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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과 불황의 반복에서 '수주 산업'으로…메모리 LTA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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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과 불황의 반복에서 '수주 산업'으로…메모리 LTA 봇물

너도나도 장기계약…HBM·D램 부족에 안정적 공급망 원해
장기계약에 투자도 활성화…수십조 단위급 설비 투자
삼성전자 GTC 2026 부스에 전시된 HBM4E 코어다이 웨이퍼와 HBM4E 패키지 제품.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 GTC 2026 부스에 전시된 HBM4E 코어다이 웨이퍼와 HBM4E 패키지 제품. 사진=삼성전자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빅테크와 반도체 업체 사이에 5년 단위 장기공급계약(LTA) 체결이 기본 공식화되는 모습이다.

공급망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고객사들과 안정된 수요 확보를 원하는 메모리 제조사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이 종전의 단기 수급 시장에서 3~5년치 물량을 미리 확보하는 '수주형 산업'으로 대전환하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샌디스크는 핵심 고객사 8곳과 LTA를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마이크론은 최대 2030년까지 적용되는 전략적 고객 협약을 맺었다.

특히 1년씩 기한을 연장하며 항상 5년의 계약 기간을 유지하는 '롤링(Rolling)' 방식의 LTA까지 도입되며 장기 협력 관계가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5위인 대만 난야테크놀로지 역시 최근 LTA 물량이 전체 생산능력의 50%를 차지한다고 밝히며 이러한 흐름에 합류했다.

앞서 삼성전자 역시 글로벌 5대 데이터센터 고객사와 계약을 완료하고 전체 물량의 60~70% 규모를 LTA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핵심 고객사 10여 곳과 LTA를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샌디스크는 2028년 물량의 3분의 2가 LTA다.

LTA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한 데는 메모리 품귀 현상의 요인이 크다. AI 투자가 확대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요가 크게 늘었고, 이 여파는 D램 공급에도 그대로 이어져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반으로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현상이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트렌드포스 분석에 따르면, HBM4e 등 차세대 고사양 제품의 검증이 불확실하고 전반적인 D램 웨이퍼의 부족 현상이 장기적으로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범용 D램 시장도 마찬가지다. 주요 제조사들이 웨이퍼 생산능력을 HBM에 집중적으로 할당하면서 일반 서버용 DDR5, PC와 모바일용 D램의 생산 여력이 제약받고 있다. 각 제조사가 신규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유의미한 양산 물량이 출하되는 시점은 내년 하반기에서 2028년으로 예상된다는 게 트렌드포스의 분석이다.

장기 계약이 확정되면서 투자도 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청주와 용인에 54조 원의 설비 투자를 하기로 했고, 삼성전자는 평택 팹 시설 투자를 가속하며 HBM4과 선단 D램, 3D 낸드 설비 증설에 집중하고 있다.

키옥시아는 요카이치와 기타카미 공장에 신규 클린룸 투자를 통해 AI 서버용 고용량 eSSD와 차세대 낸드플래시 생산 라인 투자를 이어가기로 했다. 마이크론은 인도 구자라트주 사난드에 약 27억5000만 달러 규모의 후공정 공장을 설립, 가동하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SK하이닉스도 가격보다는 안정적인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는 언급을 많이 한다"면서 "LTA를 통해 안정된 수요와 공급으로 불황과 호황을 오가는 산업에서 탈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park0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