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기자의 말글산책
[글로벌이코노믹 이재경 기자] 이제 11월로 접어들면 김장을 많이들 합니다. 김장은 음력 9월에서 10월이나 소설인 양력 11월 23일을 전후해서 많이 한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김장과 연관된 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흔히 ‘제가 손수 김장을 하려고 한다’라는 표현을 하는데요. 여기에서 ‘손수’는 제대로 쓰인 말일까요.
‘손수’는 “남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제 손으로”란 뜻이긴 합니다만, 이 단어를 쓸 때는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손수’는 윗사람이 친히 뭔가를 했을 때 존대의 뜻을 나타내고자 할 때 쓰는 말입니다. 자기 자신이나 아랫사람에게는 ‘손수’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시아버님은 손수 운전을 하시면서 여행을 하십니다.” “매년 친정어머님께서 손수 김장을 해주십니다.”처럼 어르신이 주어일 때 쓰는 말입니다.
이 말을 아랫사람이나 자신에게 쓰면 어색해집니다. “우리 애가 손수 만든 종이배예요.”라고 하면 자기 아이에게 공대를 하는 셈입니다. “제가 손수 김장을 하려고 합니다.”도 마찬가집니다. 자신이 스스로를 높이는 꼴이 돼버렸습니다. 이럴 때는 ‘손수’ 대신에 ‘직접’ 정도로 고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애가 직접 만든 종이배예요.” “제가 직접 김장을 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김장김치는 ‘담궈먹다’가 맞나요, ‘담가먹다’가 맞나요? 정답은 “담가먹다”입니다.
액체 속에 집어넣거나, 술이나 간장‧김치‧젓갈 같은 것을 만들 때 익거나 삭히게 하려고, 재료를 버무려 그릇에 넣는 것을 ‘담그다’라고 합니다. 기본형은 ‘담그다’이고, ‘담가-담그니-담글’로 활용됩니다. 그러므로 “김치를 담갔다.”라고 해야 합니다. 그런데 기본형이 ‘담구다’인 줄 알고 “김치를 담궜다.”라고 잘못 쓰이고 있습니다.
‘담그다’를 ‘담구다’로 잘못 쓰는 것처럼 ‘ㅡ’가 ‘ㅜ'로 자주 쓰이고 있는 말들이 또 있습니다. ‘움추렸던’도 그 한 예로 ‘움츠렸던’이 맞는 표기죠. 이는 ‘움츠리다’의 ‘움’의 ‘ㅜ’ 소리 때문에 뒤의 ‘츠’도 ‘추’로 발음하고, 표기하려는 현상 때문입니다. “추위에 얼마나 몸을 움츠렸는지 어깨가 다 뻑적지근하다.” “도사견을 보자 몸이 움츠러들었다”처럼 써야 맞습니다.
이처럼 발음에 이끌려 잘못 쓰고 있는 말에는 ‘잠그다’ ‘수그리다’ ‘오므리다’ ‘치르다’ 등이 있습니다. “문을 잠구다.”는 “문을 잠그다.”로, “고개를 수구리다.”는 “고개를 수그리다.”로, “입을 오무리다.”는 “입을 오므리다.”로, “행사를 치루다.”는 “행사를 치르다.”로 써야 맞습니다.
이재경 기자 bubmu0626