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드디어 추가된 파노라마 선루프와 개선된 인포테인먼트 기능이다. 여기에 아웃도어 감성을 살린 스페셜 에디션 ‘에스카파드(Escapade)’ 트림도 새로 선보이며 상품성을 한층 강화했다.
르노코리아 서울 성수센터에서 출발해 포천 산정호수까지 왕복 약 150km에 달리는 코스를 출발했다. 우선, 2026년형 그랑 콜레오스의 외관은 연식변경인만큼 큰 변화는 없다. 다만, 세부적인 변화로 완성도를 높이려고 한 노력이 역력하다. 새로운 무광 타입 색상인 ‘새틴 유니버스 화이트’가 추가됐는데, 준비된 시승차가 모두 이 색상을 골랐다.
특히 에스프리 알핀(Esprit Alpine) 트림에서는 새틴 유니버스 화이트 외장색과 어울리는 새틴 블랙 로장주 엠블럼(르노의 다이아몬드 로고)과 블랙 컬러 모델명 레터링이 적용돼 한층 세련된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도 이번에 처음 적용된 파노라마 선루프는 그랑 콜레오스의 공간감을 한층 극대화한다. 뭔가 빠져 아쉬웠다라는 기분을 채워주는 요소다. 크기도 만만치 않다. 가로 874mm, 세로 1367mm 크기의 광활한 유리 지붕은 남다른 개방감을 만끽하게 해준다. 선루프는 유리 패널이 차체 바깥으로 밀려 올라가는 ‘탑 슬라이더’ 방식으로 개방되는데, 덕분에 개방 시에도 실내 헤드룸이 넉넉하게 확보된다. 또한, 개방 상태로 고속 주행을 해봐도 바람 소리가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정숙성을 갖추고 있다. 윈드 디플렉터(풍절음 차단막)가 바람 소음을 제법 효과적으로 억제해주는 거 같았다.
계기판과 중앙 디스플레이가 연결된 오픈알(openR) 파노라마 스크린은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를 위한 엔터테인먼트 허브 역할을 한다.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openR 파노라마 스크린은 운전석 계기판과 중앙 인포테인먼트 화면이 한데 이어진 형태로 미래지향적인 인상을 준다. 특히 조수석까지 화면을 확장한 것이 특징인데, 국산차에는 처음으로 적용된 것이다.
중앙 12인치 터치스크린의 UI도 개선되어 공조장치 조절 등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위젯이 추가됐고, 통풍/열선 시트와 열선 스티어링 휠도 홈 화면에서 원터치로 제어할 수 있어 편의성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차량용 엔터테인먼트 기능의 강화다. 새롭게 추가된 ‘R:아케이드’ 게임 모드를 통해 차량 디스플레이로 즐길 수 있는 20가지의 캐주얼 게임이 마련됐다.

동승자가 주행 중 지루해할 틈이 없을 만큼 다양한 퍼즐, 레이싱 등의 미니게임을 터치로 즐길 수 있고, 차량 정차 시에는 운전자도 휴식하며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기자도 보조석에 앉았을 때 간단한 레이싱 게임을 플레이해보니 제법 반응이 좋았다. 또한, 노래방 기능 ‘R:비트(Beat)’도 탑재돼 있는데, 곧 다가올 추석 귀향길에서 아이들과 오랜만에 노래도 부르며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깨는 데는 제격일 거 같았다.
성수동 시내를 빠져나와 북부간선도로에 진입하자 그랑 콜레오스의 파워트레인이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했다. 시승 차량은 최고출력 211마력(ps), 최대토크 33.2kg·m의 성능을 내는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모델로,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배기량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경쾌한 가속감을 보여준다. 특히, 2000rpm 부근부터 최대 토크가 나와서인지 초반에 치고 나가는 힘이 인상적이다.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의 진입로에서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고 가속하니, 합류구간에서도 부족함 없는 속도로 순식간에 교통 흐름에 올라탈 수 있었다. 일반 모드인 컴포트 모드에서는 가속 응답이 한결 부드럽고, 엔진 회전수도 낮게 유지돼 운전의 편의성이 돋보인다.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1.1km로 책정되었는데, 실제 주행에서는 대략 13~14km까지는 표시될 정도로 효율적인 모습을 보였다.
