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제조기업 84% “피지컬 AI 도입·계획”…생산성 향상 기대 속 일자리 감소 우려

글로벌이코노믹

제조기업 84% “피지컬 AI 도입·계획”…생산성 향상 기대 속 일자리 감소 우려

현재 도입 47%·향후 도입 예정 37%
생산성 평균 31.9% 향상 기대
79.8% “국가경제에 긍정적 영향 클 것”
61.9% “기업 내 전체 일자리 축소”
HD현대일렉트릭 청주 배전캠퍼스 중저압차단기 공장 물류창고에서 물류셔틀이 자재와 완제품 박스를 운반 중이다. 사진=HD현대일렉트릭이미지 확대보기
HD현대일렉트릭 청주 배전캠퍼스 중저압차단기 공장 물류창고에서 물류셔틀이 자재와 완제품 박스를 운반 중이다. 사진=HD현대일렉트릭
국내 대형 제조기업의 84%가 피지컬 인공지능(AI)을 도입했거나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국가경제에 미칠 긍정적 영향에 대한 기대와 기업 내 일자리 감소 우려가 동시에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지난 5월 27일부터 6월 10일까지 15일간 종사자 500인 이상 제조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피지컬 AI 도입 실태·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피지컬 AI는 인공지능이 로봇과 자동화 설비 등 물리적 시스템과 결합해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휴머노이드·자율주행차·드론·무인운반차(AGV)·자율이동로봇(AMR) 등이 포함된다.

조사 결과 피지컬 AI를 현재 도입한 기업은 47%, 향후 도입할 계획인 기업은 37%로 집계됐다. 도입 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16%에 그쳤다.
종사자 500인 이상 제조기업의 피지컬 인공지능(AI) 도입 현황과 향후 계획을 나타낸 그래프.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이미지 확대보기
종사자 500인 이상 제조기업의 피지컬 인공지능(AI) 도입 현황과 향후 계획을 나타낸 그래프.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현재 도입한 기업 대부분은 전체 공정이 아닌 일부 현장에 기술을 먼저 적용하고 있었다. 전체 공정이나 부서에 피지컬 AI를 도입한 기업은 4%에 불과했고, 일부 공정이나 부서에 적용한 기업은 43%였다. 도입했다는 응답에는 상용화뿐 아니라 시범사업을 통한 기술 검증도 포함됐다.

피지컬 AI 확산의 배경에는 생산성 향상에 대한 기대가 자리 잡고 있다. 피지컬 AI를 도입했거나 도입할 계획인 84개사는 도입 효과로 생산성이 평균 31.9% 향상될 것으로 기대했다. 기대 효과로 생산성·실적 향상을 꼽은 비율도 45.2%로 가장 높았다. 구인난 등 인력 운용 어려움 해소는 26.2%, 산업재해 예방과 사고 위험 감소는 22.6%였다.

기업 규모에 따라 기대하는 효과는 달랐다. 종사자 1000인 이상 기업은 생산성·실적 향상을 꼽은 비율이 49.3%로 가장 높았다. 500인 이상 1000인 미만 기업에서는 인력 운용 어려움 해소가 66.7%에 달했다. 규모가 큰 기업은 생산 효율을, 1000인 미만 기업은 구인난 해소를 더 중시한 셈이다.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피지컬 AI가 노동력 감소와 생산성 하락 등 국가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미칠 긍정적 영향이 크다는 응답은 79.8%에 달했다. 영향이 작다는 응답은 4.8%에 그쳤다.
반면 기업 내부의 고용 전망은 부정적이었다. 피지컬 AI의 일자리 대체 효과가 신규 일자리 창출보다 커 전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은 61.9%로 집계됐다.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34.5%였고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은 3.6%에 불과했다.

피지컬 AI를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에서도 부담이 예상됐다. 기업들은 기술적 불안정성과 시스템 불안에 따른 위험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응답 비율은 34.5%였다. 투자비용 대비 수익성의 불확실성이 31%, 노동조합이나 노동자의 반대가 27.4%로 뒤를 이었다. 피지컬 AI 확산을 위해서는 기술 안정성과 투자 성과, 고용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제조 현장에서는 피지컬 AI가 자재 운반과 생산 공정을 중심으로 쓰이고 있다. 피지컬 AI를 이미 도입한 47개사 가운데 63.8%가 AGV·AMR형을 활용한다고 답했다. 주된 활용 분야도 조립·제작 공정 66%, 물류·운송과 창고 관리 57.4% 순이었다.

향후 피지컬 AI 도입을 계획한 37개사 가운데 64.9%는 활용 예상 유형으로 휴머노이드형을 선택했다. 휴머노이드형은 인간 외형과 유사한 구조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지능형 물리 에이전트인 만큼 다양한 작업에 투입할 수 있다. 경총은 향후 여러 산업 현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했다.

조사 결과는 제조업의 피지컬 AI 도입이 생산성과 인력난 개선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동시에 일자리 감소와 노사 갈등이라는 과제도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일부 공정에 집중된 활용 범위가 휴머노이드 등으로 넓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술 안정성과 투자 성과뿐 아니라 고용 변화에 대한 대응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승용 경총 경제분석팀장은 “피지컬 AI가 앞으로 더욱 확산돼 기업이나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자 대비 수익 불확실성과 노사 갈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지컬 AI가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면밀히 검토하고 다양한 기업 지원 대책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유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hoiyui@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