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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전지 50년 수명…중국 베타볼트, 미·한 앞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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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전지 50년 수명…중국 베타볼트, 미·한 앞서 달린다

동전 크기 BV100, 에너지 밀도 리튬 배터리의 10배…스마트폰 충전 없애는 기술 현실로
상용화 지연·효율 한계 속 미국 60% 효율 돌파·한국도 독자 기술 확보 경쟁 가열
중국 베이징 기반 스타트업 베타볼트(Betavolt New Energy Technology)가 개발한 소형 원자력 전지 BV100.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베이징 기반 스타트업 베타볼트(Betavolt New Energy Technology)가 개발한 소형 원자력 전지 BV100. 이미지=제미나이3
스마트폰을 한 번도 충전하지 않고 50년을 쓰는 시대가 올 수 있을까. 공상과학소설의 단골 소재처럼 들리지만, 방사성동위원소를 전원으로 쓰는 '원자력 전지(핵 배터리)' 기술이 현실로 한 걸음씩 다가서면서 에너지 산업의 판을 다시 짜려는 중국·미국·한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 IT 전문매체 BGR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기반 스타트업 베타볼트(Betavolt New Energy Technology)가 개발한 소형 원자력 전지 BV100과 미국 캘리포니아 기업 인피니티 파워(Infinity Power)의 경쟁 구도를 집중 조명하며, 두 나라가 각각 독자 기술을 앞세워 차세대 에너지 주도권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켈-63에 다이아몬드 반도체를…중국이 앞서 쌓은 기술 토대


원자력 전지의 핵심 원리는 단순하다. 방사성동위원소가 자연 붕괴하면서 방출하는 에너지를 반도체로 전기로 바꾼다. 1950년대 초 처음 등장한 이래 주로 우주선이나 심해 탐사 장비에 쓰였지만, 소형화 기술이 돌파구를 맞으면서 민수용 시장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타볼트의 장웨이 최고경영자(CEO)는 "BV100은 세계 최초로 양산에 들어가는 원자력 전지"라며 "전력이 충분하다면 스마트폰에서 충전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BV100은 니켈-63 동위원소를 두께 2마이크로미터(㎛) 박막으로 가공한 뒤, 10㎛짜리 단결정 다이아몬드 반도체 두 층 사이에 끼워 베타 입자를 직접 전류로 변환하는 구조다. 가로·세로 15㎜, 두께 5㎜로 동전보다 작으며 3볼트 전압에서 100마이크로와트(μW)의 전력을 낸다.

주목할 수치는 에너지 밀도다. 베타볼트는 "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3원계 리튬 배터리의 10배를 웃돌며, 1g 배터리에 3,300메가와트시(MWh)를 저장한다"고 밝혔다.

또한 일반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바늘로 찌르거나 총을 쏴도 불이 붙지 않고, 영하 60도에서 섭씨 120도에 이르는 극한 환경에서도 작동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그러나 플로리다대학교 재료공학과 후안 클라우디오 니노(Juan Claudio Nino) 교수는 회의적 시각을 거두지 않는다. 니노 교수는 "BV100은 스마트폰 구동에 필요한 전력의 0.01%밖에 생산하지 못한다"며 "현재 수준으로는 심장박동기나 수동형 무선 센서 정도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효율 60% 돌파, 한국은 세계 첫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로 추격

중국이 소형화를 앞세우는 사이 미국은 효율에서 정면 승부를 걸었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카운티의 인피니티 파워는 미 국방부 지원 아래 방사성동위원소 붕괴 에너지를 전기화학적으로 변환하는 원자력 전지를 개발해 60% 이상의 전체 효율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인피니티 파워는 "기존 방사성동위원소 에너지 변환 방식의 효율이 10% 미만인 것과 비교하면 역대 최고 수준"이라며 "100년 넘게 수십 밀리와트(mW)의 전력을 공급하는 동전 크기 장치를 나노와트에서 킬로와트까지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피니티 파워 CEO 재권(Jae W. Kwon)은 지난해 성명에서 "방사성동위원소 전원 솔루션의 새 장을 열겠다"고 말했다.

이 경쟁에서 한국도 뒤처지지 않는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에너지공학과 인수일 교수팀은 지난해 4월 탄소-14 기반 방사성동위원소 전극과 페로브스카이트 흡수층을 직접 연결한 차세대 베타전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인수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베타전지의 실용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입증한 사례로, 극한 환경용 차세대 전력공급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기고 소형화와 기술이전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기술에 활용된 탄소-14는 약 5730년의 반감기를 가져,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사실상 반영구적 수명을 기대할 수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케미컬 커뮤니케이션즈(Chemical Communications)'에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상용화는 아직 멀다…규제·공급망·효율의 삼중 장벽


시장의 기대와 달리 실제 상용화 시계는 더디게 돌아가고 있다. 베타볼트는 지난해 1와트(W)급 배터리를 출시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실현되지 않았고, 올해 초 현재까지 두 기업 모두 초기 발표 이후 추가 성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베이징 베타볼트가 1W급 상용 제품을 내놓으려면 허가와 자금 조달을 아직 풀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술적 한계도 여전히 뚜렷하다. 국제전기전자학회(IEEE) 기관지 'IEEE 스펙트럼'은 최근 보도에서 베타볼트가 5% 안팎의 변환 효율을 가진다고 가정하면 1W 출력을 내려면 시중 공급량을 크게 웃도는 니켈-63이 필요하고, 관련 연구 상당수가 특허 없이 비공개로 진행돼 성능 검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원자력 전지가 스마트폰 같은 대중 소비재보다 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분야에서 먼저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시각이 배터리 업계 안팎에서 우세하다.

인공지능(AI) 장비, 이식형 의료기기, 심해·우주 탐사선이 1차 타깃으로 꼽힌다. 국제학술지 '에너지 스토리지'에 실린 2025년 리뷰 논문에 따르면 베타볼타익 기술 관련 연구 논문은 2000년부터 2024년까지 해마다 평균 8.76% 늘었다.

한국은 국내 원자력 발전소 부산물인 탄소-14를 원료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기술 독자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어, 중국·미국 중심의 글로벌 원자력 전지 경쟁에서 별도의 노선을 개척할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방사성 물질 취급 규제와 동위원소 공급망 확보라는 벽을 넘지 못하면, 기술 성과가 실제 시장 진입으로 이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배터리 업계에서 흘러나온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