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LSI 분리론 제기되지만 내부 저항과 문화 요인이 걸림돌

◇ 파운드리 어려움과 분리 논리
삼성 반도체 사업부는 현재 여러 어려움에 놓여 있다. 삼성 파운드리는 첨단 공정 제조 주문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고도 놀고 있는 설비를 안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삼성 LSI 사업부는 반도체 설계 일을 맡고 있지만, 엑시노스 2500 공급 문제로 모바일 사업부가 갤럭시 S25 시리즈에 퀄컴의 스냅드래곤 8 엘리트를 쓰는 일이 생겼다.
엔비디아의 고대역폭메모리 3E 칩 승인을 받으려는 삼성의 노력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 같은 경쟁사들이 주요 공급업체로 떠오르면서 삼성이 놓친 수익 기회는 수십억 달러에 이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 LSI와 삼성 파운드리를 따로 법인으로 나눠야 한다는 제안이 계속 나오고 있다. 삼성 파운드리가 엔비디아나 퀄컴 같은 팹리스 칩 설계업체를 위해 칩을 만들 때, 이들 기업은 민감한 자료와 설계도를 나눠야 한다. 두 사업부가 한 법인 아래 있는 한, 파운드리에서 LSI로 정보가 새어나갈 가능성에 대한 걱정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분리론의 핵심 논리다.
알려진 정보 유출 사례는 없지만, 이런 걱정 때문에 칩 설계자들이 삼성 파운드리 대신 TSMC를 선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실제로 퀄컴 같은 회사들은 삼성 파운드리에서 만든 칩을 계속 써왔고, 같은 해 삼성 엑시노스와 직접 겨루는 스냅드래곤 칩셋도 있었다.
삼성증권도 같은 견해를 내놨다. 파운드리를 따로 사업부로 떼어내 미국 주식시장에 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해가 엇갈린다는 남은 의심을 없애는 것 말고도, 이런 움직임은 미국 나스닥에 오른 파운드리에 돈벌이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업공개는 회사가 수십억 달러 돈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되며, 이를 통해 사업에 더 투자하고 미국 안 제조 시설을 늘릴 수 있다.
◇ 문제는 이재용 회장의 분명한 반대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미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해 말 언론과의 만남에서 삼성이 사업부를 떼어내는 데 관심이 없으며, "사업을 키우는 데 굶주려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재벌 또는 가족이 소유한 대기업에서 주요 결정이 이뤄지는 방식을 생각할 때, 이재용 회장이 분명한 뜻을 밝힌 상황에서 분할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서구의 경영진과 달리 언론에 거의 말하지 않는 이재용 회장의 발언은 그만큼 더 큰 무게를 갖는다는 평가다.
삼성글로벌리서치의 경영진단실은 올해 초부터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왔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내부 감사가 끝났으며, 이 부서의 앞날에 대한 결정이 곧 내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지 해결책으로는 엑시노스 사업부를 LSI에서 떼어내 모바일 사업부로 합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다른 제안은 LSI가 MX와 완전히 합치는 것이지만, LSI의 최근 돈 잃은 것을 생각할 때 MX가 그다지 바라는 것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결국 모바일 부문의 돈벌이 성과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한편 삼성이 밖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는 거대 기업이라는 점도 분할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전략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 시도한 행동주의 투자자들도 실제로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삼성전자 내부 관점에서는 파운드리 고객의 영업 비밀이 절대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견고한 실적을 보여줬기 때문에, 앞날에 대한 걱정은 근거가 없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또한, 칩 설계업체들의 선택권이 제한돼 있다는 점도 생각할 요소다. TSMC에서 충분한 생산 능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팹리스 칩 설계업체에게 삼성은 첨단 공정 기술에서 대규모 칩 생산이 가능한 유일한 대안으로 남아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