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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몽니'에 지친 현대중공업, 울산 포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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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몽니'에 지친 현대중공업, 울산 포기하나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사진=뉴시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노동조합의 총파업이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사측의 울산조선소 역할을 대폭 낮추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강경 노조의 견제로 인해 원활한 생산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수주 물량을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 영암조선소나, 내년 다시 문을 여는 자사 군산조선소로 더 많이 넘기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이럴 경우 울산조선소의 조업 물량이 줄어 조업 인원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울산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물론 현대중공업그룹의 태동을 알린 울산조선소를 버릴 수는 없겠지만, 언제까지 노조의 공세를 지켜볼 수 만도 없는 노릇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노동계의 불법 행위를 방치하지 않고 공권력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도 깔려 있고, 한국타이어 등 몇몇 기업도 노조 파업에 맞서 직장을 폐쇄하고 국내 다른 지역 사업장 또는 중국 등 해외 생산기지로 이전을 꾀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조선 3사 노조는 이날 단체교섭 촉구를 위한 공동 파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판교 글로벌 R&D센터 앞에서 공동 결의대회를 열고 참가 신청을 한 조합원을 대상으로 7시간 파업을 진행했다. 3사가 공동으로 파업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 노조는 다음 달 6일부터 공동 4시간 파업, 7일부터 7시간 순환 파업을 벌이고, 같은 달 13일부터 전면 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올해 노사는 기본급 등 협상조건을 놓고 좀처럼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3사 노조는 △기본급 14만23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현그룹 조선3사 공동 교섭 △인력구조 개선 △노동이사제 조합 추천권 도입 △그룹사 복지 확대 △임금피크제 폐지 등 공동 단체협약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사측은 지난 25일 열린 제33차 단체교섭에서 기본급 8만원 인상, 격려금 300만원 등의 제시안을 내놨다. 하지만 노조는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다면서 곧바로 거부했고, 이날까지 교섭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노조가 공동 파업을 선언한 상태인 가운데, 사측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측은 사내보에 올린 설명문에서 “실적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상황에서 회사가 마련할 수 있는 최선의 안”이라면서 “하지만 회사가 정성을 다해 마련한 제시안에 대해 노조에서 접수하지 않고 거부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타협의 여지가 남아있는 만큼 최대한 완화한 문장이었으나 노조에 대한 경영진의 실망감이 대단히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측은 노조의 주장이 모든 조합원을 대변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젊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장기 근속자들이 간부진을 맡고 있는 노조가 그들의 입장만 대변할 뿐이라며 일방적인 행동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노조에 대한 불신감이 커질수록 이를 감추기 위해 더욱 강경한 기세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의 기세가 거세다면, 이들이 몰려 있는 사업장에서 생산활동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이에 상대적으로 노조의 견제가 약한 다른 사업장에 물량을 넘겨주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영암이나 군산 본사에 있던 숙련 직원을 현지로 파견하거나 소속을 옮기는 방법으로 다른 조선소에서도 울산에 못지 않은 품질의 선박을 만들 수 있으며, 이미 건조 선박은 어느 조선소에서 만들건 간에 품질은 균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다면 굳이 울산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현대삼호중공업 영암조선소의 경우 완공한 지 20년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조선소 내 도크와 블록 공장 배치가 효율화됐고, 설비도 울산에 비해 최신식”이라면서 “울산과 마찬가지로 초대형 선박 건조 또한 가능하니 영암조선소는 활용도가 매우 높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이미 울산조선소 비중 축소는 가시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조선 부문의 올 3분기 누적 가동률은 63.2%로 2019년 72.1%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가동률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92.4%, 현대미포조선은 73.4%다.

노조 때문에 가동률이 낮아진 것과 함께, 노조 때문에 불안해서 울산조선소에서의 건조 물량을 줄인 탓도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