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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전횡 ‘탈퇴’로 응수한 포스코맨…산업계 확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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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전횡 ‘탈퇴’로 응수한 포스코맨…산업계 확산 가능성

포스코 지회, 지난달 28~30일 표결 결과 찬성 결정
복수노조 허용 후 진입했던 금속노조 4년 만에 퇴출
조합원 마음 얻기보다는 금속노조만 위한 노조 강요
한노총 산하 포스코 노조도 조합원 이탈할까 긴장중

9월 11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야경. 포항제철소가 태풍 침수 피해 이후 4일만에 고로를 정상가동하며 다시 희망의 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포스코이미지 확대보기
9월 11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야경. 포항제철소가 태풍 침수 피해 이후 4일만에 고로를 정상가동하며 다시 희망의 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포스코
상급 노동조합의 극단적인 파업 활동에 대한민국 사회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게 등을 돌린 포스코맨들의 과감한 행동이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 산하 포스코지회는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조직형태 변경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벌인 결과, 69.93%의 찬성률로 금속노조를 탈티하기로 결정했다. 안건 가결에 따라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금속노조를 탈퇴한 뒤 상위단체 없는 기업노조로 전환할 방침이다.
포스코지회는 지난달 23일 입장문을 통해 “포스코지회는 포스코 직원을 위해 일하고 직원 권익 향상을 위해 존재하지만, 금속노조는 포스코지회가 금속노조를 위해 일하고 존재하기를 원한다”면서 회사의 문제와 상관없는 사안에 조합원을 차출하고 노조비를 지원하는 등의 요구를 하는 금속노조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2011년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에 따라 복수노조법이 시행된 직후부터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최대 사업장 가운데 하나이자 사실상 ‘무노조’ 상태였던 포스코에 노조를 설립하기 위한 노력을 벌여왔다. 이를 통해 2018년 9월 포스코지회를 설립했다. 당시 포스코지회는 무노조 경영 50년간 벌어진 회사의 독선과 독주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금속노조도 이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불과 4년 만에 조합원들은 금속노조에 실망하고 더 이상 함께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포스코라는 특수성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방식만 고집하고 강요하는 금속노조의 태도에 환멸을 느낀 것이다.

오너가 없는 전문경영인 기업인 포스코 임직원들은 유독 회사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비리와 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반발도 있지만 그런 와중에도 제철소는 정상적으로 가동시킨다. 올 여름 태풍 힌남노로 수해피해를 입어 가동이 중단된 포항제철소를 전 임직원이 나서서 빠르게 복구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포스코 내에 전통으로 내려오는 임직원의 ‘보수적 개인주의’ 성향도 또 하나의 특징이다. 그들은 제철소를 중단없는 가동하고 개인의 삶의 진작하는게 우선인 그들은 노동운동의 방향도 그러기를 윈한다. 현 상황과 전혀 상관없는 이슈만 강요하는 금속노조를 반길리 없다.

포스코 한 관계자는 “대다수의 조합원들은 포스코라는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우선 바로잡고 싶어서 노조에 참여한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면서 “금속노조는 상급단체라는 명분으로 포스코를 지배하려고 했고, 그렇게 행동했다. 노동운동이라는 명목으로 노조를 차지하려는 행위를 벌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포스토 지회가 기업노조로 전환하면, 복수노조 체제의 또 다른 한축인 한국노동조합연맹(한노총) 산하의 포스코 노조와의 통합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럴 경우 포스코는 복수노조 체제 출범 후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조합원이 자발적으로 이를 철폐하는 사례가 된다.
하지만, 포스코 노조도 조합원의 외면을 받은 바 있어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지난 1988년 6월 결성한 포스코 노조는 1991년초에는 2만명이 넘는 조합원이 가입해 단위 노조로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다. 이를 바탕으로 강성노조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포스코 이외의 문제에 개입하면서 조합원들의 불만이 속출했고, 노조 간부의 운영 미숙과 금품 수수 의혹 등 악재가 불거지면서 조합원들이 대거 탈퇴해 불과 1992년에는 간부를 포함해 40여명만이 남았고, 2000년대에는 불과 10여명이 이름을 올린채로 명맥만 유지해왔다.

조합원들에게 호된 심판을 받았던 포스코 노조는 포스코지회와 달리 사내 문제에 집중하면서 조합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던다. 하지만 금속노조 문제에 함께 묶이면서 노조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자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노조 체제가 출범한 지 4년이 되었지만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 수는 많지 않다. 1만7000여명에 이르는 포스코 직원들 가운데 포스코 노조 조합원 수는 6500여명, 포스코 지회는 260여명으로 합해서 40% 수준이다. 금속노조와의 갈등이 과거 조합원의 연쇄탈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없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 지회의 자발적인 금속노조 탈퇴는 구시대적인 노동운동에 기대고 있는 상급노조의 관행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개별 사업장 노조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대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면서 “금속노조 또는 민노총 산하 상급노조 탈퇴가 타 사업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