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석유화학 업체들 업황 악화로 수익성 급감
롯데케미칼 7분기, 효성화학 13분기 연속 적자
공장 가동률도 마지노선인 70% 밑으로 내려가
롯데케미칼 7분기, 효성화학 13분기 연속 적자
공장 가동률도 마지노선인 70% 밑으로 내려가

가이드라인만 나왔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정부의 국내 석유화학 산업 전반에 대한 성찰이나 냉철한 분석은 없었다. 이재명 정부가 급하게 출범하는 탓에 아주 오래전 위기에 빠진 석화 산업에 대한 정부 방안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 방안과 석화 산업 구조 재정비 로드맵 정도는 내놨어야 한다는 게 업계 안팎의 지적이다. 이대로 간다면 국내 석화 업계가 공멸의 위기에 놓이는 것은 시간문제다.
정부가 20일 석유화학 산업 재도약을 위한 지원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석유화학 업계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적자는 불어나고 있고, 공장 가동률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수익성 개선 기대감도 희미해졌다. 통폐합 추진 과정에서 이해관계 충돌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총체적 난국에 빠진 모습이다.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은 수년째 이어진 업황 악화로 수천억 원대 누적 적자를 기록하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먼저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지난해 3분기 290억 원의 손실을 낸 이후 올해 2분기까지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 적자는 2760억 원에 이른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역시 2023년 4분기 790억 원의 손실을 낸 이후 7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효성화학은 2022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 중이다. 태광산업도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부도 위기에서 벗어난 여천NCC 역시 2022~2024년 누적 적자가 8200억 원에 이른다.
공장 가동률도 하락하고 있다. 기업들이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기초화학산업 공장 가동률은 3년 전인 2022년 상반기 89%에서 올해 상반기 63.1%로 25.9%포인트(P) 하락했다. 일반적으로 수익이 나기 위한 가동률 마지노선은 70%인데 이를 밑돌고 있는 것이다. LG화학 석유화학사업 부문 가동률은 90.1%에서 81.3%로 8.8%P, 한화솔루션 케미칼 사업 부문 역시 48%에서 42.3%로 5.7%P 각각 하락했다.
이에 이들은 공장 문을 닫거나 매각하고 있다. LG화학은 스티렌모노머(SM) 생산을 중단한 것에 이어 최근 김천·나주 공장에 대한 일부 설비 스크랩(원료 주입 중단)을 결정했다. 롯데케미칼은 여수 2공장 생산설비 일부를 멈췄다. 태광산업은 중국 진출 20년 만에 스판덱스 생산 공장의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다. 여천NCC는 지난 8일부터 여수 3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일각에선 이번 정부의 구조 개편 과정에서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부도 위기에 빠진 여천NCC의 자금 지원을 두고 대주주인 한화와 DL그룹 간 갈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는 생산량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업체 간 의견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회사별 사업 포트폴리오에 따라 다르지만 2022년 하반기부터 이어지는 업황 약세로 나프타분해시설(NCC) 보유 주요 화학사의 부채비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