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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금호석화·세아상역 등 중견그룹 경영승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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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금호석화·세아상역 등 중견그룹 경영승계 본격화

코오롱글로벌, 자동차사업부문 인적분할...이규호 부사장 시험대
금호석유화학도 21일 이사회 통해 박준경 사장 '사내이사'에 선임
글로벌세아그룹·DB그룹·농심·영원무역 등도 2세들 경영전면 등장

왼쪽부터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 대표,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부사장,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대표, 김주원 DB그룹 해외담당 부회장 순. 사진=각 사 취합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 대표,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부사장,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대표, 김주원 DB그룹 해외담당 부회장 순. 사진=각 사 취합
재계 10위권 밖의 주요 중견그룹들이 경영승계에 나서고 있다. 인플레이션(고물가)·금리인상(고금리)·환율상승(고환율) 등 삼중고의 복합위기 상황을 맞은 2세들이 본격적인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라섰다. 위기극복과 동시에 그룹의 성장 동력을 동시에 책임지면서 경영승계의 명분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코오롱·금호석유화학 등이 최근 총수 자녀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본격적인 경영승계 준비에 돌입했다. 또한 글로벌세아그룹(이하 세아상역)과 영원무역의 오너 2세들도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코오롱그룹은 이웅열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이 주요 계열사 대표에 선임되면서 4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이 부사장은 2012년 그룹 입사 이후 10년 만에 대표로 올라섰다.

이와 관련 코오롱그룹은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주력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의 자동차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한 코오롱모빌리티를 신설키로 결정했다. 코오롱글로벌의 자동차사업부문은 2012년 이후 연평균 12%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코오롱모빌리티의 각자 대표로 선임된 이 부사장은 미래성장전략과 신사업발굴, 재무역량 강화 등을 맡는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수입차 유통시장에서 신사업발굴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받은 셈이다.

앞서 이웅열 명예회장은 지난 2018년 “아버지로서 재산을 물려주겠지만, 경영능력이 없다면 주식은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부사장이 코오롱모빌리티에서 경영능력을 제대로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금호석유화학도 박찬구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부사장을 지난 21일 사내이사로 선임하며 본격적인 3세 경영시대를 알렸다. 박찬구 명예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 지 1년 2개월 만이다.

박준경 부사장은 그동안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2008년 금호타이어 회계팀 부장으로 그룹에 합류한 박 부사장은 2010년 해외영업팀 부장으로 입사하면서 금호석유화학에 합류했다. 이후 수지해외영업과 수지영업담당 등을 거쳐 지난해에는 국내외 영업총괄 본부장에 올랐다.
이에 사내에서는 벌써부터 박준경 부사장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4068억원에 달하며 전년 대비 224.3%나 급증했는데, 오랜 기간 동안 국내외 영업을 담당해왔던 박 부사장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서다.

다만 경제 복합위기로 인해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박 부사장은 위기극복을 위한 해결책 마련이 경영승계를 위한 첫 번째 단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의류 수출 1위 기업 세아상역도 2세 경영 태세를 갖추고 있다. 창업주인 김웅기 회장의 차녀인 김진아 전무가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이사회에 합류한 것이다. 이에 따라 김진아 전무가 세아상역의 차세대 경영자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세아상역은 2019년에는 국내 1위 골판지 업체인 태림포장을 인수했다. 최근에는 쌍용건설을 인수하면서 사세를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다.

노스페이스로 잘 알려진 영원무역 역시 2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그룹지주사를 맡고 있는 차녀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사장이 지주사 산하에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세우면서 본격적인 경영능력 발휘에 나선 상황이다.

이밖에도 농심그룹 신춘호 창업주의 3남인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도 지난 6월 이사회를 통해 23년만에 대표이사에 복귀했다. 신 부회장은 지난 1992년부터 1999년까지 7년간 대표를 맡았지만,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다는 신춘호 명예회장의 경영방침에 따라 대표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DB그룹(옛 동부그룹)도 지난 1일 김남호 DB그룹 회장의 누나인 김주원 DB하이텍 미주법인 사장을 그룹 부회장 겸 그룹 해외담당 부회장에 선임했다. 김 부회장은 김준기 DB그룹 창업주의 장녀다.

재계에서는 중견그룹들의 2세들이 후계승계를 앞두고 경영전면에 나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삼중고로 불리는 경제 복합위기 상황에서 2세들을 전면에 포진시켜 경영능력에 대한 확실한 검증에 나서겠다는 총수들의 의도가 반영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경영전면에 나선 2세들은 경제 복합위기 상황에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동시에 지속성장 전략 수립을 모두 달성해야 하는 목표를 안고 있다. 과거와 달리 경영능력이 확인돼야 경영승계에 나서겠다는 총수들의 단호한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중견그룹들이 본격적인 승계구도에 돌입하면서 30~40대의 젊은 CEO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며 "때가 되면 경영권을 승계 받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2세들의 경영능력이 보고 승계 여부를 결정하려는 총수들이 많아 경영전면에 나서고 있는 2세 경영자들의 행보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