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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이재용 부회장 “반도체 출발한 기흥서 ‘뉴 삼성 경영’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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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이재용 부회장 “반도체 출발한 기흥서 ‘뉴 삼성 경영’ 시작”

19일 기흥 반도체 R&D센터 기공식 참석
40년 전 첫 반도체 공장 부지로 선정돼
건설중 다뉴세문경 형틀 발굴 ‘약속의 땅’ 불려

이재용 부회장이 19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가진 임직원들과 간담회에서 한 직원이 부인에게 보여줄 사진 촬영을 요청하자 영상으로 함께 통화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부회장이 19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가진 임직원들과 간담회에서 한 직원이 부인에게 보여줄 사진 촬영을 요청하자 영상으로 함께 통화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본격적인 경영 행보를 40년 전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경기도 용인시 소재 기흥캠퍼스에서 시작했다.

1983년 2월 8일, 이병철 삼성 창업 회장은 일본 도쿄에서 반도체 중에서도 첨단 기술인 초고밀도집적회로(VLSI)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선언했다. 그 유명한 ‘도쿄 선언’이다. 창업회장은 한 달 뒤인 3월 15일 ‘왜 우리는 반도체 사업을 해야 하는가’라는 발표문을 통해 반도체 사업을 추진할 것임을 공식화했다.
이에 앞서 삼성은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했는데, 1982년 12월 경기도 용인 소재 기흥을 부지로 최종 선정했다. 기흥을 낙점한 것은 반도체 산업의 특성인 정밀성과 청정도에 맞는 깨끗한 환경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시 기흥은 야산 천지인 시골 동네에 불과했는데, 공기가 깨끗하고 소음이나 진동이 전혀 없으며 산업용수도 풍부했다. 서울과의 거리도 멀지 않아 고급 인재를 확보하기도 용이했다. 원자재 수입과 제품 수출도 편리하다고 판단했다.

1983년 4월 이곳에 1차로 10만평(약 33만㎡)을 확보한 삼성전자는 7월에 부지 조성, 9월에 공장 건설을 본격 시작했다. 선대회장은 공사를 6개월 안에 끝내라는 과제를 내렸고, 삼성 임직원들은 주말과 휴일 없이 하루 24시간 공사에 매달린 끝에 1984년 3월 완성하고 5월에 선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을 가졌다.

기흥은 삼성전자를 넘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을 일궈낸 성지와 같은 곳이다. 그런데, 이곳은 이미 조상이 반도체를 일으킬 기운을 담은 ‘약속의 땅’이었다는 점에서 놀랍다.

공장을 짓기 위해 땅을 팠더니 문화재가 발굴됐는데, 바로 국보 제141호로 지정된 ‘잔줄무늬 청동거울(다뉴세문경)’이었다. 다뉴세문경은 지금으로부터 3000여년 전인 고조선시대에 만들었는데, 직경 21.2㎝의 뒷면에 0.03mm의 동심원이 1만3300여개나 그려져 있다. 선의 굵기와 간격 모두 마이크론 단위다. 청동기시대였던 당시, 마이크론 단위의 선을 동(구리)에 그린 게 아니라 모래로 형틀을 만들고, 모래 형틀에 그림을 그린 후 동을 부어서 만들었다. 현재의 기술로도 이를 재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런 다뉴세문경 형틀 공장이 기흥 공장터 땅 속에서 나온 것이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우리 조상들이 공장터까지 미리 준비해 두었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의 바람대로 삼성전자는 기흥캠퍼스에서 △1992년 세계 최초 64M D램 개발 △1992년 D램 시장 1위 달성 △1993년 메모리반도체 분야 1위 달성 등 ‘반도체 초격차’의 초석을 다져나갔다.