고속도로 구간에서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활성화해봤다. 앞차와 간격을 자동으로 유지하며 차선 중앙을 지키는 주행 보조 시스템이 비교적 매끈하게 작동한다. 장거리 주행 피로를 덜어주는 데 한몫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적극성이 과하다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했다.
곡선 구간이 많은 산정호수 인근의 산길에서는 차체 거동을 살펴볼 수 있었다. 콜레오스는 동급 경쟁 모델 대비 부드러운 승차감에 초점을 맞춘 세팅으로 보인다. 급코너에서도 롤(기울어짐)이 크지 않지만, 한계점은 명확하다. 안정적으로 돌아나가지만, 스포츠 SUV처럼 민첩하게 코너를 파고들기보다는 약간은 차분하고 묵직하게 움직여줘야 하는 타입이다. 이번 모델부터는 사륜구동 문턱이 조금 낮아지면서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와인딩을 재밌게 넘을 수 있게 됐다.
그랑 콜레오스에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AI, 스노우, 오프로드까지 6가지 주행 모드가 마련되어 있어 상황에 따라 차량 특성을 바꿀 수 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AI 모드인데,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운전자의 주행 패턴과 도로 상태를 학습해 가장 적절한 차량 세팅을 자동으로 찾아주는 똑똑한 모드다. ‘라떼’에는 이런 최첨단 기능을 ‘스마트’라고 부르기도 했다.
AI 덕분에 운전자는 모드 변경을 잊고 있어도 차가 스스로 판단해 연비를 높이거나 필요한 경우 즉각적인 응답성을 제공한다. 다만, 스포츠 모드는 자동으로 지원해주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승차감은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주는 편이라 가족 모두 편안해할 것이고 NVH(소음진동 억제) 측면에서도 풍절음이나 엔진음이 잘 억제되어 장거리 여행에 적합하다는 결론이다.
시승 행사에 함께 포함된 그랑 콜레오스 에스카파드(Escapade) 모델은 캠핑과 아웃도어 레저를 즐기는 소비자를 겨냥한 특별판이다. 이름부터 ‘일탈’이나 ‘모험’을 뜻하는 에스카파드는 기본 모델 대비 디자인과 기능 곳곳에 색다른 포인트가 더해졌다. 외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큼직한 전용 루프박스다. 에스카파드는 두 가지 버전으로 나오는데, 하나는 우리가 시승한 차량처럼 파노라마 선루프가 적용된 선루프 버전이고 다른 하나는 선루프 대신 일체형 루프박스가 장착된 루프박스 버전이다.
루프박스 버전은 차 박이나 캠핑에 필요한 짐을 넉넉히 적재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다만 루프박스를 선택하면 선루프의 개방감을 포기해야 하므로, 하늘 풍경을 볼지 짐을 실을지를 놓고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에스카파드 전용 사양으로는 20인치 다크 틴티드 하이랜드 알로이 휠과 차체 하단 전체를 감싸는 블랙 바디킷이 적용되어 한층 강인한 인상을 준다. 휠 아치를 둘러싼 몰딩과 사이드 도어 가니시도 모두 블랙으로 마감하여 오프로더 감성을 살렸다. 전면부와 후면부 범퍼 하단에는 실버가 아닌 무광 블랙 색상의 스키드 플레이트 스타일 장식이 더해져서 묵직한 느낌을 준다. 실내에 들어서면 퀼팅 패턴의 라이트 브라운 가죽 시트가 눈길을 끈다. 일반 모델에 없는 감성적인 브라운 톤 시트는 캠핑장의 흙이나 먼지가 묻어도 티가 덜 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바닥에는 세척이 쉬운 미끄럼 방지 처리된 블랙 러버 매트가 깔려 아웃도어 활동 후 오염을 걱정을 덜어준다.
이 밖에도 에스카파드에는 나만의 문구를 새길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플레이트가 제공돼, 차에 애정을 담은 메시지나 가족 모토 등을 새겨 특별함을 더할 수 있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