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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리서치] 삼성, 최지성‧장충기 특사에 주력 “전문경영인 명예회복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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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리서치] 삼성, 최지성‧장충기 특사에 주력 “전문경영인 명예회복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국정농단 사태로 수감
지난해 가석방 이뤄졌으나, 경영활동 등 제한받아
삼성, 시스템 경영하에서 권한과 책임대로 활동했고
정경유착과 오너를 대신하는 등 불법 소지 없음 강조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수감됐던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오른쪽),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이 2022년 3월 17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으로 출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수감됐던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오른쪽),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이 2022년 3월 17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으로 출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78회 광복절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사면 단행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삼성이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특사를 위해 조용하면서도 긴밀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실장과 장 전 차장은 삼성의 전문경영인들 가운데에서도 최정점에 오른 스타 CEO들이다. 그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 경영권 불법 승계 및 국정농단 사태 개입 의혹 등의 혐의로 지난 2021년 1월 각각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고 수감되었다가 지난해 형 집행 60%를 넘겨야 하는 가석방 요건을 갖춰 3월 17일 가석방됐다.

삼성으로선 비록 반쪽짜리 성과이긴 하지만, 두 사람의 복권이 국정농단 악몽에서 벗어나는 마지막 퍼즐을 맞추게 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올 상반기에 나온 국제투자분쟁(ISDS)의 판정은 과거의 사건을 되돌리는 계기가 됐다. ISDS 판정부는 지난 2014년 진행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에 1300억원가량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시민단체와 다수의 언론은 두 회사의 합병이 이 회장의 부당 경영승계의 일환으로 진행됐고, 당시 합병안에 찬성한 국민연금기금의 결정이 삼성의 로비에 따른 것으로,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쳤을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부당 지원, 즉 국정농단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내 법원은 이 회장과 최 전 실장, 장 전 차장이 이를 주도했다고 판정해 법적 구속과 수감이라는 실형을 내렸다.

재판에 임하면서 삼성 측의 입장은 하나였다. 완전한 무혐의 판결과 그에 따른 경영진들의 무죄 입증 그리고 삼성은 정경유착에 휩쓸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동안 마녀사냥과 다름없었던 여론에 삼성을 피해자로 보는 분위기가 조성된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당시에 시작된 재판은 10년째인 지금도 이 회장 등의 발목을 여전히 붙잡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삼성의 위상은 상당히 흔들렸다. 그런데, 삼성맨들은 무엇보다도 큰 피해는 삼성이 자랑스러워하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위태로울 지경에 몰린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직 삼성 고위 임원은 이렇게 말한다. “이 부회장은 물산과 모직 합병에도 원래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전문경영인들, 최 실장이 하자고 밀어붙였다. 그래서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합병 발표 후 엘리엇이 끼어들었다. 이건 예상 못 했다. 전문경영인들의 잘못이 맞았다. 더군다나 합병 발표 후 물산에서 대규모 부실이 드러났다. 이것도 몰랐던 거다. 원래대로라면 물산 주주가 아니라 모직 주주가 불만을 터뜨려야 하는 게 맞다. 피해를 보았으니까. 합병을 추진하다 보니 알게 됐다. 시끄러워지자 이 부회장은 지금이라도 중단하자고 했다. 그런데 최 부회장이나 사장들이 밀리면 앞으로 삼성이 헤지펀드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며 반드시 (합병을) 해야 한다고 했다. 처음부터 안 했으면 모르겠지만 중단하면 안 된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어떤가. 물산을 놔두면 건설‧무역 등 양대 사업이라는 껍데기만 남아 위험했다. 합병해서 살아남고 지금 잘하고 있다.” 단계별 추진 과정에서 전문경영인들의 실수는 있었지만, 중단하지 않고 밀어붙인 덕분에 삼성물산을 살릴 수 있다는 그들의 주장이 맞았다는 것이다.

이에 삼성은 최 전 실장과 장 전 차장이 책임과 권한을 갖고 일을 추진해왔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정경유착도 없었다는 것을 입증했지만 안타깝게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한민국에 만연한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는 출처 불명확한 명분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수감되고, 이 회장만 출소하자 전문경영인에게 잘못을 떠넘긴 게 아니냐는 괴소문도 돌았다. 삼성 측은 이러한 억측 루머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두 사람의 명예를 회복시켜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삼성 고위 임원 출신 관계자는 “삼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 시스템의 중심은 오너가 아니라 ‘전문경영인’이다. 담당 사업 부문과 업무에서만큼은 오너 이상의 권한을 보장받는다. 그들이 권한을 마음껏 펼치도록 오너는 간섭하지 않는다. 창업회장, 선대회장에 이어 이 회장이 고수하는 원칙이기도 하다. 이 원칙이 지금의 삼성을 있게 만든 요인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너와 회사를 믿기 때문에 전문경영인이 제 실력을 발휘한다. 최 전 실장과 장 전 차장에게 지워진 짐은 삼성 전문경영인에게 큰 상처를 남겼고, 그들이 이 부회장만 바라보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면서 “비단 삼성뿐만 아니라 오너와 전문경영인 간 협업체제로 전환하는 다른 대기업들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재계는 두 사람의 특사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