(왼쪽부터) 정은승 DS부문 CTO, 이재용 부회장, 경계현 DS부문장,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 등 참석자들이 19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서 공사 시작을 알리는 스위치를 누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정은승 DS부문 CTO, 이재용 부회장, 경계현 DS부문장,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 등 참석자들이 19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서 공사 시작을 알리는 스위치를 누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19일 이 부회장이 기흥캠퍼스를 찾았다. 이날 삼성전자는 기흥캠패서에서 차세대 반도체 R&D(연구‧개발) 단지 기공식을 개최했다. 삼성전자가 국내에 새로운 R&D센터를 세우는 것은 2014년 경기 화성 사업장 디바이스솔루션리서치(DSR) 설립 이후 8년 만이다.

8‧15 광복절 특별 사면 후 이 부회장이 처음으로 찾아간 현장이다. 40년 전 반도체 사업의 시작을 알린 이곳에서 ‘뉴 삼성’을 위한 첫 큰 발걸음을 내딛었다. 이 부회장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하는 것은 기술 중시 의지를 다지고, '초격차 기술력 확보'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길임을 다시 한번 일깨우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날 이 부회장은 ‘기술’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은 시장성이 클 뿐만 아니라 타 산업에 파급효과가 큰 ‘고부가가치 산업’이란 이병철 선대회장의 말씀을 되새기며, 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40년 전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뜬 기흥사업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차세대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18일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이라며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19일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이 직원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19일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이 직원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날 기공식의 슬로건으로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든다’를 정했을 만큼, 삼성전자는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혁신을 주도해 반도체 사업에서 또 한번의 큰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선언했다.

행사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경계현 DS부문장, 정은승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 임직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삼성전자가 기흥에 새로 건설하는 반도체 R&D단지는 미래 반도체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최첨단 복합 연구개발 시설로 조성될 계획이다.

기흥 반도체 R&D 단지는 약 10만9000㎡(3만3000여 평) 규모로 건설되며, 삼성전자는 2025년 중순 가동 예정인 반도체 R&D 전용 라인을 포함해 2028년까지 연구단지 조성에 약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R&D 단지는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등 반도체 R&D 분야의 핵심 연구기지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일부 장비·소재 협력회사들은 기공식을 축하하며 미래 반도체 기술 협력을 이어 나가자는 영상 메시지를 보내왔다.

삼성전자는 “기흥 R&D단지 건설은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기흥 R&D 단지 건설을 통해 국내외 소재‧장비‧부품 분야 협력회사들과의 R&D 협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또한 “협력회사들과의 R&D 협력은 양질의 일자리 확대와 우수 반도체 연구개발 인재 육성으로도 이어져,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경계현 DS부문장은 반도체 기술 경쟁력 확보 전략을 보고하며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들이 스스로 모이고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기회를 통해, 조직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이 19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부회장이 19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기공식 이후에는 화성캠퍼스를 방문해 임직원들과의 간담회 및 DS부문 사장단 회의를 가졌다. 그는 직원들의 건의사항 등을 경청하고, 도전과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조직문화 개선 방안 등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간담회장으로 향하는 길에 직원들 다수가 이 부회장을 보기 위해 사업장 앞으로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가 나타나자 환호성을 지으며 응원했다. 이에 이 부회장도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간담회 분위기도 화기애애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직원이 출근 전 아내에게 이 부회장과 단독사진을 찍어오겠다고 큰소리쳤다며 사진을 요청했더니, 이 부회장이 직접 영상통화를 걸어 통화를 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에는 직원 한명 한명과 독사진을 찍기도 했다. 직원들의 다양한 질문에 이 부회장은 적극적으로 답을 해줬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간담회에서도 ‘미래’와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19년 6월 1일 화성 DS부문 간담회에서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난 50년간 지속적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고 말했다.

같은 해 9월 11일 삼성리서치 기술전략 회의에서는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으며, 2020년 6월 18일 화성 반도체연구소 간담회에서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고 했다.

2020년 7월 16일 부산 전장용 MLCC 생산라인을 방문했을 때눈 선두에 서서 혁신을 이끌어가자. 현실에 안주하거나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반도체연구소에서 열린 DS부문 사장단 회의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주요 현안 및 리스크 △차세대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 진척 현황 △초격차 달성을 위한 기술력 확보 방안 등을 논의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