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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배터리 금맥은 2030년 이후…공장들은 벌써 스크랩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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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배터리 금맥은 2030년 이후…공장들은 벌써 스크랩부터

사용후배터리법 국무회의 통과로 제도 기반 마련
2030년 전까지 제조 공정 스크랩 확보가 수익성 좌우
핀란드 하르야발타에 위치한 포텀(Fortum) 배터리 재활용 시설 내부. 사진=로이터연합이미지 확대보기
핀란드 하르야발타에 위치한 포텀(Fortum) 배터리 재활용 시설 내부. 사진=로이터연합
사용후 배터리 산업을 키우기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 수명이 본격적으로 도래하기 전까지는 실제 사용후 배터리보다 제조 공정에서 나오는 스크랩 확보가 기업들의 가동률과 수익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가 지난 20일 사용후 배터리의 관리 및 산업육성에 관한 법률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히면서 배터리 재활용 산업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법안은 사용후 배터리 성능평가와 안전검사, 전주기 이력관리 시스템 구축, 재생원료 활용 촉진 등을 골자로 한다. 공포 후 1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국내 사용후 배터리 배출량은 빠르게 늘 전망이다. 정부는 국내 사용후 배터리 배출량이 2023년 2355개에서 2025년 8321개, 2029년 7만8981개, 2030년 10만7500개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은 커지지만, 본격적인 물량이 쌓이기 전까지는 제조 공정 스크랩 확보가 기업들의 가동률과 수익성을 좌우하는 구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같은 흐름을 짚었다. IEA는 제조 공정 스크랩이 현재 배터리 재활용 원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2030년에도 가용 재활용 원료의 3분의 2를 차지할 것으로 봤다. 사용후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가 최대 원료원으로 부상하는 시점은 2035년 이후로 전망했다.
국내 기업들도 원료 확보전에 나서고 있다. 성일하이텍은 해외 거점을 통해 스크랩 확보를 늘리고 있고, 포스코그룹은 그룹 내 순환 구조를 앞세우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물류망을 활용해 사용후 배터리 회수 흐름을 선점하는 전략이다. 방식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시장이 본격 개화하기 전, 먼저 원료를 확보하는 것이다.

성일하이텍, 스크랩 확보로 가동률 끌어올린다


성일하이텍은 원료가 있는 지역으로 직접 들어가는 전략을 택했다. 회사는 지난해 3월 미국 인디애나주 화이트타운에 북미 첫 생산 거점인 리사이클링 파크를 가동했다. 연간 셀 스크랩 2만톤 처리 규모로 시작해 향후 4만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인디애나 공장은 삼성SDI와 스텔란티스, 삼성SDI와 제너럴모터스(GM)의 배터리 합작공장이 인근에 자리해 스크랩 확보에 유리한 거점으로 꼽힌다. 배터리 생산 거점 가까이에 리사이클링 공장을 두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크랩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성일하이텍의 실적 회복도 스크랩 확보와 공장 가동률 상승에 맞물려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성일하이텍은 북미·아시아·유럽 여러 회사와 계약을 통해 전처리용 스크랩을 현재 월 1600톤 확보했다. 연말까지 최대 월 2600톤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새만금 3공장 가동률도 회복세다. 유진투자증권은 성일하이텍의 새만금 3공장 가동률이 현재 75~80% 수준까지 올라왔고, 상반기 중 100%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성일하이텍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60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82.5%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0억원 수준까지 줄며 손익분기점에 근접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성일하이텍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736억원, 영업이익 26억원을 기록하며 12분기 만에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적 개선의 핵심 요인으로는 전처리용 스크랩 확보, 새만금 3공장 가동률 상승, 하이드로센터 재가동 등이 꼽힌다.

성일하이텍 사례는 초기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의 현실을 보여준다. 시장의 이름은 폐배터리지만, 당장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것은 사용후 배터리보다 제조 공정 스크랩 확보 능력이다. 공장을 먼저 지었더라도 원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가동률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기 어렵다.

