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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보다 지속성...삼성전자·SK하이닉스, 증설 방법도 '유연성'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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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보다 지속성...삼성전자·SK하이닉스, 증설 방법도 '유연성'에 집중

삼성전자·SK하이닉스, 투자는 늘리고 장비 도입은 차근차근…’셸 퍼스트' 전략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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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초호황 속에서 슈퍼사이클을 길게 가져가려는 투자 방식을 도모하고 있다. 투자 규모는 늘리되 생산 장비는 시장 물량에 맞춰 단계적으로 들이는 방식이다. 공장 건물과 클린룸을 먼저 확보해 두고, 수요를 확인하며 장비를 채워 넣는 '셸 퍼스트(Shell First)' 전략이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이다.

셸 퍼스트는 반도체 공장의 외형인 셸(Shell), 즉 건물과 클린룸을 우선 짓고 핵심 생산 장비는 시장 상황에 따라 나중에 설치하는 전략이다. 클린룸을 미리 확보하면 수요가 늘 때 장비만 들여 곧바로 증산에 나설 수 있다. 반대로 시황이 꺾여도 고가 장비 투자에 따른 부담은 피할 수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과거 반도체 시장은 호황기마다 경쟁적으로 설비를 늘렸다가 공급 과잉과 가격 급락을 겪는 사이클을 반복해 왔다. 장비 투자는 한 번 집행하면 되돌리기 어렵고 감가상각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계산을 내놓은 셈이다.

SK하이닉스의 입장은 실적 발표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회사는 "고객 수요와 제품 경쟁력, 수익성, 투자 효율성을 자세히 따져 투자 규모와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 자체를 줄이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얼마나 쓸지와 언제 집행할지를 함께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호황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투자 효율성과 수익성을 우선하겠다는 메시지다.
삼성전자 역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신규 라인의 장비 반입 속도는 고객사 수요와 제품 구성에 맞춰 조율하는 방식을 강화하고 있다. 클린룸 같은 기반 시설을 먼저 갖춰 두는 것은 향후 수요 확대에 대비한 선제 투자이자 공급 과잉 위험을 관리하는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이런 전략 변화의 배경에는 메모리 가격이 영원히 초호황일 수는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확대로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공급이 빠르게 늘어나면 가격 상승세는 꺾일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2028년부터 메모리 가격이 점차 안정되는 연착륙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연착륙의 속도와 폭이다. 공급이 수요를 크게 앞지르면 연착륙이 아닌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메모리 업체들이 장비 도입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공급 증가 속도를 통제해 가격 하락폭을 줄이려는 취지다. 사실상 업계 전체가 슈퍼사이클을 가능한 한 길게 끌고 가려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특히 최근 메모리 시장은 HBM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이 커지면서 과거와 달리 장기공급계약(LTA)과 고객 맞춤형 생산이 늘고 있다. 수요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업체들도 설비를 무리하게 늘리기보다 물량에 맞춰 단계적으로 대응할 여지가 생겼다. 쉘 퍼스트 전략이 힘을 받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호황이 오면 일단 장비부터 들였지만 지금은 수요가 확인된 만큼만 증설하는 분위기"라면서 "클린룸을 먼저 확보해 두면 필요할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 투자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선택은 속도보다 지속 가능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호황의 크기를 키우는 것 못지않게 호황의 길이를 늘이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판단이다.


박상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park0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