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프리미엄 TV 내세우지만 매출의 상당수는 중저가 TV서 나와
성장하는 인도시장 기선 제압하려면 목표 시장 확대 필요성 대두
외연 확대차 대기업‧중소기업간 암묵적 ‘시장 룰’ 깨고 가격인하 돌입
성장하는 인도시장 기선 제압하려면 목표 시장 확대 필요성 대두
외연 확대차 대기업‧중소기업간 암묵적 ‘시장 룰’ 깨고 가격인하 돌입

빠르게 인도 시장을 잠식해 오던 중국 TV 브랜드들이 최근 자국 경제 침체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으며 저가 출혈경쟁에 한계를 보이기 시작하는 빈틈을 노린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지 시장에 조기 진출해서 쌓아올린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인도 소비자에게 맞춤 제품군을 선보이며 자리를 잡아왔다. 특히 소수 부유층 위주로 고가‧프리미엄TV를 판매하며 수익성을 극대화해 왔다. 이런 가운데 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삶의 질이 향상된 일반 소비자들이 조금 더 비싸도 품질을 인정받은 삼성‧LG TV를 구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올 2분기(4~6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주요국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물가 상승이 진행되는 가운데서도 GDP의 과반을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견조했던 것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의 경제성장률을 2023년은 전년도보다 6.1%포인트, 2024년도는 6.3%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인도 경제는 호황이 예상된다.
이에 양사는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치킨게임’에 뛰어든 것이다. 이는 한국 내수시장을 비롯해 가전 시장이 성숙한 지역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사용한 영업전략이며, 실제로 중국 기업의 점유율 하락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25일 가전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TV를 비롯한 가전제품 시장은 판촉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가전 매출에는 다양한 변수가 도래한다. 브랜드 신뢰도, 기능 또는 성능, 품질, 애프터서비스(AS), 경품 제공 등 직접적인 변수와 더불어 아파트 분양, 결혼, 이사, 입학과 졸업 등 간접적인 변수 등이 모두 얽혀 판매가 이뤄진다.
하지만 가장 큰 변수는 역시 ‘가격’이다. 여러 가지 변수를 다 고려했어도 결국 고객은 지출 가능한 주머니 사정 한도에서 ‘가장 합리적인 성능을 가진 제품’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을 비롯한 해외 가전시장에서는 암묵적으로 일정한 ‘룰’이 지켜졌다. 선두주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고가‧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하는 한편,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견‧중소 가전업체들이 두 회사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틈새를 파고드는 식이다. 이때 사용하는 전술이 가격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70형 TV를 각각 50만원에 판매하면, 중견업체들인 50형 TV를 40만~45만원에 내놓거나 55형 또는 60형 TV를 50만원에 판매하는 식이다. 중견·중소업체들의 판로를 어느 정도 보장하는 구조다. 굳이 삼성과 LG를 선호하는 고객이 아니라면 비슷한 품질의 중견·중소업체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하면 이러한 ‘룰’은 깨지고 만다. 특히, 성장시장인 인도에서는 더욱 그렇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시장을 빼앗겼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저가 제품의 가격을 낮추면서 중국 업체와의 가격 차이를 좁힌다. 양사가 고가‧프리미엄 가전을 주로 홍보하지만, 사실상 회사 매출의 절대 비중은 중저가 제품에서 나온다.
특히, 가전제품은 브랜드 충성도가 절대적이다. 특정 브랜드를 사용한 뒤 무리가 없다면, 고객은 같은 브랜드를 재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중저가 제품을 사용해본 고객이 장기적으로 프리미엄 가전을 구매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저가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점유율을 가져가야 한다.
인도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략 변경은 이러한 배경에서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고가‧프리미엄 제품에서 거둔 수익을 바탕으로 중저가 시장에서 양적 성장을 추진해 잠재 고객층을 확충하는 한편, 끊임없이 괴롭히는 중국 업체들을 퇴출시키는 일종의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인도 시장에서 지금은 살아남는 게 우선이다. 저가 전략을 통해 시장 규모를 늘려야 한다”면서 “때마침 인도 경제가 성장하고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지면서 브랜드를 구매의 중요한 요소로 삼고 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하는데 지금이 바로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인도 현지 소매체인 관계자도 “현재 인도 TV시장이 통합과 조정을 겪고 있다”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인도 시장에 대한 전략을 수정하면서 보급형 제품의 가격을 인하하고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는 반면, 중국 브랜드들은 손실을 만회하는 데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채명석‧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