포스코그룹, 원료를 그룹 안에서 돌린다


포스코그룹은 원료 문제를 그룹 내 수직계열화로 풀고 있다. 폴란드 PLSC에서 유럽 내 이차전지 스크랩과 사용후 배터리를 수거해 블랙파우더로 만들고, 이를 국내 광양 포스코HY클린메탈로 보내 니켈·코발트·탄산리튬을 추출하는 구조다. 회수한 원료는 포스코퓨처엠 양극재 공장으로 연결된다.

포스코HY클린메탈 1공장은 연간 블랙파우더 1만2000톤을 처리해 탄산리튬 2500톤, 니켈 2500톤, 코발트 800톤을 생산할 수 있다. 포스코그룹은 2030년까지 재활용 원료 생산능력을 연 7만톤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모델의 강점은 원료와 소재 생산을 그룹 안에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크랩과 사용후 배터리에서 뽑아낸 금속을 양극재 생산으로 이어 붙이면 외부 원료 의존도를 낮추고, 핵심광물 공급망을 안정화할 수 있다. 리사이클링에서 양극재까지 이어지는 클로즈드루프는 포스코그룹이 배터리 소재 사업에서 내세우는 핵심 축이다.

다만 이런 구조는 그룹 내 밸류체인이 갖춰져야 작동한다. 원료 확보, 금속 추출, 소재 생산, 고객사 공급까지 연결돼야 하는 만큼 진입 장벽도 높다. 초기 시장에서는 설비 규모보다 원료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묶어둘 수 있느냐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 회수 물류를 선점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생산보다 회수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고객 채널과 물류망을 활용해 사용후 배터리를 회수하고, 계열사 배터리 합작공장에서 발생하는 셀 스크랩의 전처리까지 맡는 방식이다. 물류 네트워크를 원료 확보 수단으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사용후 배터리는 일반 화물처럼 옮기기 어렵다. 배터리 상태 진단, 안전 포장, 운송, 보관, 추적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회수 물류를 선점하면 향후 사용후 배터리 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때 원료 흐름을 먼저 잡을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기존 자동차 물류망과 해외 거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갖는다. 완성차 판매 이후 회수 단계까지 연결할 수 있다면 배터리 순환경제 밸류체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이 커질수록 회수와 운송, 전처리 역량의 중요성도 함께 커질 전망이다.

현대글로비스 전략은 폐배터리 산업의 또 다른 축을 보여준다. 직접 금속을 뽑아내는 기업만 시장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다. 누가 배터리를 먼저 회수하고, 어느 경로로 원료를 흘려보내느냐도 사업 주도권을 가르는 변수가 된다.

이름은 폐배터리, 당장은 스크랩 싸움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의 성장성에는 이견이 크지 않다. 전기차 보급이 늘고 배터리 수명이 도래하면 사용후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리튬 등 핵심광물 공급망의 중요한 원료가 된다. 사용후배터리법 제정도 배터리를 폐기물이 아닌 전략자원으로 관리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보여준다.

문제는 그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까지의 시간이다. IEA가 지적했듯 2030년에도 재활용 원료의 상당 부분은 제조 공정 스크랩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단계에서 기업들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것은 공장 증설보다 원료 확보다.

원료 부족은 가동률 저하로 이어지고, 낮은 가동률은 고정비 부담과 수익성 악화로 연결된다. 성일하이텍의 실적 회복 전망이 전처리용 스크랩 확보와 새만금 3공장 가동률 상승에 기대고 있다는 점도 이 시장의 현실을 보여준다.

결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의 초기 승부처는 폐배터리 자체가 아니라 스크랩이다. 지금은 제조 공정 스크랩을, 2030년 이후에는 진짜 사용후 배터리를 더 많이 확보하는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법이 만들어준 트랙 위에서 원료 확보전은 이미 시작됐다.


이다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h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