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한 곳부터 절차 진행 중인 곳 다수
현대차·기아 판매량 급감에 따른 후폭풍
규모 축소하고 외부 고객사 영입에 집중
현대차·기아 판매량 급감에 따른 후폭풍
규모 축소하고 외부 고객사 영입에 집중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과 HL만도, 코오롱글로텍, 유라코퍼레이션 등 현대차 충칭공장에 진출했던 협력업체들이 공장 철수를 결정했다.
현대제철은 최근 현지 기업과 충칭법인 매각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법인은 현대차와 기아의 완성차에 사용하는 자동차 내·외장 강판을 공급하는 스틸 서비스센터다.
현대차‧기아의 현지 완성차 판매량이 급감한데다, 중국 내 철강시장 경쟁도 치열해져 판로 개척이 어려워지자 결정한 것이다. 현대제철 충칭법인은 2015년 설립, 첫해 21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이 시작된 2016년부터 적자로 전환했다. 2020년 100억원가량을 투입했지만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지난해에는 15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HL만도도 비슷한 이유로 충칭법인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HL만도 충칭공장은 당초 중국 서부지역 공급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현대차·기아의 판매 부진에 따라 철수를 결정했다. 충칭공장은 만도의 7번째 중국 생산기지였으나 지난해 총 포괄손실은 13억9917만원이었다. HL만도 중국사업의 핵심 역할을 하는 베이징법인도 올 상반기에만 105억115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업체 사업장에 다수의 협력업체가 함께하는 대규모 제조산업이다. 완성차업체가 해외에 진출할 때는 핵심 협력사도 동반 진출한다. 현대차‧기아 협력업체 다수가 중국에 함께 투자했다. 현대모비스‧현대제철‧HL만도 등 500여 부품 제조 협력업체들이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다른 고객사로의 공급도 가능하지만, 대부분 협력업체의 매출은 현대차‧기아로부터 나온다.
이들 협력업체는 현대차·기아의 중국 생산능력(연 270만 대)에 맞춰 설비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두 회사의 판매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생산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연 판매 대수가 40만 대에도 미치지 못한다. 공급 물량이 줄어들어 생산 원가는 올라가지만 이를 공급가에 반영하기 어려우므로 경영난이 심화된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가 충칭공장 매각을 결정함에 따라 협력업체도 철수를 결정하고 있다. 현대제철‧HK만도 외에도 코오롱글로텍, 유라코퍼레이션, 서연이화 등은 이미 현지에서 철수했다.
차량용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전문업체인 삼기도 중국 법인을 현지 업체에 매각했다. 삼기는 판매 부진으로 사업 여건이 악화하자 중국 법인 산동삼기기차배건유한공사 지분 100%를 144억원에 현지 업체인 산동련성정밀제조주식회사에 양도했다.
전장, 공조, 시트, 센서 등을 현대차·기아에 납품하는 매출 800억 규모의 국내 기업 제이에스테크(JS Tech)도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회사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경영권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모비스는 아직 철수 계획이 없지만, 상황이 악화할 때를 대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사드 보복 위기를 함께 겪은 상황에 전기자동차 시장 부흥에 따라 중국에서도 승부수를 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이미 폭스바겐·스텔란티스 등 외부 수주에 성공해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현대모비스의 이 같은 움직임이 ‘현대’를 떼어내고 승부를 건다고 표현하고 있다. 올해 전 세계 100대 부품사 가운데 현대모비스가 6위를 차지한 것도 ‘탈현대차’를 위한 기반이 됐다고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회사 전체 매출에서 77%에 달하는 현대차·기아 비중을 60%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를 따라 중국으로 진출했던 업체들은 속속 현지 사업 규모를 줄이거나 철수하고 있다”며 “사업을 접으려면 현지 공장 설비를 정리해야 하는데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 사려는 수요가 없어 국내로 돌아오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