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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제조업 위기와 해법] ⑤정쟁에 규제 해소 골든타임 놓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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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제조업 위기와 해법] ⑤정쟁에 규제 해소 골든타임 놓치고 있다

기업 의견 반영 법‧제도 개선안 마련해도 국회에서 제동
여야 중요성 인식한다지만, 이슈 관철용 카드로만 활용
경제단체 발굴‧건의할 때마다 시급한 과제 100건 넘지만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실제 개선된 것은 극소수 불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조성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건설하는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조감도.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조성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건설하는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조감도. 사진=연합뉴스
“여당과 야당이 무관심으로 일관해 개악으로 몰릴 뻔했던 법안을 정부가 바로잡아 주려고 한 점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3일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투자 세제 지원 강화 방안’ 소식을 들은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국 정부의 절대적 지원을 받고 있는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경쟁 기업들과 생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에는 이번 지원 법안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면서 “연말 정치권의 발표 후 크게 낙담했고, 국내에 투자를 더 하는 게 옳은 일인지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내수 경기 불황으로 국내외 시장이 축소돼 매출이 직격탄을 맞은 국내 제조업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모아 기업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발목을 잡고 흔드는 모습에 큰 실망을 했다는 것이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개정안에 따르면, 반도체·배터리·백신 등 국가전략기술의 당기(연간)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대기업 기준 현재 8%에서 15%로 올라간다. 공제율을 현재의 2배 가까운 수준으로 올려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이와 별도로 올해 투자 증가분(직전 3년 평균치 대비)에 대해서는 국가전략기술 여부와 상관없이 10%의 추가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러면 반도체 등 전략 분야에서 신규 사업에 뛰어드는 대기업은 당기분과 증가분을 합쳐 최고 2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중소기업의 경우 당기 공제율이 현재 16%에서 25%로 올라가는데, 투자 증가분을 포함한 최고 세액공제율은 35%에 달한다.

정부는 또 과거 경기 위축기에 활용했던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올해에 한해 재도입하기로 했다.

임시투자세액공제는 투자 업종이나 목적과 상관없이 기업 투자에 일정 수준의 추가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우선 일반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현재 1∼10%에서 3∼12%로 2%포인트(p)씩 일괄 상향된다. 신성장·원천기술의 경우 공제율을 3∼12%에서 6∼18%로 기업 규모에 따라 3∼6%포인트씩 올린다. 올해 신성장·원천기술에 투자하는 대기업은 6%, 중견기업은 10%, 중소기업은 18%씩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관련 법 개정안을 이달 중으로 마련해 최대한 빨리 통과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경제계도 환영했다. 하지만 의도대로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정부가 지난해 12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법이 통과된 지 11일 만에 내놓은 것이다. 당시 국회는 올해부터 대기업의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종전 6%에서 8%로 올리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정부안대로 의결했다. 이는 애초 국민의힘 반도체특위가 제시한 20%(대기업 기준)는 물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한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정쟁 싸움에 얽혀 반대를 위한 반대만 주고받다가 이도 저도 아닌 결과만 도출했다. 경제계의 비판이 이어졌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경제계가 기업 활성화를 위해 지속해서 요청했고, 개별 면담에서는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그러나 막상 국회에서는 서로의 안건을 챙기기 위한 카드로 치부하면서 기대에 전혀 못 미치는 결과를 만들었다. 기업 규제 해소를 위한 관련 다른 정책도 비슷한 상황에서 논의조차 안 된 것이 상당수다”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개정안 통과도 야당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국회가 의결한 내용을 정부가 반박하는 모양새가 됐다. 반기업 정서가 강한 야당이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경제계의 설명이다.

개정안 사례에서 보듯 정치권의 갈등 때문에 기업 규제 해소를 위한 노력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회원사 의견을 수렴해 기획재정부 ‘경제‧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가 건의한 당장 해결이 시급한 규제개혁 과제만 155건이나 됐다.

주요 과제를 살펴보면 △수익형 민자사업(BTO) 최저임금 인상분의 운영비 반영 △경영권 보장을 위한 방어수단 규제개선 △전략물자 수출관리 제도 개선 △연장근로 한도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삭제 △지주회사 강제전환 폐지,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완화 △100% 모자회사 간 지원을 부당지원 행위에서 제외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기업 규모별 차별 해소 등이 포함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도 지난달 8일 노동과 신산업‧투자, 기업지배구조 및 경영 등 5개 분야에 걸쳐 67개 규제혁신 과제를 국무조정실에 건의했다. 작년 8월 19일 정부가 건의한 6개 부문 120개 과제에 이어 추가 발굴한 것들이다.

이들 과제 대다수는 정부가 개선안을 마련해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만 해결할 수 있다. 국회가 반대하거나 안건을 무시해 버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계는 정부가 과연 이를 해소해줄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또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대한상공회의소나 전경련, 경총 등이 내놓은 규제혁신 과제는 기업이 당장 부딪히고 있는 긴급 과제다. 참고사항이 아니라는 얘기”라면서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향후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규제 해소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하면 우리 경제가 회복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고 우려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