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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구조 개편-3] “두산밥캣, 미래에도 캐시카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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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구조 개편-3] “두산밥캣, 미래에도 캐시카우일까?”

‘新100년 기업’ 첫발 뗀 두산그룹 ③
소형 건설장비 세계 1위 업체이지만
경쟁 치열해지며 기존 강점 희석해져
로보틱스와 함께 무인화‧자동화 구현
HW‧SW 결합한 ‘솔루션 기업’ 도약
자료=두산로보틱스‧두산밥캣이미지 확대보기
자료=두산로보틱스‧두산밥캣
“현재의 두산밥캣이 미래에도 두산을 책임질 캐사카우(현금창출원)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두산그룹의 ‘사업 및 지배 구조 개편안’, 즉 두산로보틱스의 두산밥캣 합병은 위와 같은 근원적인 질문에서 해답을 찾아봐야 한다.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두산그룹은 “아니다”라는 쪽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 봐서는 계속 적자 기업이자 매출 규모도 미미한 두산로보틱스가 최근 연간 1조원대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밥캣을 인수하면서 양사의 기업 가치를 거의 1대 1로 평가했다는 점이 문제로 보일 수 있겠다.

두산그룹은 구조조정과 기업 인수‧합병(M&A)을 같이 여기는 기업이다. 또한 우수기업을 인수하는 능력도 탁월하지만, 보유 계열사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제값이 매각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밥캣은 두산이 지난 2007년 미국 밥캣을 인수했을 당시 국내기업의 해외 기업 M&A 사상 최고액인 5조원을 써내어 경쟁사를 제치고 인수에 성공했다.
두산밥캣의 정식 명칭은 ‘두산밥캣코리아’다. 2023년 9월 1일 이사회를 통해 밥캣(기업)의 자회사인 두산산업차량과 한국법인인 두산밥캣코리아가 합병해 출범했다. 이때도 기존 두산산업차량이 두산밥캣코리아를 합병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러한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가 인수하는데, 양사의 기업 가치를 동등하게 평가했다는 것은 현재의 두산밥캣 체제는 미래 성장성 측면에서 볼 때 두산로보틱스에 비해 낮을 것이라고 본 것이라는 게 산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유가 있다.

두산밥캣은 소형건설장비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이다. 최근의 통계를 보면, 글로벌 건설장비 업체들 가운데 점유율 10위 내에 올랐다. 건설기계 장비와 부착품 등의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차별화한 기술력과 경쟁력으로 회사가 설립한 미국과 유럽연합(EU) 지역에 광범위한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다.

두산밥캣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소형 건설장비에 집중한 덕분이었다. 미국의 캐터필러와 존 디어, 일본의 고마쓰와 히타치 중국의 XCMG, 사니, 스웨덴의 볼보건설기계에 더해 한국기업 중에는 한 식구였던 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건설기계 등이 경쟁사로 분류되지만, 이들 기업은 중대형 건설기계가 주력 제품이다. 두산밥캣이 직접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제품군이 적다,

기업 고객 비중이 높지만, 두산밥캣은 개인 고객 비중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에서도 도시에서 살다가 지방으로 귀농하는 사람이 늘면서, 소형 건설장비를 자가용으로 구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농업가구당 경작면적이 넓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소형건설기계가 농기구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대규모개발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도시에서도 소규모 토목‧건설 작업이 자주 벌어지는 데 이러한 공사는 소형건설기계가 대형 건설기계보다 접근성과 효율성이 높다. 이러한 작업을 개인이 진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형 건설장비업체는 개인 고객 시장을 잡는 게 중요하다. 두산밥캣은 지금까지 개인 고객에게서 강점을 가져왔다. 그런데 이 시장에서 두산밥캣의 장점이 희석되고 있다.

당장, 소형 건설장비 시장의 가능성을 눈여겨 본 대형 업체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대규모 양산 체제를 갖추고 저가로 장비를 ‘뽑아내는’ 중국업체의 도전도 심상치 않다.

더군다나, 건설기계장비산업의 숙명인 건설경기도 갈수록 불확실성이 더해가고 있다. 생존을 위한 치킨 싸움이 더욱 심해질 것임을 의미한다.

현재의 경쟁력에 집착한 두산밥캣이 당장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해도, 주변 상황을 외면했을 때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게 두산그룹 최고경영진의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건설장비도 결국 광의의 모빌리티(Mobility)의 영역에 포함된다. 내연기관을 대체할 전동화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된다면, 모듈화를 통해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경쟁자들이 시장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무인화는 로봇화(Robotization)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로봇화는 대형건설기계보다 소형 건설장비에서 먼저 상용화할 가능성이 높다. 크기가 작은 만큼 상대적으로 신기술 적용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두산밥캣도 이미 오래전부터 전동화‧무인화 시대에 맞춰 연구‧개발(R&D) 작업을 지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회사가 모든 것을 감내하기에는 R&D 분야가 광범위하다.

두산그룹이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로의 자회사로 두려는 이유다. 두산로보틱스가 축적한 협동 로봇 등 관련 기술과 두산밥캣의 무인화‧자동화 기술을 결합하면 양사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다.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와의 협업을 통해 이동성(건설장비‧산업 차량)을 결합한 협동 로봇 사업에 진출하고, 소형장비에 장착해 사용하는 어셈블리 제품군을 확장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알아서 움직이고 작업하는 건설장비를 개발할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개발한 솔루션을 실제 생산 현장에 적용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실증 사례를 쌓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기회를, 두산밥캣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두산밥캣 공장에 협동 로봇 기반 설비를 적용하는 등 공장 자동화를 구현하고, 물류 솔루션 판매도 늘려 나가는 등 스마트 팩토리 부문에서 트랙 레코드를 확보할 수 있다. 솔루션 공급을 늘리면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전문 서비스 시장도 확대되므로 두산로보틱스는 하드웨어(HW)에 이어 소프트웨어(SW) 사업에서도 성공 기회를 높일 수 있다.

따러서 두산그룹 최고 경영진들은 향후 사업 범위의 확장와 매축 및 수익의 극대화 측면에서 성장 가능성이 큰 두산로보틱스를 인수 주체로 정한 것이라고 예측해 볼 수 있다.

두산그룹 측은 “계획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양사는 ‘글로벌 통합 무인화‧자동화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면서, “AI를 활용한 모션 제어 기술 개발, 비전 인식 기술 강화, 고성능 자율주행 기술 개발 등 양사가 개별적으로 진행해 오던 R&D 과제를 공동 수행함으로써 중복 투자를 걷어내고 시너지를 내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