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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조현식 경영권 다툼에…미래 사업 포기한 한국타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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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조현식 경영권 다툼에…미래 사업 포기한 한국타이어

조현식 고문, 개인 회사 아노텍금산 통해 폐타이어 재활용 사업 시작
그룹 지원 없이 사재로 10년여간 연구‧개발에 몰두했으나 성과 못내
그룹도 주목했으나 그 이상은 無, 조현범 회장 견제 때문 소문 돌기도
2021년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서 조현범 회장 승리후 거래 관계 단절
한국타이어, HD현대오일뱅크와 사업 추진하는데 폐타이어 공급 역힐 그쳐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경영권 승계 과정서 벌어진 남매간 갈등 여파로 한국앤컴퍼니그룹이 미래 신수종 사업을 스스로 포기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4남매 중 경영에 참여해 왔던 형제가 맞붙은 결과, 패자인 형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은 그룹 경영에서 사실상 손을 뗐고, 동생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이 경영권을 잡았다. 2020년부터 본격화된 분란은 2021년만 이렇게 마무리되며 안정을 찾는 듯했다. 그러나 직후에 검찰이 여러 불법 혐의로 조현범 회장을 수사하기 시작했고, 결국 구속 기소되어 구치소 생활을 하는 등 ‘오너 경영 공백’ 상황이 1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앤컴퍼니그룹과 관련된 흥미로운 소식이 들렸다. HD현대오일뱅크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와 국내 폐타이어 순환 경제 모델 구축을 위한 ‘한국형 블랙사이클(BlackCycle)’ 컨소시엄에 참여한다는 것이었다. 이 사업은 한국타이어가 제공하는 폐타이어를 받은 HD현대오일뱅크는 계열사인 JD현대케미칼, HD현대오씨아이와 함께 기존 설비를 활용하여 폐타이어 열분해유를 정제해 타이어 원료로 쓰이는 나프타, 부타디엔, 카본블랙, 프로세스 오일 등의 순환 제품을 생산해 최종적으로 한국타이어에 공급하는 순이다.

과거에는 폐타이어를 공장에서 수거해 설비를 돌리는 발전기 등 설비의 에너지원으로 태워버렸다. 당연히 환경오염 물질도 많이 배출했다. 이러한 폐타이어를 재활용 소재로 활용함으로써 에너지를 만들고, 환경오염을 줄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런데 폐타이어 재활용 사업은 한국타이어, 엄밀히 말하면 조현식 고문이 오래전에 추진해 왔던 아이템이다. 지금은 리뉴에너지로 사명이 바뀐 조현식 고문의 개인 회사인 ‘아노텐금산’이 주인공이다. 2009년 설립한 아노텐금산은 조현식 고문이 100% 지분을 보유했으며, 주력사업은 폐타이어 재활용이다. 한국타이어 사업장이 있는 충청북도 금산에 위치한 아노텐금산에서 조현식 고문은 폐타이어를 재활용할 수 있는 설비를 차려 기술을 연구하고 상용화를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거액의 투자비는 조현식 고문이 자비를 들여 수차례 유상증자 배정 방식으로 조달했다. 금액 지원을 하진 않았지만, 한국타이어는 아노텐금산에 어느 정도 기대를 걸고 있었다. 전직 한국앤컴퍼니그룹 임원은 “조현식 고문의 개인 회사였지만 폐타이어 재활용 사업을 성공시키면 그룹의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하려는 계획이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조현식 고문이 사업을 성공시켜 매출을 키우고 순이익을 낸다면 아노텐금산의 기업 가치가 올라갈 것이고, 기업공개(IPO)를 통해 거액의 자금을 마련하면 이를 조현범 회장과의 지분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으리라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아노텐금산은 실패를 거듭했고, 조현식 고문을 통해 한국타이어로부터 일거리를 조금 지원받아 운영비 등을 마련하기도 했으나 만성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조금 얻은 일거리는 현재 일거리 몰아주기 혐의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조현식 고문 역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또 다른 전직 한국앤컴퍼니그룹 임원은 “‘돈 먹는 하마에 하염없이 돈을 쏟아부었다.’ 결국 일감 몰아주기로 연명했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폐타이어 재활용 사업에 관한 조현식 고문의 열정은 대단했다”면서 “성과를 거두진 못했지만, 모든 방안에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 사진=한국앤컴퍼니이미지 확대보기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 사진=한국앤컴퍼니
어쨌든 아노텐금산의 사업모델을 지켜봤던 그룹이 10년 가까이 별도의 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의문으로 남는다. 이와 관련, 이 전직 임원은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동생의 견제 때문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소 모호한 답을 줬다.
조현식 고문은 2021년 11월 2일 아노텐금산의 지분 100%를 홍콩에 소재한 리뉴홀딩스에 넘겨 사명도 리뉴에너지로 바꿨다. 이때는 한국앤컴퍼니그룹 경영권 여부가 결정되기 직전으로, 표면적으로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손을 뗀 것으로 보인다.

리뉴홀딩스에 대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홍콩에 설립한 기업 정보를 제공하는 홈페이지 HK코퍼레이션서치에서 검색해 보면 리뉴홀딩스 유한회사라는 기업이 2020년 10월 15일 등록됐다고 나와 있으며 현재 운영 중이라고 나와 있다. 리뉴에너지 지분을 인수한 기업일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에서는 조현식 고문이 리뉴에너지 주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대신 리뉴홀딩스와 관련되어 실질적으로 회사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됐고, 조현식 고문이 물러난 직후 한국타이어는 리뉴에너지와 거래를 끊었다. 그리고 한국타이어는 2년여 만에 HD현대오일뱅크와 손잡고 폐타이어 사업을 진행한다. 폐타이어를 공급한 뒤 가공한 재활용 원료를 공급받는 제한적인 역할에 불과하다. 리뉴에너지가 성공했으면 이 사업을 주도할 수 있었는데, 여러 업계 관계자는 그룹이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했다면 한국타이어가 폐타이어 재활용 사업 전 과정의 노하우를 갖출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기회를 조현범 회장과 조현식 고문 간 경영권 갈등으로 날려버렸고, 한국타이어는 미래 사업 기회를 스스로 날린 신세가 된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타이어 측은 “리뉴에너지와의 거래는 회사가 매각된 2021년 이후로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현재 HD현대오일뱅크와의 폐타이어 사업은 추진 중이며, 원료 공급 시점 등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