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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뉴욕 유엔총회, 한국 주력산업 대응전략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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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유엔총회, 한국 주력산업 대응전략 시험대

EU 탄소국경조정제도·IMO 감축 전략·IRA 폐지, 산업 전반 구조 전환 압박
철강·정유·조선·자동차·반도체, 글로벌 규범 대응 없인 경쟁력 약화 우려
디지털·AI 거버넌스 격상, 한국 기업 표준 주도권 확보 절실
지난 3월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의 현대차 메타플랜트 공장에서 직원들이 조립 라인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3월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의 현대차 메타플랜트 공장에서 직원들이 조립 라인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뉴욕에서 개막하는 제80차 유엔총회가 기후변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인공지능(AI) 거버넌스, 글로벌 무역질서 재편을 핵심 의제로 다룰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국 산업계는 새로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철강·자동차·조선·반도체 등 주력 산업은 기후 규범, 디지털 표준, 보호무역주의 강화라는 삼중 과제에 직면할 것이 예상돼서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총회에서는 오는 11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앞두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기후 재정 확대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이 연간 1000억 달러 지원 공약을 넘어서는 신규 목표(NCQG)를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으며, 2035년 3000억 달러 이상 경로가 제시될 가능성도 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2026년부터 실제 부과가 시작될 예정이어서 철강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기업들이 배출권 가격과 인증 절차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정유·석유화학 업종 역시 재생에너지·수소 전환 투자에 나서야 한다.

조선업계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감축 전략이 직접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 2030년 최소 20% 감축 목표가 확정되면서 친환경 연료 기반 선박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조선사들이 액화천연가스(LNG)·메탄올 추진선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암모니아·수소 등 차세대 연료 전환 속도가 늦어질 경우 수주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2027년 이후 교역선 교체 수요가 본격화되면 연료 선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시장 판도를 가를 수 있다.

자동차업계도 각국의 정책 변화와 기반 시설의 부족에 따른 전환에 어려움이 있어 새로운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폐지 수순을 밟고 있고, EU는 배터리 탄소발자국 공개와 여권제도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한다. 이에 따라 한국 완성차·배터리 기업은 북미·유럽 현지 생산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를 서두르고 있다.

반도체와 정보통신기술(ICT) 업종은 디지털·AI 규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새로운 과제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이 추진하는 글로벌디지털콤팩트(GDC)는 데이터 거버넌스와 AI 윤리 원칙을 국제 규범으로 격상할 전망이다.

한국 기업이 표준화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해외 진출 과정에서 인증 지연과 추가 비용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선도적으로 참여한다면 규제 대응 비용을 절감하고 글로벌 시장 선점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회가 산업정책 방향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AI·기후·무역을 아우르는 다자 규범 속에서 한국이 규범 수용자에 머무르지 않고 규범 형성자로 나서야 한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제80차 유엔총회는 외교 무대를 넘어 한국 산업계의 대응 전략을 시험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기술·무역의 세 축이 맞물리며 산업 생태계 전반에 파급력이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