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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일본의 칩 수출 통제에 중국이 입을 타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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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일본의 칩 수출 통제에 중국이 입을 타격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장비·소재·부품 세계 최고 수준

일본의 칩 수출 통제가 중국의 반도체 자급자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의 칩 수출 통제가 중국의 반도체 자급자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일본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가 중국 반도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본이 오는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인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조치가 중국의 반도체 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23개 품목에 대해 한국·미국 등 우호적인 42개 국가·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수출할 때 사전 승인을 요구하는 규제를 강화했다. 이 조치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술과 생산량에서 크게 뒤처져 있다.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 기업은 14㎚급 이하의 고성능 칩을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제한적이며, 시장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 또한 미국이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의 반도체 생산 기업에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미국과 보조를 맞춰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 중국은 더 발전된 칩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 장비를 조달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일본은 세척, 증착, 리소그래피, 에칭 등의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장비나 소재, 부품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러한 품목에 대해 자체 기술이나 생산량이 부족하다. 따라서 일본의 수출 통제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에 큰 장애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조사 회사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반도체 애널리스트인 브래디 왕은 중국이 더 발전된 칩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 장비를 조달하려고 하기 때문에 일본이 미국 및 네덜란드와 협력하는 것은 치명적인 피해가 된다고 말한다.

일본의 칩 수출 통제가 반도체 자급자족을 노리는 중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의 칩 수출 통제가 반도체 자급자족을 노리는 중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현재 최첨단 칩 생산에 사용되는 장비를 판매하는 최대 기업은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네덜란드의 ASML, 일본의 도쿄일렉트론 등 미국, 네덜란드, 일본 기업이다.

일본의 수출 통제 조치로 인한 중국의 피해나 영향은 규제가 시행된 이후에 나타날 것이므로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또한, 일본이 중국에 가할 조치가 시행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 미세한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상무부는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에 10월 만료 예정인 기존 수출 통제에 대해 1년 면제를 부여했고, 일본도 네덜란드와 유사하게 수출 통제 발표에서 중국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일론 머스크를 비롯해 글로벌 초일류 기업의 CEO들은 중국을 방문해 중국과 여전히 협력할 분야가 있으며, 중국을 떠날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최첨단 칩 등 30%의 매출이 중국에서 발생하는데 중국과 거래를 중단하라는 것은 자유경제 원칙과 주주, 종업원 일자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일본의 기업들도 이런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 적절한 순간에 규제에 대한 미세한 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도쿄 관리들은 무기나 군사 용도로 전환될 수 있는 상품을 규제하는 것이 핵심이며, 외환 및 대외무역법에 저촉된다고 말했다. 무기나 군사 용도에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되고 확인되면 수출이 가능해질 수 있는 여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 금요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회의에서 환태평양 지역 21개 경제국이 참석한 가운데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그 자리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 정책이 국제 경제 및 무역 규칙을 “심각하게 손상”하고 산업 발전 기반을 저해하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통제는 니콘·도쿄일렉트론과 같은 주요 일본 기업의 일부 판매를 제한할 수 있다. 이는 기업 매출 축소, 일자리 증감 영향, 기업 가치 하락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수익 측면에서 도쿄일렉트론은 지난 3월 2023년 매출의 약 24%가 중국에서 발생해 전년 대비 2%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사는 중국의 성숙한 노드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2024년에는 중국에서의 매출이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니시무라 무역장관은 대중국 수출 규제가 일본 기업 수익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일본을 재세계화 과정에서 최상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각종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일본의 총 23가지 유형의 칩 제조 기술에 부과될 예정인 수출 규제가 어느 정도로 확정될지 주목할 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