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넘는 수입차 78% ↑..."집은 못사도 차는 산다"
중소 부품사 연쇄 타격 우려...車 산업 뿌리 흔들
"정책 없이 생태계 유지 어려워...구조 개편 시급"
중소 부품사 연쇄 타격 우려...車 산업 뿌리 흔들
"정책 없이 생태계 유지 어려워...구조 개편 시급"

11일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1억5000만원 이상 초고가 수입차는 8184대가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78.4% 증가한 수치다. 고소득층이 법인 차량이 아닌 개인 명의로 초고가 차를 구매하는 사례가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은 "법인차 제도 변경으로 초고가차 시장이 잠시 주춤했지만, 최근 소비 양극화가 뚜렷해지며 고소득층의 직접 구매가 늘었다"며 "고급차는 불황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소득 양극화가 초고가차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학훈 오산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초고가 수입차는 자산가나 법인 사업자 등 특정 수요층이 꾸준히 존재하는 시장"이라며 "기존 차량을 대차하거나 중고로 처분해 교체 수요가 몰린 영향도 크다"고 분석했다.
초고가차 수요가 줄지 않는 배경에는 사회적 지위 과시 심리와 더불어 MZ세대의 소비 가치관 변화도 있다. 문 교수는 "지갑 사정이 어려워도 자산가 중심 소비는 흔들리지 않는다"며 "고가차는 여전히 '대단해 보이는' 인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도 "요즘 MZ세대는 '집은 못 사도 차는 좋은 걸 타자'라는 소비 심리가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문 교수는 "고소득층 수요는 유지되겠지만 중산층 이하는 신차 구매가 줄고 중고차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며 "소비 양극화로 계층 간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극화의 여파는 자동차 생태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문 교수는 "차량 판매 감소는 부품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고, 중소 부품사의 도산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현대차와 기아를 제외한 중견 3사(한국지엠,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는 내수·수출 부진에 직면했고, 완성차 중심 구조가 고착화되며 중소업체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균형을 위해서는 정책적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문 교수는 "부품사 위기는 곧 고용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산소호흡기' 같은 실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 위원도 "지금 자동차 산업은 전동화·디지털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한꺼번에 닥친 구조적 장기 불황 국면"이라며 "완성차만 살리는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고, 부품업계를 포함한 생태계 전반의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chel080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