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한국 EV배터리·자동차 업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타격

글로벌이코노믹

한국 EV배터리·자동차 업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타격

시행 최대 3년 연기 요청, WTO 제소, 국회 차별금지 결의안, 전기차 공장건설 가속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미국에서 보조금 혜택이 사라진 현대차 아이오닉5. 사진=현대차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미국에서 보조금 혜택이 사라진 현대차 아이오닉5. 사진=현대차
현대차와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역사적인 기후 및 에너지법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2년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적자를 줄이고 처방약 가격을 낮추며 청정에너지를 촉진하면서 자국 에너지 생산에 투자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법률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이 법안은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최대 7500달러의 세금 공제를 받기 위해 북미에서 자동차를 조립하고 배터리 부품 및 재료에 대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빠르게 줄이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것은 한국 기업에 재앙이 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가동 중인 전기 자동차 공장이 없고 현대차는 특히 해외 확장과 관련 노조의 저항에 직면해 있다. 또 한국 배터리 제조업체는 광물의 8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광산은 일반적으로 온라인 상태가 되기까지 7년 이상 걸린다.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미국에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현재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고 있어 비슷한 불이익을 받고 있다. 닛산(Nissan)의 리프(Leaf)를 제외하고 다른 일본 EV 모델은 새 규정에 따라 보조금을 받을 자격이 없다.

통상산업자원부는 현대차가 미국에 신규 전기차 공장을 건설할 수 있는 기간인 2~3년만이라도 인플레이션감축법을 연기해줄 것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도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관계자들은 중국 라이벌 배제를 기회로 보지 않는다. 그만큼 둘은 서로에 의지하고 있다. 새로운 딜레마도 아니다. 미국은 한국의 가장 가까운 정치적 동맹국이지만 중국은 최대 교역 파트너이며 한국 공급망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방한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 함께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이라고 설명하면서 "미국은 중국과 같은 국가가 핵심 원자재 및 기술 분야, 제품에서 시장 지위를 이용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한국은 또한 미국·대만·일본과 더불어 새 주요 칩 제조 강국인 이른바 칩4동맹(Chip 4 Alliance)의 시작 회의에 참석하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

자동차 산업을 전공한 서정대학 박철완 교수는 “인플레이션감축법은 중국을 배제한 한국에 큰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다각화에 대한 준비가 잘 된 기업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IRA 요건을 완화하거나 연기하는 대가로 한국을 칩4 동맹에 가입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

이창양 한국 산업부 장관은 주초에 이 행위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고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국회의원 25명은 미국이 외국 전기차·배터리 제조사를 차별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안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약속한 것을 감안하면 미국이 한국을 배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한 분석가는 지적했다. 현대는 미국 조지아주 사바나 인근에 EV조립 및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55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한국 배터리 제조업체는 일련의 배터리 공장 건설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의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제너럴모터스(GM) 4개, 스텔란티스(Stellantis) 2개, 포드(Ford) 3개 등 배터리 공장을 잇달아 계획하고 있다.

권성동 여당 원내대표는 "이 법안으로 한국에서 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국내 자동차 부품 제조사들의 이익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로비 그룹인 리쇼어링 이니셔티브(Reshoring Initiative)에 따르면 이는 주로 배터리 산업에서 34개의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약 3만5000개의 일자리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또 다른 문제는 현대차가 중국산 자동차 부품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 산업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 전체 자동차 부품의 약 35%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에벨리나 스토이쿠(Evelina Stoikou)는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미국에서 원자재와 부품을 확보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부품 및 배터리 제조 능력을 구축하는 데 최대 3년이 걸리고 크레딧이 2032년에 단계적으로 폐지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약 4만4000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하여 미국에서 테슬라에 이어 2번째 규모 EV 제조업체가 되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테슬라, GM, 포드, 리비안 등 미국 자동차 업체뿐 아니라 폭스바겐, BMW 등 유럽 업체에도 공급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는 한국 배터리 회사에 더 잘 적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옵션)가거의 없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상위 10개 배터리 제조업체는 모두 아시아 국가이며 중국 6개, 한국 3개, 일본 파나소닉 등이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한국 완성차 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포드, 테슬라 등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 중국산 광물을 활용하고 있다. IRA는 그들에게도 재앙이다”라고 평가했다.


김세업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