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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의 ‘위험한 질주’… 美 제재 뚫고 SMIC·화홍 사상 최대 매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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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의 ‘위험한 질주’… 美 제재 뚫고 SMIC·화홍 사상 최대 매출

수입 막히자 ‘강제 내수 전환’ 폭발… 창신메모리 매출 130% 급등
미 의회, ‘장비 AS 차단’ 매치법 발의… 공장 멈추는 ‘고사 작전’ 초읽기
미국의 고강도 수출 통제가 오히려 중국 반도체 산업의 ‘자립 엔진’에 기름을 붓는 역설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과 맞물려 첨단 칩 수입이 막힌 중국 빅테크들이 자국산 반도체로 급격히 선회하면서, SMIC와 화홍반도체 등 주요 파운드리 기업들이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고강도 수출 통제가 오히려 중국 반도체 산업의 ‘자립 엔진’에 기름을 붓는 역설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과 맞물려 첨단 칩 수입이 막힌 중국 빅테크들이 자국산 반도체로 급격히 선회하면서, SMIC와 화홍반도체 등 주요 파운드리 기업들이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의 고강도 수출 통제가 오히려 중국 반도체 산업의 자립 엔진에 기름을 붓는 역설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과 맞물려 첨단 칩 수입이 막힌 중국 빅테크들이 자국산 반도체로 급격히 선회하면서, SMIC와 화홍반도체 등 주요 파운드리 기업들이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미 의회가 이미 판매된 장비의 유지보수까지 원천 차단하는 매치법(MATCH Act)’을 발의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중국의 이번 성장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인지 아니면 제재가 만든 왜곡된 내수 쏠림인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데이터 분석] 중국 반도체 주요 기업 실적 추이 (2025년 기준).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데이터 분석] 중국 반도체 주요 기업 실적 추이 (2025년 기준).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제재가 로켓 연료 됐다SMIC·화홍, 93억 달러 역대급매출


지난 3(현지시간) 미국 CNBC와 블룸버그 등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중신국제)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93억 달러(14조 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또 다른 강자인 화홍반도체 역시 지난해 4분기에만 65990만 달러(996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이러한 성장의 실체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기보다 수입 차단이 만든 강제 내수 전환 효과성격이 짙다. 폴 트리올로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 파트너는 CNBC"미국의 수출 제한이 중국 내 반도체 수요에 역설적으로 '로켓 연료'를 부은 격"이라며 "전기차와 AI 데이터센터용 레거시(범용) 공정 수요를 자국 기업들이 독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첨단 AI 칩 입고가 좌절되자 화웨이와 무어스레드(Moore Threads) 등 중국 설계 기업들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무어스레드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최대 247% 급증할 것으로 추산되며 '엔비디아 대항마'를 자처하고 있다.

메모리 자급자족 가속… 창신메모리(CXMT) 매출 130% 폭등의 이면


메모리 분야의 하방 전개는 더 공격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최대 메모리 업체인 **창신메모리(CXMT)**의 지난해 매출은 550억 위안(12조 원)으로 전년 대비 130% 폭등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AI 가속기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전략이다. 한국(삼성·SK)과 미국의 기술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중국 기업들은 구형 규격인 HBM2HBM2e를 대량 채택하며 실속을 챙기고 있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장에 냉정한 평가를 내린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생산하는 HBM2는 최신 AI 학습용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며, 주로 중저가 AI 추론 장치나 엣지 컴퓨팅에 투입된다""첨단 공정 부재로 인한 낮은 수율과 레거시 중심의 물량 공세는 향후 수익성(마진율)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간을 멈추는미국의 신규 카드… 매치법발의의 파괴력


중국의 반격에 맞서 미국 의회는 더 치명적인 족쇄를 준비 중이다. 지난 3일 미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매치법(MATCH Act)’은 네덜란드 ASML이나 일본 도쿄일렉트론(TEL) 같은 동맹국 기업들이 중국에 이미 판매한 장비에 대해 유지보수 및 수리(AS)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까지 원천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 반도체 공장은 시한폭탄을 안게 된다. 노광장비 등 핵심 설비는 주기적인 부품 교체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없이는 가동률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새 장비를 못 사게 하는 것을 넘어, 이미 가진 공장을 고철로 만드는 전략으로 풀이한다.

속도의 중국 vs ‘시간의 미국… 한국의 대응 과제


현재 미중 반도체 전쟁은 중국이 내수 물량으로 속도를 올리면, 미국이 서비스 차단으로 상대의 시간을 멈추려는 형국이다. 향후 시장 흐름을 정밀하게 읽기 위해 시장 참여자들이 주시해야 할 핵심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중국산 범용(레거시) 반도체의 평균판매단가(ASP) 추이다. 내수 포화 시 글로벌 시장에 저가 물량을 쏟아내는 '밀어내기 수출'로 시장 질서를 교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둘째는 ASML·TEL의 서비스 중단 현실화 시점이다. 이는 중국 반도체 굴기 지속 여부를 가름할 실질적인 '고사(枯死) 작전'의 시작점이 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창신메모리의 HBM3 양산 성공 여부다. 이는 중국이 첨단 AI 메모리 영역에서 실질적인 기술 도약을 이뤄냈는지 증명하는 잣대가 된다.

정부와 국내 업계는 중국의 레거시 물량 공세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대비하는 한편, 매치법이 국내 장비 업계 및 중국 현지 공장 유지보수에 미칠 파급 효과를 면밀히 분석해 공급망 다변화 속도를 높여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