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음파 판독전문가 '소노그래퍼'

글로벌이코노믹

초음파 판독전문가 '소노그래퍼'

[한정아 대표의 유망직종을 찾아서(6)-소노그래퍼]

검사권 분리‧인증제 도입 땐 전문의료인 인정


[글로벌이코노믹=한정아 ACDC Consulting Group 대표] 필자의 딸아이는 벌써 대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11학년, 한국에서 공부한다면 고등학교 2학년이다. 뱃속에 있던 딸아이의 모습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던 건 임신 초기 검사 후 전달받은 조막만한 초음파 사진이다. 까맣고 하얗던 점과 물결무늬밖에 보이지 않던 그 사진을 보며 어찌나 기분이 묘했던지 아직도 그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당시 느꼈던 건 솔직히 감동이라고 하기는 어렵고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함이었다. 까맣고 하얀 배경에 조그만 하얀 점을 아기라고 보여주는데 형체가 자세히 보이지 않으니 기뻐해야하지만 이상한 느낌이 든 게 사실이다.

그런데 요즘 임신한 후배들이 예쁘게 꾸며서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초음파 사진들을 보면 깜짝 놀라곤 하는데 입체초음파를 통해 촬영된 아기 사진은 얼굴의 윤곽은 물론 미소짓는 모습까지 찍혀 있곤해 초음파 기술의 향상이 그야말로 놀랍기만 하다.

위와 같이 각 의료분야에서 검사를 위해 초음파를 다루는 전문가들이 바로 초음파 판독전문가로 알려진 ‘소노그래퍼(sonographer)’다. 소노그래퍼는 환자의 몸 안에다 비이온화 된 고주파수 음파를 사용하여 반향된 공명(echo)을 모아 형상이 맺히게 한다. 이 형상은 스크린으로 볼 수 있고, 의사에 의해 해석되거나 진단될 수 있도록 사진으로나 프린트물로 기록되어 나올 수 있다.

▲한전문의료인이초음파로임신을한태아의건강상태를체크하고있다.소노그래퍼는이초음파를판독하는전문가다.이미지 확대보기
▲한전문의료인이초음파로임신을한태아의건강상태를체크하고있다.소노그래퍼는이초음파를판독하는전문가다.
소노그래퍼는 검사를 위해 환자에게 절차를 설명하고 추가적인 병력을 기록한 후, 환자를 위치시킨 후 스캔이 작동함에 따라 스크린을 보면서 건강한 부위와 병든 부위의 미세한 차이를 찾아내고, 맺힌 형상이 진단을 위해 만족할 만한지를 판단한다. 소노그래퍼는 각 분야에 심화된 전문성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데 본인의 활동영역에 따라 신경(뇌), 혈관(혈액 흐름), 초음파심장검진(심장), 복부(간장, 콩팥, 비장, 췌장), 산과학·여성생리학(여성 생리 조직), 안과학(눈) 등의 분야에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최근 초음파인증 제도의 도입으로 의료계에서는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고 한다. 방사선의 검사영역이 의사의 지도하에 검사를 취급하게 되어 있는데 의사와 별도로 검사권을 가지게 해달라는 의견과 의료계의 반대가 맞물려 대립을 일으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시한 호주의 실례를 보면 매우 흥미롭다.

우선 호주는 일반적으로 의사가 초음파검사를 하지 않고 판독전문가가 초음파 검사 기록을 의사에게 넘기는 형식을 취한다. 판독전문가 자격을 가진 의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의사는 초음파검사를 하지 않고 약 5% 내외의 어려운 경우만 의사가 판독전문가와 함께 판단한다. 더욱이 눈에 띄는 점은 호주가 판독전문가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호주초음파검사사협회(ASA)의 인증제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0시간의 임상경력을 가진 판독전문가는 이 인증제를 위해 지속적인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한국도 호주와 마찬가지로 국가 인증제를 통한 관리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고 특히 호주의 초음파 수가적용에 대한 다양한 형식을 주목했다. 호주는 의료기관에 인증된 판독전문가가 실시할 경우에만 수가를 받을 수 있고 GP(일반의)가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경우는 시골지역이거나 심각한 응급상황으로 한정했다. 이 이외는 GP의 초음파 검사료를 모두 진찰료에 포함시켜 포괄수가제를 적용시키고 있다.

사실 필자는 그간 호주에서 사는 동안 위와 같은 진료환경 속에 살아왔기 때문에 초음파나 방사선 등의 검사는 전문센터를 방문해 따로 검사를 받고 그 검사결과를 검진하는 일반의가 전달받아 환자에게 진단해주는 것에 익숙해 있다. 국내 의료계도 검사권의 분리나 인증제 도입이 잘 정착된다면 환자나 의료계에게 모두 좋은 환경으로 변모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의사가 진료와 함께 검사까지 다 잘할 수 있기는 어려울 테고 특히 의료분야에서라면 검사분야 또한 의사의 영역과 분리되어 기술에 대한 인증과 그를 통한 질관리가 선행되어야 진료를 받는 환자의 입장에서는 보다 더 안심되지 않을까.

우리에게 직업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가? 본인이 하는 일에 최대한의 노력과 최대한의 검증을 거쳐 최고의 전문가가 되어야 비로소 직업을 가지는 의미를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차원에서 소노그래퍼도 단순한 의사의 보조 인력이 아닌 의료분야에서의 판독전문가로서 당당히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하며 앞으로 호주 실례 등을 바탕으로 인증제가 도입되게 된다면 소노그래퍼와 같은 전문의료검사 전문가들의 직업전망은 매우 밝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