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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뛰어 넘는다” 처음으로‘성장’ 제시한 장세욱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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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뛰어 넘는다” 처음으로‘성장’ 제시한 장세욱 부회장

철강업계 관행 파괴, 제조업 넘어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 꿈꿔
2015년부터 7월 7일 창립 기념사 발표, ‘사람 중심 혁신’ 추진
‘뉴 동국제강’ 위한 기반 마련했다는 자체 평가 끝에 나온 의지
지난 6일 중구 수하동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열린 동국제강 창립 68주년 기념 행사에서 장세욱 부회장(왼쪽)이 20년 장기근속 직원에게 상패를 전달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동국제강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6일 중구 수하동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열린 동국제강 창립 68주년 기념 행사에서 장세욱 부회장(왼쪽)이 20년 장기근속 직원에게 상패를 전달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동국제강
“앞으로 철강사는 컨테이너 박스에 설비를 싣고 다니며 제품을 필요로 하는 현장을 찾아가 만들어 준 뒤,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컬러강판 ‘럭스틸’이 동네 골목 지물포 가게에서 벽지처럼 팔리는 날이 올 것이다.”

수년 전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 기자들에게 들려준 수 많은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다. 철강업계는 전 산업계 가운데에서도 군대에 버금갈만큼 유독 규율이 엄격하다. 뜨거운 쇳물을 만들고, 쇳물로 강판을 만드는 과정에서 한 순간 직원이 아주 사소한 실수만 저지르면 사상은 설비의 고장 등 대형 사고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긴장감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숙명에 따른 것이다.

상명하달식 조직체는 철강산업을 대표하는 문화다. 오랜 기간 현장에서 경험을 쌓으며 승진한 상관은 정확한 지시를 내리고, 지시를 받은 직원들은 이를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 오너와 전문경영인을 가리지 않고, 세대와 세대간 질서도 정확히 지킨다. 철의 날 기념식 등 철강인들의 행사장 현장을 가보면. 맨 앞자리는 업계 최고 어른들이 자리하고, 이어 다음 세대, 한 두 줄 뒤에는 다음다음 세대가 모여 있는다.
이런 철강업계의 문화 속에서 장 부회장은 독특한 철강인이다. 정장 대신 캐주얼 복장을 즐기며 백팩을 매고 다니는 그는 임직원들에게도 복장 자율화를 ‘강요’했다. 국민의례를 연상하는 철강업계의 행사 관행을 깨고, 짧은 팔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에 이어 마이크를 끼고 무대를 돌아다니면서 프리젠테이션 하듯 설명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철강업계의 빌 게이츠’라고 부르기도 했다. 사무실 인테리어를 바꾸면서, 서서 일할 수 있는 책상을 들여왔고, 각 책상의 주인을 없애 직원들이 원하는 자리를 골라 앉아서, 또는 서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업무 시간에도 임원 못지 않게 직원들을 찾아가서 대화하고, 점심시간 또는 퇴근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직접 연럭해 번개 자리를 갖는게 낙이라고 한다. 회사의 중요한 기념일에는 임직원들에게 문자 인사를 보내기도 한다.

육군사관학교(41기)를 졸업해 소령으로 예편한 ‘군인 출신’ 기업가라는 편견과는 전혀 맞지 않는 모습이다. 장 부회장이 파격을 이어가는 이유는 철강업도 제조업을 넘어 솔루션 기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직원들의 창의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철강업체니까 철강의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전자업계, 또는 인테리어 업계 등 타 업종의 시각에서 보는 철강제품에 대한 요구와 새로운 수요처 등을 자유롭게 고민하고 이를 실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인 듯하다. 동국제강 입사 후 주로 경영전략을 입안하고 신사업 발굴에 치중한 경험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장 부회장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러한 경영관을 설파했는데, 이를 종합적으로 살펴 볼 수 있는 대목이 동국제강 창립 기념사다. 회사의 생일은 7월 7일이다.

3대에 걸쳐 올해까지 68년간 오너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동국제강이지만, 창립 기념사는 전문경영인인 대표이사가 담당해왔다. 그러다가 지난 2015년 창립 61주년 기념식부터 ‘오너’인 장 부회장이 담당하고 있다. 그해 동국제강은 유니온스틸이 합병해 통합 동국제강으로 재탄생했고, 유니온스틸 사장이었던 그는 부회장 승진에 이어 대표이사에 선임되어, 형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과 형제 대표이사 체제를 구성했다.
외부 행사는 장 부회장이 담당하고 장 회장은 동국제강그룹 전체의 그림을 그려 나가고 있다. 다른 대기업과 달리 형제간 갈등은 전혀 없다고 한다.

