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금융 위기 이후 인도네시아는 2000년대 후반에 강력한 경제 민족주의가 등장했다. 특히 천연자원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조코 위도도가 2014년 첫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을 때, 정책 입안자들은 2009년에 채택된 광물 및 석탄 채굴에 관한 새로운 법을 시행했다. 이 법은 광업회사가 수출하기 전에 광물을 가공·정제해서 국내 부가가치를 높이도록 하는 것과 외국인 투자자의 광업회사 지분을 줄이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결국 광업 이익을 국내로 끌어들여 이익 극대화를 도모한다는 목적이다.
세계 니켈 수요는 10년 이상 꾸준히 증가했다. 그 와중에 전기차 붐이 일었다. 인도네시아의 니켈 수출 금지 법안은 2020년부터 시행됐다. 이 법안은 니켈 가격을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인도네시아가 전 세계 니켈 생산량의 37%나 되고 세계 매장량의 22%를 차지했으니 가격상승은 당연했다.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 정부는 광산 회사의 지분을 국영 지주 회사인 MINDID로 전환했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광산 회사 프리포트 인도네시아와 발레 인도네시아가 대주주로 국유화 계획을 주도했다.
니켈 부문 정책의 시기는 좋았다. 니켈의 수요 10년 이상 증가, 전기차 붐, 전 세계의 기후 변화정책, EV 시대의 시작 등이 인도네시아 니켈 정책을 떠 받쳤다. 현재 진행 중인 EV 호황은 중국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염려 없음을 의미한다. 이는 세계 니켈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니켈 부문 정책의 성공을 시사하는 통계는 풍부하다. 인도네시아의 니켈 광석 생산량은 2021년에 모두 국내에서 판매 및 가공되는 등 상승세를 보였다. 니켈 함유 금속의 수출도 급증했다. 금속 분야의 외국인 직접 투자(FDI)가 광업 투자를 능가했다. 금속 부문 투자의 상당 부분이 칭산홀딩스그룹 등으로 흘러들어갔다.
한국의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EV 밸류체인의 양극, 배터리 셀, 차량 생산 등 하방산업에 핵심 투자자로 떠오른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2년 동남아시아 최초로 인도네시아에 첫 공장을 열었다. 다국적 기업인 LG와 SK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EV 생태계의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2021년 합작법인 인도네시아 배터리 코퍼레이션을 설립했다. MINDID, 니켈 생산 자회사 안탐, 석유 및 가스 회사 페르타미나, 전력회사 PLN 등 4개 국영기업이 동일하게 소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EV 가치사슬의 중요한 부분에 있는 이들 리더들은 인도네시아 EV 시장의 발전을 촉진하고 외국 투자자들에게 파트너십과 확실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연합은 세계무역기구가 인도네시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검토하는 패널을 설립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는 눈 한 번 깜박이지 않았다.
지난해 말 WTO 패널이 인도네시아에 불리한 판정을 내린 뒤에도 방침을 바꿀 기미도 안 보인다. 게다가 인도네시아 정부는 보크사이트, 구리, 주석 등의 광물 수출 금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니켈 산업 정책의 초기 성공은 분명하지만 아직 순이익 창출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니켈 부가가치 공정은 자본 집약적이므로 국내에 많은 일자리 창출을 못할 수도 있다.
특히 배터리 사용이전까지는 니켈을 처리 과정에서 중요한 환경 문제가 발생한다. 인도네시아가 지정학적 흐름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 관심거리이다.
김종대 글로벌철강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