역할을 하며 충돌을 막는다. 이를 통해 발열과 화재를 예방한다. 분리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안정성이 떨어지고, 배터리 수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전기차 시장 급성장에 따른 수요 증가와 함께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만큼 사업 전망도 밝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이차전지가 자주 사고가 발생한 이유도 분리막 소재의 안정성 때문이었는데, 이번 도레이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안정적인 소재를 공급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는 이차전지 사업에서 LG에 뒤지는 모습이지만 분리막 사업은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SK그룹의 분리막 전문 계열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글로벌 분리막 시장에서 26.5%의 점유율을 차지, 일본 아사히카세이(23.7%), 도레이(23.6%)를 따돌리고 업계 1위를 차지했다.

SKIET는 2007년 세계 처최초로 ‘축차연신’ 기술을 개발하는 등 분리막 부문에서 독보적인 위상에 올랐다. 축차연산 기술은 분리막 제조 공정에서 해당 기술을 적용하면 좌우와 상하로 각 한 번씩 늘릴 수 있다. 사방으로 한 번에 잡아당기는 기존 기술(동시연신)로는 규격(두께) 변화가 어려웠지만 이 기술 개발로 배터리 제조사가 원하는 스펙에 맞춰 양산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2010년 개발한 세라믹 코팅 기술(CCS)은 분리막의 변형을 최소화해 안정성을 높였다.

SKIET는 이러한 기술을 고안해 상업 생산에 적용한 뒤, 회사 분리막 소재를 장착한 SK온 등 이차전지 배터리 업체의 제품이 화재 사고를 발생한 사례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차전지 종주국으로 불리는 일본 업체들을 제칠 수 있었던 배경이다.
SKIET는 확고한 자리매김을 위해 공장 증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계획대로 2024년 모든 공장이 완공되면 충북 증평, 중국 창저우(3공장), 폴란드 실롱스크(4공장)에서 총 8개 공장이 양산에 돌입하게 된다. 이로써 생산능력은 2025년 40억㎡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SKIET는 향후 폴란드 공장을 발판으로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이차 전지 업계는 SK가 주도하고 있는 분리막 사업에 LG가 도전장을 내면서 향후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소미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nk254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