올해까지 장 부회장은 총 8년간 매년 창립 기념사를 냈다. 기념사의 주제어를 살펴보면 역대 동국제강 CEO들의 기념사와 다른 철강업체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핵심은 ‘사람 중심의 혁신’으로 요약할 수 있다.

2015년(창립 61주년)에는 철강업 부진에 따른 회사 경영상황 악화를 전 사원이 힘을 합쳐 이겨내자며 ‘위기극복’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조직원들이 참신한 아이디어와 획기적인 기획 실천’, ‘동국제강만의 새로운 기업문화 구축’을 당부했다.

2016년(62주년)에는 ‘부국강병’을 내놓았다. 장 부회장은“부국은 미래 먹거리를 찾는 것이고 강병은 직원 개개인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것”이라며 “창의적 소통과 몰입으로 미래를 고민해 달라”고 말했다.

2017년(63주년) 그는 “청춘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한다”며 “청춘의 이상과 열정으로 회사를 이끌어 달라”고 했다. 또한 “위기를 극복하면서 그동안 쌓아올린 동국제강의 힘으로 스스로의 미래를 만들어가자. 냉철한 현실인식과 뜨거운 가슴으로 임직원 각자가 동국제강의 영속을 이끄는 주체가 되도록 고민하고 노력해달라”고 강조했다.

장 부회장은 2018년(64주년) 창립 기념사에서 직원들에게 ‘멀티 스페셜리스트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한 가지 업무에서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업무라도 도전해 다양성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창의적 소통과 몰입으로 업무에 임하고,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하고 발전시켜 나가면서 경쟁력을 키워 나가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근을 당연시 하는 문화를 버리고, 정시 퇴근을 당연시 하는 문화로 바꿔야 한다”면서 “불필요한 업무를 버리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동국제강만의 일하는 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9년(65주년)에 장 부회장은 최근 5년간 53개의 산을 161번 등반한 자신의 모습을 영상으로 편집해 직원들과 공유했다. 그는 “목표를 향한 도전은 오를 산을 결정하는 것과 같다.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등산의 기술, 주변 경관을 즐기며 내려오는 하산의 기술처럼 업무에서도 일하는 방식의 최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66주년)에는 인트라넷에 기념사를 올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내용도 코로나19와 관련한 것이었다. 장 부회장은 “코로나19 시대에 회사의 모든 자원을 재배치해 일의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우리 자신과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회를 준비하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나아가는 자신을 스스로 존중하게 될 때 이것이 우리 모두와 회사를 더 가치있게 만드는 바탕”이라고 전했다.

2021년(67주년) 기념사에서는 ’사람‘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는 “변화의 흐름을 읽고, 스스로 내재화하여 조직의 경쟁력으로 발전시키는 ‘사람’이 동국제강의 원동력”이라면서, “개인의 성장과 발전이 지속 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기반”이라고 했다.

창립 68주년을 맞은 장 부회장은, CEO로서 가장 하고 싶었던 주제 ‘성장’을 드디어 꺼냈다.

‘그로스 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한 그는 임직원들에게 성장 지향적 사고방식을 갖춰 나가길 당부했다. “회사의 핵심은 언제나 사람이고, 임직원의 성장이 회사의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인재육성 방식도 제시했다. “해외 지역 전문가 파견, 차세대 리더 육성, 직무 전문가 육성 등으로 임직원의 도전을 적극 지원하겠다.”

장 부회장은 임원과 팀장들에게 ‘백스테이지 리더십(Back stage Leadership)’을 재차 강조하며, 소속 임직원들의 성장을 돕도록 독려했다. 또한 “그로스 마인드셋을 갖춘 개인과 그로스 마인드셋을 갖춘 회사의 시너지를 기대한다”며 “글로스 마인드셋을 동국제강의 좋은 문화로 삼아 발전시켜 나가자”고 당부했다.

성장을 방점으로 한 올해 창립 기념사는 생존의 기로에서 반등에 성공했고, 끊임없이 반복하며 추진해온 기업문화 혁신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 직원 개개인의 전문화 등 능력 극대화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장 부회장 나름의 자부심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뉴 동국제강’을 실현하기 위한 기반이 마련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담아낸 것이다.

내년에는 대표이사로 선임된 지 10년을 맞이하며, 후년에는 회사 창립 70주년을 맞는다. 철강으로 시작해 70년을 철강 한우물만 파 온 동국제강은 세계적으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지위에 안주하면 안 된다. 장 부회장은 또 다른 도약을 꿈꾸고 있다. 장기간 고민해 온 새로운 지향점은 어떤 것이 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