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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교실이 변하면 교육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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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교실이 변하면 교육이 바뀐다

손호준 에스티앤컴퍼니 커뮤니케이션실장이미지 확대보기
손호준 에스티앤컴퍼니 커뮤니케이션실장
“공교육이 무너졌다”는 탄식이 교육계를 뒤덮은 지 오래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잠만 자고 교사들은 아이들을 가르칠 의욕이 없어 보인다. 학교가 제 역할을 못할수록 사교육으로 아이들이 몰린다. 교육자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교육 종사자도 상당수 존재하지만 아이들을 돈벌이 대상으로만 여기는 교육 장사치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학교 교실이 전향적으로 바뀌어야 교육이 새로워질 수 있다. 학교 교육만으로도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하다면 사교육만 찾아다니는 부모들의 발걸음이 학교 안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최근 교실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만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거꾸로 교실’ 얘기다. 그동안 시행해 왔듯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해주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학습을 하고 수업까지 학생들 자율에 맡기는 수업을 하는 교실이 ‘거꾸로 교실’이다. 강의는 집에서 동영상으로 보고, 수업시간에는 이를 바탕으로 활동을 하는 수업 패턴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한 방송사에서 지난해 ‘거꾸로 교실’을 주제로 내보낸 프로그램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고, 지난달과 이달에 걸쳐 방송된 시즌2에서는 ‘거꾸로 교실’의 효과를 증명하는 내용이 공중파를 탔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담당 PD는 학생들이 ‘거꾸로 교실’을 통해 공부하는 즐거움을 알았고 놀라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행복을 맛봤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이 정도 되면 그야말로 ‘교실 혁명’이다.

필자는 ‘거꾸로 교실’의 성공요인이 ‘소통’에 있다고 본다. 본인들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방식에 따라 진행된 교육에서는 무기력하던 아이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하고 주도적으로 수업을 만들어 가면서 활기차게 변했다는 것 때문이다. 이른바 ‘일진’으로 불리며 골칫거리로만 여겨지던 아이들까지도 거꾸로 교실에서는 해맑게 웃으며 수업에 참여하는 등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었다는 장면에서는 감동이 밀려올 정도였다.

최근 핀란드가 교육제도 개편을 발표했다. 초·중등학교에서 개별 과목 구분을 2020년까지 완전히 폐지한다는 것이다. 수학, 역사, 지리를 한 시간씩 배우는 식의 수업을 없애는 대신 ‘토픽’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한단다. ‘유럽 연합’이라는 토픽이면 학생들이 2시간 동안 언어, 경제학, 역사, 지리 등을 동시에 배우게 되고 ‘카페테리아 서비스’라는 토픽에서는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수학, 언어 등을 함께 익히게 되는 식이다. 과목별로 조각난 지식이 아니라 융합된 지식을 함께 배워 현대 사회에 산업이 요구하는 ‘통섭형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것이다.
핀란드의 교육 개혁도 크게 보면 ‘소통’을 위한 노력이다. 학문 간의 큰 장벽을 없애고 학생들 또한 당면한 과제를 위해 전방위적인 학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교실에서 불고 있는 ‘거꾸로 교실’과 핀란드의 ‘통섭형 인재 육성 방식’과 같은 전향적인 교육방식의 전환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교실 혁명을 통해 일고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생각해 본다면 교육방식 전환에 따른 일시적인 혼란은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과연 우리의 교실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교사가 행복하고 학생들이 행복해진다면 성공적인 교육이 아닐까. 사교육으로 몰리던 학부모들의 발걸음이 학교로 돌아오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손호준 에스티앤컴퍼니 커뮤니케이션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