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에너지·로봇 앞세워 포트폴리오 재정렬
재무 안정 이후 새 성장 서사 만드는 리더십 시험대
재무 안정 이후 새 성장 서사 만드는 리더십 시험대
이미지 확대보기지난달 31일 재계에 따르면 박 회장의 최근 경영 과제는 위기 극복 이후 두산의 성장 방향을 다시 세우는 데 맞춰져 있다. 두산은 과거 유동성 위기와 구조조정을 거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했다. 이제는 방어의 시간을 지나 성장투자의 우선순위와 실행 시점을 정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그 중심에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가스터빈, 발전설비, 에너지 솔루션을 담당하는 그룹의 핵심 축이다. 원전 생태계 복원과 에너지 안보 강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사업 기회와 맞물린다. 과거 중공업 중심의 제조 역량이 다시 전략산업 경쟁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가스터빈 사업 확장도 박 회장의 성장투자 구상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두산은 국산 가스터빈 개발과 공급을 넘어 장기 정비, 부품 공급, 서비스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발전설비는 공급 이후에도 정비와 부품 교체, 기술지원 수요가 지속된다. 제조와 서비스가 결합될 경우 단순 수주보다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만들 수 있다.
박 회장에게 중요한 것은 사업을 넓히는 속도보다 투자 우선순위다. 구조조정 이후 기업은 무리한 확장에 대한 시장의 경계도 함께 받는다. 원전과 가스터빈처럼 정책성과 시장성이 동시에 작동하는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고, 로봇과 자동화처럼 성장성이 큰 분야는 기술력과 수익 모델을 함께 증명해야 한다. 재무 안정과 성장투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오너 리더십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생산능력 확충은 박 회장의 투자 판단을 가를 핵심 변수다.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가스터빈 사업은 수주 물량과 정책 방향, 발주국의 최종 투자 결정(FID)이 맞물려야 설비 투자와 제작이 본격화될 수 있다. 수요가 현실화되기 전에 투자를 앞당기면 부담이 커지고, 반대로 투자가 늦어지면 수주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박 회장의 역할은 이 균형점에서 두산의 다음 성장 궤도를 정하는 데 있다.
두산의 과거가 위기를 견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평가는 무엇으로 다시 커지느냐에 달려 있다. 박 회장의 두산이 원전과 에너지, 로봇을 앞세워 새 포트폴리오를 정착시킬 경우 두산은 중공업 기업을 넘어 미래 에너지·자동화 기업으로 재평가받을 수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최고경영진의 핵심 과제로 생산능력 확충을 꼽으며 "공장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SMR 개발사들이 많지만 상당수는 설계는 해도 공장이 없는 '팩리스'에 가깝다"며 "두산 입장에서는 수요가 현실화될 경우 어느 시점에, 어떤 물량을 겨냥해 공장 확대에 나설지가 중요한 결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유경·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