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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위기 2라운드] 고유가보다 무서운 건 ‘불확실성’…산업계 체질 개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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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위기 2라운드] 고유가보다 무서운 건 ‘불확실성’…산업계 체질 개선 과제

고유가보다 큰 변수 ‘불확실성’…산업 전반 의사결정 부담 가중
단기 대응 넘어 구조 재편 계기…공급망·생산 전략 전면 재정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사진=로이터
중동 사태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항 불안과 국제유가 변동성이 이어지면서 국내 산업계가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가격 변수보다 불확실성이 더 큰 리스크로 작용하면서 기업들의 대응 방식도 장기적 구조 변화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단순한 고유가 단기 대응을 넘어 불확실성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가격 상승은 일정 부분 비용 부담으로 관리할 수 있지만, 원료 조달 차질과 운송 지연이 장기화하면 생산 계획·수출 일정·투자 판단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환율 변동성까지 확대되며 비용 부담을 자극하는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고유가만큼이나 지속 여부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기업 경영 의사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정학적 리스크와 보호무역 등 불확실성이 반복되고 있어, 기업들은 향후 유사한 상황에 대비한 구조적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변동성 관리에 집중하는 경영 기조는 주요 업종 전반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물류 전략 변화는 대표적 사례다. 현대자동차는 중동 항로 차질 가능성에 대비해 일부 선적 노선을 우회하는 방안을 검토·적용하고 있다.

해상 운송 비용 증가 부담에도 납기 지연과 공급 차질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공급망이 촘촘하게 연결된 완성차 산업 특성상 물류 차질은 곧 생산 일정과 실적 변수로 이어질 수 있어 비용 증가를 감수하더라도 운영 안정성을 우선하는 대응이 나타나고 있다.

정유업계 역시 조달 안정성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내 원유 수입의 약 70%가 중동산이고 이 가운데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상, 통항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수급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와 정부는 추가 도입선 확보와 비축 확대 등 미래 충격에 대비한 선제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유가 변동성이 단기간에 급변하는 상황에서 공급 안정성 확보는 기업들의 핵심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는 불확실성 장기화에 대비해 가동률 조정에 나서고 있다. 원료 확보 차질이 길어질 경우 생산 계획 전반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단기 생산량보다 운영 지속성을 우선하는 대응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은 공장을 멈추면 재가동에 더 큰 비용과 시간이 든다”며 “최소 수준으로 가동률을 낮추면서 가동 기간을 최대한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효율보다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둔 전략적 판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항공업계는 이미 일부 노선 감편과 운항 효율화, 비상경영 체제 전환에 돌입했다. 유가와 환율, 국제 정세 변화가 동시에 반영되는 업종인 만큼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수익성 방어와 현금흐름 관리가 우선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항공업계는 외부 환경에 취약한 구조이기 때문에, 불확실성 리스크가 커지기 이전부터 노선 감편이나 항공편 취소 등 최대한의 선제 대응에 나선 상태라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산업계에 분명한 과제를 남겼다. 위기 때마다 임시방편식 대응에 그칠 것이 아니라 △공급선 다변화 △재고 전략 고도화 △대체 물류망 확보 △생산 거점 분산 등 외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고유가 국면을 넘어불확실성이 상수화된 시대 산업 체질 개선 필요성을 드러낸 계기로 평가된다.


최유경·박지수·이지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hoiyui@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